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소리가 너무 아름답게 울려 퍼지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홀이어서 솔로 연주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주어져 감사합니다”--첼리스트 문태국
“제게는 큰 도전이며 책임감도 크지만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공연이 기대되고 설렙니다. 관객들과 음악을 통해 소통하겠습니다.”--피아니스트 신창용
94년생 27살 동갑내기인 첼리스트 문태국과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 주인공으로 선정된 기쁨을 밝혔다.
롯데콘서트홀이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는 탁월한 음악적 역량을 겸비한 것은 물론 음악 안에서 자신만의 연주 철학과 개성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를 선정해 다양한 시도로 관객과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이후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이 어려워지고, 실력 있는 국내 연주자들의 활약이 세계적으로 활발해짐에 따라 롯데콘서트홀은 우수한 연주자를 통한 양질의 공연 콘텐츠 확보를 위해 인 하우스 아티스트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다.
2014년 파블로 카잘스 첼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 우승, 2016년 세계적인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의 이름을 딴 재단이 30세 이하 젊은 첼리스트에게 수여하는 제1회 야노스 스타커상 수상자 선정 등 독보적인 타이틀을 뒤로 하고 그저 첼로에 귀의한 듯 사제처럼 묵묵히 음악에 정진하는 문태국.
2018년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한국인 최초 1위, 2017년 서울 국제 음악 콩쿠르 1위라는 화려한 수상경력과 더불어 유튜브 채널 ‘또모’의 스타 피아니스트로 떠오르며 대중과 소통하는 신창용.
두 연주자가 함께 보여줄 2022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는 다양한 색의 물감이 담긴 팔레트를 열어보는 것 같은 설렘을 갖게 한다. 27살 동갑내기 두 연주자들이 각각의 개성으로 무대 위에 어떤 음악을 그려낼지 클래식 팬들은 이들의 무대를 손꼽아 기대한다.
● 문태국 “기억의 시작이 첼로요, 산다는 것은 곧 첼로”
문태국은 지난해와 올해 여름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을 통해 롯데콘서트홀과 긴밀한 호흡을 맞춰왔다. 지난 여름 예정됐던 브람스 이중 협주곡 연주가 코로나 상황으로 아쉽게 취소됐음에도 직접 공연장을 찾아 다른 연주자들을 응원하며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동료애를 보여둬 주위를 감동시켰다.
특유의 기품 있는 음색과 진중한 분위기, 배려가 돋보이는 성실한 태도로 그는 관객은 물론 함께 무대에 오른 지휘자와 연주자 모두에게 음악이 주는 감동 이상의 깊은 신뢰를 선사하는 연주자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2020년 재독 작곡가 조은화의 베토벤 오마주 첼로 협주곡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추구하며’ 초연 당시, 조은화는 문태국에 대해 “초연곡을 해석하는 능력이 매우 영민하고, 겸손하면서도 진지한 태도가 돋보이는 연주자”라고 평가했다.
대다수의 음악 전공 유학생들이 줄리어드 예비학교 이후 줄리어드 음대로 진학하는 보편적인 과정과 달리 문태국은 줄리어드 예비학교를 마친 후 보스톤의 뉴 잉글랜드 음악원으로 진학했다.
뉴 잉글랜드 음악원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그곳의 로렌스 레서 교수를 통한 배움에의 열망 때문이었다. 한 인터뷰에서 문태국은 “로렌서 레서 교수의 인품과 티칭 스타일, 추구하는 음악에 매료돼 뉴 잉글랜드 음악원을 선택했다”고 밝힐 정도로 그는 음악적 실력 외에도 연주자에게 수반되어야 할 중요한 요건으로 성품을 꼽는다. 이러한 면에서 알 수 있듯이, 문태국은 주변의 연주자나 기획자들에게 늘 반듯한 연주자로 각인되고 ‘언제나 함께 연주하고 싶은 동료 1순위’로 꼽힌다.
그런 그가 인 하우스 아티스트 무대를 통해 다시금 따뜻한 하모니를 전한다. 3월 18일 첫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 박종해와 함께 북구의 낭만을 실은 그리그의 첼로 소나타, 독일 후기 낭만의 짙은 서정을 앞세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첼로 소나타 등을 선보인다.
이어 9월 16일 두 번째 무대에서는 기타리스트 박규희,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함께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그나탈리의 첼로와 기타를 위한 소나타 등을 들려준다. 첼로와 기타를 위한 소나타는 첼로의 중후함과 기타의 맑고 섬세한 선율이 어우러져 실내악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롯데콘서트홀의 풍부한 음향을 부각시키는 더욱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다.
그는 “일반적인 레퍼토리보다 그동안 관객이 많이 들어보지 못한 도전적인 곡을 해보고 싶었다. 첼로의 숨겨진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특유의 입담·재치로 관객과 소통하는 신세대 피아니스트 신창용
신창용은 2019년 롯데콘서트홀 엘 토요 콘서트, 2021년 인 하우스 아티스트였던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를 통해 롯데콘서트홀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또한 관록있는 피아니스트들도 2000석 규모의 콘서트홀 리사이틀을 쉽게 열지 못하는 현실에서, 신창용은 지난 4월과 8월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한 두 번의 리사이틀을 전석 매진시키며 ‘피아노의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증명했다.
최근 많은 아티스트들이 유튜브 클래식 채널에 출연해 연주와 더불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며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클래식 연주자들의 수많은 영상 중 조회수 레전드로 기록되고 있는 것은 바로 작년 8월에 공개된 피아니스트 신창용 ‘마스터 클래스’ 편으로, 올 11월 현재 영상 조회수는 무려 275만뷰를 기록했다.
카메라 앞에서는 재치 있고, 어떠한 농담도 유쾌하게 받아치며 진행자 이상의 입담을 보여주는 신창용이지만, 피아노 앞에서의 모습은 엄격하고, 진지하며 음악에만 몰두하는 젊은 철학자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연주에 있어서 그는 그 누구보다 음악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성찰하듯 진중하게 임하지만, 일상에서는 ‘마스터 클래스’ ‘신창용에게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 ‘신창용이 답해주는 Q&A’ 코너 등을 통해 리사이틀 레퍼토리부터 앙코르 곡 선정 기준, 유학 생활, 자신만의 연습 방법, 앞으로의 진로 및 계획 등 팬뿐만 아니라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지침이 될 만한 풍부한 정보들을 솔직하게 들려주며 관객과 소통한다.
신창용은 리사이틀과 협연무대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도 꾸준히 도전하며 연주자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아울러 9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배움의 근거지를 독일로 옮겨 더욱 폭넓은 음악을 공부하고자 한다.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서 신창용의 잠재된 능력을 더욱 다양하게 엿볼 수 있는 무대 역시 두 차례 마련된다. 3월 28일에는 지휘자 차웅, 성남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며 하루에 피아노 협주곡 2곡을 연주하는 크나큰 도전을 펼친다.
이어 11월 26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비올리스트 신경식, 첼리스트 심준호와 함께 슈만의 유모레스크와 브람스 피아노 콰르텟 제3번을 연주하며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손색없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신창용은 “제 강점은 저 혼자 연주를 하는 게 아니고 관객들이 조금 더 마음속에 어떻게 하면 음악을 담아갈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연주하는 것이다”라며 두차례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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