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문태국과 양성원이 롯데콘서트홀의 9월을 첼로 선율로 물들인다. 사람의 심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리를 내는 악기인 첼로는 고아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색이 가을을 닮았다. 특색 있는 두 첼리스트의 콘서트는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굿찬스다.
오는 16일(금) 오후 8시에는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인 문태국이, 29일(목) 7시 30분에는 첼리스트 양성원이 무대에 선다. 두 사람은 첼로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이색적인 프로그래밍과 첼로의 정석을 느낄 수 있는 레퍼토리로 풍성한 음악의 성찬을 선사한다.
● 찰현악기 첼로·발현악기 기타 조화로운 선율...문태국·박규희 환상케미
롯데콘서트홀이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는 탁월한 음악적 역량을 겸비한 것은 물론 음악 안에서 자신만의 연주 철학과 개성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를 선정해 다양한 시도로 관객을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2014년 파블로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 우승, 2016년 세계적인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의 이름을 딴 재단이 30세 이하 젊은 첼리스트에게 수여하는 제1회 야노스 슈타커상 수상자 선정,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파이널리스트 등 독보적인 타이틀을 지닌 첼리스트 문태국이 인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 두 번째 무대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타리스트 박규희,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함께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피아졸라 ‘탱고의 역사’ 등을 들려준다. 특히 문태국과 박규희의 만남은 서로 성격이 다른 두 현악기의 이색적인 조합으로 큰 기대감을 자아낸다.
활을 마찰해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 첼로와 손으로 튕겨서 소리를 내는 발현악기 기타는 비슷한 사이즈임에도 현의 종류와 연주방법의 차이로 각각 아름다우면서도 매력적인 독보적 음색을 표현한다.
첼로는 가장 풍부하면서도 따뜻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 2옥타브 낮은 도에서 높은 도까지 연주할 수 있어 현악기 중 가장 중저음역이 돋보이는 악기로 손꼽힌다. 이런 점이 서정성을 극대화해 첼로의 고귀한 음색을 표현하는 요소가 된다.
기타는 손으로 튕기며 연주하는 방식 가운데 하모닉스, 아르페지오, 피치카토, 버르토크 피치카토, 트레몰로, 탐보라, 라스게아도 등 다양한 주법이 있다. 이를 통해 단음을 비롯해 베이스음, 화음까지 중후함부터 맑고 영롱한 음색까지 매우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다.
문태국은 인 하우스 아티스트 선정 기자간담회 당시 “박규희 씨랑은 워낙 친분이 있고, 첼로와 기타가 자주 연주됨에도 불구하고 쉽게 접하지 못하는 구성이라 특별히 이번 곡(‘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탱고의 역사’)을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첼로의 안정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음색과 기타의 맑고 섬세한 선율이 어우러져 실내악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롯데콘서트홀의 풍부한 음향을 부각시키는 더욱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다.
● 깊은 인생의 연륜을 담은 ‘양성원 & 엔리코 파체’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베토벤을 연주하는 무대는 많다. 하지만 제대로 된 베토벤을 들을 수 있는 무대는 흔치 않다. 친숙한 이면에는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난해함이 존재하고, 아름다운 이면에는 거친 고뇌와 심오한 성찰이 깔려 있다. 그 안과 밖을 모두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비로소 베토벤이 완성된다.
오는 29일에 열리는 양성원과 엔리코 파체 듀오 리사이틀에서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첼리스트 양성원과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는 10여년 동안 2번의 음반 발매, 세 번의 연주를 통해 베토벤 소나타를 가장 오랫동안 탐구해온 연주자로 정평이 나 있다.
매번 새롭게 소통하고 해석하며 발전을 거듭해 온 두 사람은 베토벤이라는 거대한 산을 묵묵히 등정해 지난달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집’(첼로 소나타 5곡·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3곡)이라는 최고봉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그동안 그들이 밟아온 음악의 여정을 눈으로 직접 보며 더욱 무르익은 그들의 음악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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