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리시에츠키 “같은 조성끼리 모아 녹턴과 에튀드 연주...쇼팽의 재탄생이죠”

6월12일 예술의전당서 두번째 내한공연
“음악에 대한 빠른 이해가 저의 경쟁력”

박정옥 기자 승인 2022.06.08 18:37 | 최종 수정 2022.06.08 18:47 의견 0
캐나다 출신의 스타 피아니스트 얀 리시에츠키가 오는 6월 12일 쇼팽의 녹턴과 에튀드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녹턴(야상곡)에는 감정을 자극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에튀드(연습곡)에는 테크닉이 뛰어난 작곡능력이 돋보입니다. 쇼팽이 우리에게 선물한 이 두 가지를 결합해 흥미롭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캐나다 출신의 스타 피아니스트 얀 리시에츠키(27)가 2018년 첫 내한 리사이틀 이후 4년 만에 다시 한국 팬들을 만난다. 오는 12일(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공연을 연다.

‘밤의 음악’을 주제로 성공적인 첫 한국 독주회를 가졌던 그는 이번에 쇼팽의 녹턴과 에튀드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해 ‘밤의 시(Poems of the Night)’라는 타이틀로 찾아온다.

쇼팽은 모두 21곡의 녹턴을 작곡했다. 그 중 1번·2번이 유명하고 20번은 영화 ‘피아니스트’에 삽입돼 인기를 끌었다. 에튀드는 27곡을 남겼는데 3개의 묶음으로 나뉜다. Op.10의 12곡, Op.25의 12곡, 3개의 작은 에튀드로 총 27개의 곡이다.

리시에츠키는 8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무대에서는 곡의 조성에 따라 녹턴과 에튀드를 번갈아가며 연주한다”며 “신비로운 분위기와 절대적 음악성이 하나로 뭉친 쇼팽의 감수성을 한껏 펼쳐 보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쇼팽 음악의 재탄생인 셈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을 녹턴이라는 작품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래서 묘안을 짜냈다. “녹턴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곡 분위기와 강렬함·진지함을 유지하되, 관객들을 지나치게 압도하지 않는 선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며 “에튀드를 다소 색다른 순서로 함께 연주하는 것으로 나름의 묘안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턴과 에튀드의 연주 순서는 조성과 곡의 분위기에 따라 구성했는데, 나름의 균형 잡힌 결과물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출신의 스타 피아니스트 얀 리시에츠키가 오는 6월 12일 쇼팽의 녹턴과 에튀드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그는 이어 “1부 첫 곡을 C장조의 곡으로 시작해서 2부 마지막 곡을 c단조의 곡으로 끝내는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내고, 이 자체로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도출해냈다”고 강조했다. ‘이별’ ‘흑건’ ‘혁명’이라는 별명이 붙은 에튀드들과 시그니처 녹턴인 1번·2번 등이 어떤 화합을 이룰지 기대된다.

리시에츠키는 15세의 어린 나이에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과 독점 계약을 맺고, 매 리사이틀 투어 연주마다 창의적인 프로그램 기획으로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그는 쇼팽의 녹턴 전곡에 집중해 음반을 발매했다. 또한 2014년에는 쇼팽 에튀드 전곡 음반을 선보였다. 이번 리사이틀은 두 장르, 그리고 쇼팽에 대한 그동안의 탐구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자리다.

리시에츠키는 지난 방문 때의 기분 좋은 추억도 꺼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일정이 겹쳐 운 좋게도 캐나다 팀의 루지와 하키 경기를 관람했다”며 “한국에 대해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이번 리사이틀은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아 속상하다”며 “올 여름에 계획되어있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를 앞두고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짬을 내기가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한국은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처음 방문하는 아시아 국가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며 “한국 관객들과 쇼팽의 음악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무엇보다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성악가 마티아스 괴르네와 호흡을 맞춰 ‘베토벤 가곡 작품집’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그때 괴르네는 “리시에츠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캐치한다”며 “그 아이디어를 건반으로 그대로 옮겨내는 능력은 말할 것도 없다”며 극찬했다. 이런 찬사에 대해 그는 “괴르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한다”라며 자신의 음악에 대해 설명했다.

“연주자로서의 제 강점은 음악에 대한 콘셉트의 이해가 비교적 빠르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배워야 할 것들이 아주 많기 때문에 이런 빠른 이해가 궁극적으로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음악인으로서 끝이 존재하지 않는 여정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하고도 매력적입니다. 완벽하다는 것을 느낄 새도 없고 또 배워나가야 할 다른 수많은 것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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