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솔오페라단이 오는 12월 9일(금)~11일(일)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한다.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대표작 중 하나인 ‘라 트라비아타’는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꽃 여인’을 원작으로 한 3막 오페라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해 관객 마음을 쉽게 사로잡지만 많이 공연되는 만큼 식상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솔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 냈다.
우선 장르를 넘나들며 감각적인 연출로 호평 받고 있는 연출가 안경모와 신선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늘 주목받고 있는 무대 디자인이너 김대한이 만나 현대적이며 시공간을 초월한 새로운 테크아트 무대를 선보인다. 테크아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조명이다. 조명은 서울연극제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김영빈이 담당해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비디오맵핑, 미디어파사드 등 비주얼아트는 윤민철이 맡는다.
이번 공연을 이끌어갈 지휘는 현재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레지덴테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프란체스코 옴마시니가 맡는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베네토 주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오페라와 함께 교향곡 레퍼토리에서도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다.
주역들의 프로필도 화려하다.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바이로이트국립극장, 아레나 디 베로나, 리세우극장, 오페라 내쇼널 파리 등 세계 최고 극장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최정상 이탈리아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질다 피우메가 맡는다. 세계적인 디바 마리엘라 데비아에게 수학한 그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강렬한 빛깔, 세련되고 우아한 표현력, 그리고 탁월한 테크닉까지 더해져 스승을 능가하는 가수로 평가받고 있다.
알프레도 역은 제2의 파바로티로 불리는 스페인의 테너 세르지오 에스코바르가 연기한다. 그 역시 그란 리세우극장, 암스테르담 내셔널 오페라 극장, 베를린 슈타츠오퍼, 레알 마드리드 극장 등 세계무대를 종횡무진하며 뛰어난 가창력과 흡입력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세계적인 테너다.
베를린 도이치 오퍼, 라이프치히오페라극장, 레알마드리드, 볼로냐코무날레극장 등 세계 주요극장에서 활동하며 청중을 사로잡는 에너지와 견고한 목소리로 아메리카 대륙을 사로잡은 루카 그라시는 제르몽 역을 맡아 열연한다.
또한 김신혜, 김동원, 박정민 등 한국의 실력 있는 성악가들을 캐스팅해 더욱 빛나는 다채로운 목소리를 만나볼 수 있는 감동의 무대가 펼쳐진다.
3막 4장으로 이루어진 ‘라 트라비아타’는 화류계 여성인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평범한 귀족청년 알프레도와 사랑에 빠져 가난한 동거생활을 시작하지만 사회적 시선과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의 설득에 의해 결국 헤어지게 되고, 결국 결핵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비극적 이야기다.
연출가 안경모는 여주인공 비올레타를 다르게 해석한다. 그는 “자신을 버리고 욕망과 환락에 이끌려 비극적 죽음으로 내몰리는 비련의 여인이 아닌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는 여성으로 그려내고자 한다”라며 “물론 그 안에는 ‘사회적 약자로서 겪어내야 할 아픔’ 그리고 ‘당시 상류사회의 방탕한 생활과 가족 이기주의’ 등도 내포하고 있지만 당당한 자존감이 드러나는 비올레타의 삶을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진한 감동을 준다. 첫 아내였던 마르게리타 베리치와 세 아이를 잃은 후 힘든 시간을 보내던 베르디는 한동안 좌절을 겪다가 ‘나부코’로 큰 명성을 얻는다. 뒤이어 발표한 작품들 역시 호평을 받았다. 그러던 중 ‘나부코’ 초연에서 자신이 캐스팅했던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와 사랑에 빠져 동거에 들어갔지만 그들의 행보를 곱게 보지 않았던 당시 사회적 통념 때문에 정식으로 결혼하기까지 무려 11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이 기간에 알렉상드르 뒤마 퓌스의 소설 ‘동백꽃 여인’이 큰 성공을 거두었고, 신분차이와 사회적 통념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뤄지지 못한 소설의 내용이 자신의 상황과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 베르디는 소설을 오페라화하기로 결심한다.
‘라 트라비아타’라는 1853년 3월 6일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됐다. 첫 공연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지만 오늘날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오페라가 됐다. 이는 이탈리아 오페라 특유의 성악적인 선율미를 풍부하게 담고 있으면서도 오페라로서의 극적인 효과를 소홀히 하지 않는 베르디의 탁월한 능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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