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수 ‘야심찬 도전’...300년 바이올린 음악을 올해 30개 공연에 담다

시즌1 공연 4월4~23일 진행...위대한 두 개의 점 바흐·베토벤 집중탐구

박정옥 기자 승인 2022.03.28 15:37 의견 0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가 올해 300년 바이올린의 역사를 30개의 공연에 담아내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WCN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가 올해 300년 바이올린의 역사를 30개의 공연에 담아내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각 10개의 공연을 하나의 시즌으로 묶어 모두 세 개의 시즌을 선보인다. 한마디로 바이올린과 바이올린 음악에 대한 헌정공연이다.

김응수는 오는 4월 4일(월)부터 23일(토)까지 모두 10회에 걸쳐 ‘점과 선(Dots and Lines)’이라는 타이틀로 첫번째 시즌 공연을 연다. 장소는 서울 역삼역 3번 출구 근처의 안타워 9층 스페이스 G.I.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한양대 관현악과 교수)와 관련해 유명한 일화가 있다. 지난 2014년 55년 역사의 체코 리토미슬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레오스 스와로브스키가 지휘하는 파르두비체 챔버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가졌는데 관객 전원의 기립박수, 15번의 커튼콜을 받았다. 이후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과의 협연은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역시 유럽 최고의 연주자 반열에 오를 만하다”라는 찬사를 얻었다.

2012년부터 오스트리아 레히 클래식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및 연주자로 활동 중이며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명’ ‘월드스타의 탄생’이라는 극찬과 함께 그의 연주가 집중 조명되고 있다.

데카 레이블에서 음반 ‘Sehnsucht(동경)’을 출시, 솔로 레퍼토리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으며 유니버설뮤직을 통해서는 앨범 ‘Das Leben-바이올린으로 그리는 삶’을 발표해 청중에게 더 친밀하게 다가가고 있다.

김응수에게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평가가 있다. 바로 ‘저평가된 음악가’다. 지금껏 국내외 2000여 무대에 올랐던 그에게 적절한 표현인지는 의문이다. 클래식 무대는 늘 북적거리지만 중년의 남성 연주자가 주목받기에는 녹록하지 않은 환경이다. 역설적으로 그가 평가받을 길은 연주력뿐이다.

“이런 연주를 라이브로 듣게 될지 몰랐어.” 그와 한번이라도 협연한 이들이 하는 말이다. 동료 연주자들은 리허설 때부터 놀라운 경험을 한다. 그리고 궁금해한다. 이런 사람이 왜 더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가를.

미디어 기사와 커뮤니티 입소문으로 조금씩 퍼져 나가던 소문이 작년 가을 흥미로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가 발표한 신보 ‘Das Leben’이 교보 클래식 차트에서 근 2개월 수위를 차지한 것이다. 대형 음반들 사이에서 일궈낸 성과다. 발매 기념 독주회를 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감동에 겨워 훌쩍이는 이가 속출했다. 바이올린 독주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점과 선’은 바이올린 음악의 위대한 역사에 전하는 한 연주자의 헌정작업이다. 시즌 1에서는 음악 역사에서 두 개의 큰 점, 바흐와 베토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김응수가 작곡가들의 업적, 관계, 영향을 탐색하는 현장이며 ‘Das Leben’에 쏟아진 성원에 대한 지극히 음악가다운 보답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바흐가 사후 100년 넘게 잊혔다가 멘델스존에 의해 극적으로 발굴되었다는 이야기는 신화에 불과할 뿐이라고 김응수의 바이올린은 얘기할 참이다. 음악사의 우주 위에 바흐와 베토벤이란 거대한 두 점을 찍고 그 사이를 오가는, 또 그 두 점에서 뻗어 나가고 얽히는 선을 조망하는 것이 ‘점과 선’ 시즌 1의 작업이다.

시즌 1은 총 10개의 공연으로 구성된다. 이 탐구는 시즌 2로도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10개의 공연에 담긴다. 겹치는 레퍼토리는 하나도 없다. 혹자는 무모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가능하다. 그는 손과 팔이 아닌 등과 허리로 연주한다. 거대한 음악의 세계에서 튼튼한 등과 허리로 온전히 서지 않는다면 위대한 작곡가들과의 찰진 대화가 불가능하다. 바로 서는 것은 음악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김응수는 그렇게 살아왔고 이런 대화를 청중과 나누고 싶어 한다. 4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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