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휘자로 바이올린협연자로 멀티무대...토마스 체헤트마이어 ‘감동도 더블’

‘상임지휘자’로 오베르뉴 국립 오케스트라와 첫 내한 공연
바흐 협주곡 1번·2번에선 바이올린 솔로이스트 매력 선사

박정옥 기자 승인 2022.11.16 16:54 | 최종 수정 2022.11.17 09:11 의견 0
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토마스 체헤트마이어가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베르뉴 국립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다. ⓒ브릿지컴퍼니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토마스 체헤트마이어가 무대에 섰다. 일단은 지휘자다. 첫 곡으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의 ‘현악삼중주, KV. Anhang 66(562e)’을 현악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했다.

‘KV(쾨헬 번호·Köchel-Verzeichnis)’ 뒤에 붙은 ‘Anhang’은 ‘추가’라는 뜻으로, 작품목록이 작성된 후 나중에 추가로 붙은 번호를 의미한다. 오스트리아 음악 연구가 루트비히 폰 쾨헬은 1862년에 모차르트의 모든 작품을 연대순으로 정리해 번호를 붙였는데 이것이 ‘KV'고, 나중에 새로운 작품을 발견해 추가로 번호를 붙인 것이 ‘Anhang’이다. ‘KV'는 모두 여덟차례 고쳐졌고, 특히 여섯번째 수정에서 변화가 많았다. 'KV. Anhang 66(562e)'에서 '562e'는 여섯번째 개정판에서 새로 부여 받은 번호다.

모차르트는 바이올린 파트 100번째, 비올라 파트 98번째, 첼로 파트 97번째 마디까지만 작곡하고 나머지 부분을 만들지 않은 현악삼중주를 남겼다. 미완성 상태로 남겨뒀기 때문에 ‘조각’ ‘파편’이라는 뜻의 ‘Fragment’로 불린다. 체헤트마이어는 이 불완전 현악삼중주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나머지 부분을 완성했고, 완성된 나머지 부분도 단순한 삼중주가 아닌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3명의 수석이 연주를 시작하자 체헤트마이어는 차렷 자세로 서있었다. 모차르트가 만든 삼중주 파트가 모두 끝나는 부분까지 그 상태를 유지했다. 모차르트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것. 그리고 자신이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해 편곡한 부분에서부터 팔을 들어 지휘했다. 특정 파트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지시와 간섭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모차르트와 체헤트마이어의 합작음악은 꿈틀꿈틀 살아 움직였다.

‘상임지휘자’ 체헤트마이어가 이끌고 있는 프랑스 명문 오베르뉴 국립 오케스트라가 지난 11월 12일(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단독 내한 공연을 열었다.

1961년생인 체헤트마이어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출신이다. 모차르트와 같은 곳에서 태어났다.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무직콜레기움 빈터투어의 상임지휘자 등을 맡았다. 또한 톱클래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보스턴 심포니 등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1994년 체헤트마이어 콰르텟을 결성해 지금까지 왕성한 실내악 연주도 이어오고 있다.

1981년 창단된 오베르뉴 국립 오케스트라는 개성강한 레코딩으로 호평 받고 있는 현악 오케스트라다. 처음엔 시민 오케스트라로 출발했으나, 그동안 꾸준히 대중에게 음악을 전달하기 위해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국립 오케스트라로 승격됐다.

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토마스 체헤트마이어가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베르뉴 국립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다. ⓒ브릿지컴퍼니 제공


오프닝에 이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가단조, BWV. 1041’과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마장조, BWV. 1042’가 잇따라 연주됐다. 체헤트마이어가 바이올린을 들고 등장했다. 이번엔 협연자와 지휘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돋워주는 하프시코드(쳄발로)가 새로 추가돼 고색창연한 아름다음이 펼쳐졌다.

체헤트마이어는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로 이름이 높다. 솔로이스트로서의 매력이 돋보였다. 두 협주곡 모두 ‘빠르게’ ‘느리게’ ‘매우 빠르게’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들어왔다. 1번 2악장 ‘안단테’와 2번 2악장 ‘아다지오’는 고막남친과 고막여친이 됐다.

연주를 마치자 엄청난 박수가 쏟아졌다. 체헤트마이어는 몇차례 커튼콜에 응한 뒤 앙코르를 두곡 선사했다. 독일 현대 작곡가 베른트 알로이스 침머만(1918~1970)의 ‘바이올린 소나타’ 1악장과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피날레를 들려줬다.

2부 첫 곡은 현대음악을 배치했다. 오베르뉴 국립오케스트라의 폭넓은 연주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선곡이다. 그리스에서 태어났으나 나중에 프랑스로 귀화한 작곡가 이안니스 크세나키스(1922~2001)의 작품 ‘아로우라(Aroura)’다. 원래 ‘쟁기’를 뜻하는 단어인데 ‘경작지’ ‘땅’ ‘지구’ ‘조국’ 등의 의미로 확장됐다.

지구에서 출발해 수성과 금성을 다녀온 뒤 다시 지구를 거쳐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까지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다. 날것 그대로의 파괴적인 분위기는 관객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했다. 작곡가는 원래 건축을 전공해 악보가 마치 설계도면을 닮았다고 하는데, 그런 경향이 사운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피날레는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의 ‘현악오중주 2번 사장조, Op. 111’를 현악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연주했다. 모두 4악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마지막 악장의 '아주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는 짜릿한 속도감을 만끽하게 해줬다.

체헤트마이어는 다리가 조금 불편하다. 그런 그를 위해 무대에 따로 의자를 마련해 놓았지만 마지막까지 앉지않고 스탠드업을 유지하며 지휘했다.

앙코르는 세자르 프랑크(1822~1890)의 ‘현악사중주 라장조 ’ 2악장 스케르초와 모리스 라벨(1875~1937)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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