엔리코 카루소가 초연했던 ‘서부의 아가씨’ 111년 만에 국내 첫선

국립오페라단 7월1~4일 공연...피에트로 리초·니콜라 베를로파의 탁월한 해석

민은기 기자 승인 2021.06.17 17:29 의견 0
국립오페라단이 7월 1일(목)부터 4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를 국내 초연한다.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191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전설의 명가수 엔리코 카루소가 초연했던 ‘서부의 아가씨’가 111년 만에 국내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광활한 미국 서부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정상의 성악가들이 박진감 넘치는 노래와 연기를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7월 1일(목)부터 4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를 국내 초연한다.

미국 골드러시 시대의 캘리포니아 탄광촌을 배경으로 19세기 미국으로 건너간 유럽 이민자들의 삶과 애환을 담아냈다. 술집을 운영하는 당차고 영리한 여성 미니와 어느 날 마을에 숨어든 무법자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낸 로맨틱 오페라다.

원래 지난해 4월 공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부득이하게 잠정 취소된 후 2021년으로 공연 일정이 미뤄졌다.

7월 드디어 관객을 만나게 된 이번 작품을 위해 지휘자와 연출가를 비롯한 이탈리아 제작진이 2주간의 자가격리를 기꺼이 감내하고 내한했다.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푸치니 역작의 국내 초연 무대인 만큼 푸치니의 시선으로 바라본 미 서부의 정취를 오늘에 새롭게 되살릴 최고의 제작진과 출연진을 한자리에 모았다.

● 푸치니의 이탈리아판 웨스턴 로맨틱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는 초연 당시에도 매우 현대적이며 새로운 시도를 한 실험적 오페라였다. 1907년 뉴욕을 방문한 푸치니가 미국 작가 데이비드 벨라스코의 신작 연극 ‘황금시대 서부의 아가씨’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191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초연 당시 전설의 명가수 엔리코 카루소의 출연으로 전석 매진과 함께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당대 최고 작곡가가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자주 공연되고 있으며 그 인기에 힘입어 서부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서부의 아가씨’는 미국 서부의 전통적인 정서와 풍광을 재현하는 무대와 함께 푸치니 작품 고유의 유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최대한 부각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시대, 관객들을 미 서부로의 환상적인 여행으로 초대한다.

● 민족 전통 민요와 클래식의 세련된 만남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훌륭한 한편의 교향적 시(Great sumphonic poem)’라고 극찬한 ‘서부의 아가씨’는 푸치니의 대표작인 ‘라보엠’이나 ‘나비부인’에서 강조해 왔던 감상적인 선율을 배제하고 과감한 불협화음을 사용하고 있다.

당시 유행했던 멕시칸·아메리카 인디언 노래 등의 통속 민요와 미국 전통 음악 등에서 모티브를 차용해 작곡한 음악들이 작품의 개성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어 준다. 전작들에 비해 근대적인 관현악 기법을 활용하며 기존의 낭만주의 음악에 현대적인 색채를 가미하고 풍부한 미국 서부의 정취를 더해 세련된 오케스트라의 흐름을 보여준다.

● 푸치니 전문 지휘자 피에트로 리초의 탁월한 해석

이번 작품의 지휘는 2013년 국립오페라단 ‘돈 카를로’를 연주한 이탈리아 지휘자 피에트로 리초가 다시 한번 내한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메트오페라합창단을 이끈다. 푸치니 작품의 탁월한 해석으로 유명한 그는 스웨덴 스톡홀름왕립극장, 핀란드 헬싱키국립극장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연출은 2018년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에서 신선한 해석을 선보였던 니콜라 베를로파가 맡는다. 연출가는 이번 무대에서 작품 전체에 서부 영화의 이미지를 투영하고 각각의 인물에 살아있는 캐릭터를 부여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베를로파 연출가는 “이 오페라는 서부개척 시대를 실감나게 표현해 미국 서부영화 전성기에 앞서 이미 선도적인 프로덕션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푸치니의 천재성을 입증한 작품이다”라며 “역사적 사실주의에 입각해 무대를 재현하고 당시 사회상을 반영해 출연자 한명 한명의 독자적인 캐릭터를 생생하게 표현함과 동시에 대규모 남성 합창단과의 유기적인 무브먼트를 구현해내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연의 재발견’을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무대의 콘셉트로 설정, 현재 유령도시가 된 디트로이트의 극장을 배경으로 울창한 숲, 험준한 산, 눈보라가 휘날리는 겨울 풍경 속에 고립된 광부들의 삶을 그려냄으로써 매 장면 인간을 압도하는 대자연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성악가들의 박진감 넘치는 무대

강인하며 주도적인 술집 여주인 미니 역은 세계 오페라 무대의 주역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과 이탈리아를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이윤정이 맡는다. 금을 약탈하려다 미니에게 반하게 되는 무법자 딕 존슨(라메레즈) 역은 테너 마르코 베르티와 국윤종이 맡는다. 또한 미니를 연모하며 강도를 쫓는 마을 보안관 잭 랜스 역은 바리톤 양준모과 최기돈이 분한다.

이 밖에도 메조 소프라노 방신제를 비롯해 테너 안대성·김재일·조철희·박용명·이성훈·바리톤 이규봉·박상욱·정준식·김원·권용만, 베이스 손철호·이두영·최공석 등 남성 성악가들이 대거 무대에 올라 박진감 넘치는 무대를 선사한다. 남성으로만 구성된 50명의 합창단과 남성 앙상블이 함께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는 이번 무대의 큰 볼거리다.

7월 3일(토) 오후 3시 ‘서부의 아가씨’ 무대는 크노마이오페라를 통해 실시간온라인 생중계된다. 오페라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경계 없는 무대로 온라인 관객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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