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달린 성악가’ 바리톤 이남현이 오는 11월 1일 ‘스토리텔링 독일 가곡 콘서트’를 연다. ⓒ기적을노래하는바퀴달린성악가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비록 신체적 장애는 있어도 꿈에는 장애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바리톤 이남현은 ‘바퀴 달린 성악가’로 불린다. 20년 전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그는 휠체어에 앉아 노래한다. 이런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신 마비가 성악가에게 왜 치명적인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고 이후 그의 폐활량은 비장애인의 20~30%에 불과했다. 전신이 마비돼 몸 전체가 악기인 성악가에게 엄청난 약점이다. 그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 한계를 뛰어 넘어 유일무이하게 현재 전문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남현은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회를 소화할 만큼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문 성악가다. UN 본부 신탁통치이사회장 초청공연, 카네기홀 초청공연, 2023년 부산 세계장애인대회 개막공연, 그리고 제15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음악 부문 수상 등 예술성을 인정받아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도전하는 사나이다. 기적을 노래하는 이남현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 자신의 삶을 음악과 이야기를 녹여 낸 ‘스토리텔링 독일 가곡 콘서트’를 연다. 오는 11월 1일(토) 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구세군빌딩 모두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한국·독일 수교 141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공연이기도 하다.
‘스토리텔링 독일 가곡 콘서트’는 단순히 독일 가곡(리트)을 나열하는 무대가 아니다. 이남현은 자신의 인생, 특히 사고 직후 겪었던 고난과 시련의 시간부터 불편한 몸에도 한계를 극복하며 최초의 전신마비 성악가로 도전하는 과정을 음악과 극을 연결 지어 스토리로 풀어낸다.
많은 작곡가의 곡 가운데 이남현이 특별한 의미를 부연한 곡을 선별해 들려준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아, 님이여 나는 떠나야 해(Ach Lieb, ich muss nun scheiden), 슈베르트의 ‘마왕(Erlkönig)’ ‘음악에(An die Musik)’, 볼프의 ‘은둔(Verborgenheit)’, 슈만의 ‘헌정(Widmung)’ 등 독일 가곡의 정수들이 이남현의 이야기와 함께 흐른다. 노래의 가사와 성악가의 삶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배우의 감정 연기가 더해져 한 편의 극을 보는 듯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독창회는 이남현 외에도 소프라노 박현진·한아름, 일렉토니스트 김하얀·김란영, 배우 허세영, 아나운서 이혜원이 함께한다.
이남현은 “예술가로서 똑같이 반복적인 형식의 리사이틀이 아닌 늘 새로운 형식의 무대를 그려본다. 그런 공연 중, 오랫동안 꿈꿔왔던 도전의 음악회를 열게 돼 정말 기쁘다. 이번 무대는 관객에게 클래식의 대중화와 독일 가곡을 알리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 자신을 돌아보는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공연을 통해 신체적 장애가 있어도 꿈에는 장애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스토리텔링 독일 가곡 콘서트’ 전석 2만원이며, 인터파크와 모두예술극장에서 예매 가능하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을 진행한다.
/park72@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