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열세살 연주보고 깜짝 놀라”·조성진 “오랜 인연 영광이죠”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 공연서 지휘·협연 호흡
정명훈 “젊은 연주자 활약에 K클래식 발전 이제 시작”
조성진 “내 음악 완성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발전 없어”

박정옥 기자 승인 2023.03.03 10:10 의견 0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 공연에서 지휘·협연으로 호흡을 맞추는 정명훈과 조성진이 2일 거암아트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왼쪽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에이드리안 존스 대표. ⓒ빈체로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열세 살 때 처음 봤어요. 짧은 곡 하나를 쳤는데, 어린 나이에 재주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음악적으로 모든 걸 이해하면서 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 후 15년간 지켜보고 있는데 겸손함을 지키며 음악가로서의 길을 잘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정명훈)

“저와 같이 연주해주시는 건 언제나 영광이죠. 다만 너무 어릴 때부터 선생님 같은 훌륭한 지휘자와 호흡을 맞추고 나니 지휘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져 그 점은 좀 힘들어요.”(조성진)

세계적 마에스트로 정명훈(70)과 한국 클래식계의 슈퍼스타 조성진(29)이 독일의 명문 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의 공연을 앞두고 2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서로 존경과 신뢰의 마음을 보냈다.

정명훈은 먼저 “세계적 악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아시아 국가 중 한국에서만 투어 공연을 열 만큼 한국의 음악적 수준이 높아졌다는 데 감사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말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팬데믹 이후 첫 해외 투어 국가로 한국을 선택한 것도 정명훈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해외 악단들이 보통 일본, 중국을 거치는 아시아 투어의 일부로 한국을 찾는 것과 달리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이번에 한국에서만 여섯 번의 공연(조성진과 협연 4회·오케스트라 단독공연 2회)을 연다.

정명훈은 475년 역사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긴 시간 인연을 맺어온 각별한 사이다. 2012년 이 악단의 역사상 첫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돼 10여 년간 오케스트라의 정기 연주회부터 해외 투어, 각종 연주 프로젝트를 함께 해오고 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에이드리안 존스 대표는 “정명훈은 단원들에게 대부와 같은 존재다”라고 각별함을 드러냈다. 그는 “정명훈의 지휘는 연주자들이 연주할 수 있는 공간과 여백을 만들어준다”며 “일방적으로 끌고 가기 보다는 연주자들이 음악을 자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지휘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명훈의 일흔 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아 한국에서만 공연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 공연에서 지휘·협연으로 호흡을 맞추는 정명훈과 조성진이 2일 거암아트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왼쪽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에이드리안 존스 대표. ⓒ빈체로 제공


조성진은 네 차례 함께 무대에 올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려준다. 지난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먼저 호흡을 맞춘 그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잘하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다”라며 “이 악단의 현악 연주는 벨벳과도 같은 깊은 소리가 난다”고 극찬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특별하게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보다는 본질에 대해 더 연구한다”며 “공연을 앞두고는 다른 사람의 연주를 잘 듣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자신만의 해석에 집중하는 젊은 거장의 면모가 엿보인다. 그러면서 자신의 음악관을 뚜렷이 밝혔다.

“제가 음악할 때 기피하는 것은 두 가지예요. 제 음악이 완성됐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발전은 없다고 생각해요. 또 연주할 때는 ‘어떻게 하면 잘 치게 들릴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조성진과 정명훈은 2009년 조성진이 중학교 3학년이던 시절부터 함께 무대에 올라 케미를 맞춰왔다. 정명훈은 “훌륭한 젊은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뛰어나게 활약하고 있는 성진을 보면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젊은 나이부터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로 두각을 나타내며 어느덧 반세기가 넘는 경력을 쌓아온 정명훈은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자신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지휘하는 그는 “50살이 넘고 나서야 브람스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긴 시간 음악을 하며 느낀 건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는 겁니다.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시간이 흘러가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죠. 브람스와 같은 거장을 제가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저도 그만큼의 세월을 살고 나니 이해와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K클래식 열풍이 부는 것에 대해서도 “클래식 음악만이 가진, 시간을 뛰어넘는 깊이가 우리 사회의 균형을 맞춰줄 것이다”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음악 수준이 점점 더 올라가고 있어요. K팝·K시네마 등이 놀랍게 발전하고 있고, 클래식 음악도 같이 가고 있어요. 짧은 시간에 이만큼 온 것도 놀라운데,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젊은 사람들이 굉장히 잘하고 있어요.”

조성진이 협연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공연은 3일 롯데콘서트홀,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등 모두 네 차례 열린다. 7일과 8일에는 예술의전당에서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특별한 무대를 갖는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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