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츠베덴의 5년 플랜 “말러 교향곡 9곡 전곡 공연·녹음”

임윤찬과 협연으로 2024시즌 시작
“위대한 피아니스트 될 빅스타” 칭찬

‘오겜’ 음악감독 정재일에 작곡 요청
지휘자 양성·해외 투어도 적극 추진

민은기 기자 승인 2023.11.20 17:59 | 최종 수정 2023.11.21 09:23 의견 0

내년 1월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2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1번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 동안 말러 교향곡 전곡 공연과 레코딩이 목표입니다. 또한 오케스트라의 능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해외 투어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새해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공식 임기’(2024~2028)를 시작하는 얍 판 츠베덴이 다양한 예술장르와 협업, 해외 순회 공연, 재능 있는 지휘자 양성, 말러 교향곡 사이클 도전, 오페라 연주 등 향후 5년간 ‘미션 클리어’할 다섯 개의 구체적 플랜을 밝혔다.

그는 20일 더플라자호텔 서울에서 열린 서울시향 2024시즌 라인업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1월에 교향곡 1번 ‘거인’을 시작으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녹음에 도전한다”며 “매년 2곡 이상을 무대에 올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모두 9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미완성 작품인 10번과 ‘대지의 노래’까지 포함하면 11개지만, 서울시향은 ‘9개 정식 교향곡’만 연주한다. 츠베덴은 특히 1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뉴욕 필하모닉을 처음 지휘했을 때도 1번을 선택했어요. 저는 1번과 함께 성장한 셈이죠. 이틀 연주(1월 25·26일) 둘 다 녹음할 예정입니다. 1번은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어려워요. 말러의 역사를 담고 있어요. 그의 모든 감정이 포함돼 있어 기본이자 토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또한 오케스트라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죠.”

내년 1월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2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와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네덜란드 출신인 츠베덴은 미국 댈러스 심포니(2008∼2018), 홍콩 필하모닉(2012∼2022)의 음악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미국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뉴욕필은 2026년 구스타보 두다멜에게 음악감독직을 넘겨준다.

내년부터는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지휘한다. 단원들의 연주 역량을 단기간에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데 뛰어나 ‘오케스트라 트레이너·조련사’로도 불린다. 그는 홍콩 필하모닉과 바그너 ‘링 사이클’을 녹음해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서울시향과의 말러 교향곡 사이클 레코딩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외 투어는 2024년 아시아, 2025년 미국, 2026년 유럽 순회공연을 추진한다. 서울시향 손은경 대표는 이와 관련해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인 네덜란드 RCO와 업무협약을 맺어 전용홀인 콘세르트헤바우에서의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세르트헤바우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들린다고 할 정도로 어쿠스틱(자연음향)이 특별한 콘서트홀로 유명하다.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츠베덴은 19세에 RCO 최연소 악장으로 임명돼 16년간 몸담았기 때문에 협력관계를 맺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츠베덴은 “오케스트라를 홍보하는 최고의 방법은 연주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다. 저는 훈련된 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서울시향을 널리 알리는 것도 임기 중 중요한 목표다. 국제적인 사운드와 명성을 갖춘 교향악단이 되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향은 다양한 예술단체와의 콜라보에 적극 나선다. 츠베덴은 “서울은 음악의 도시일 뿐만 아니라 예술의 도시다”라며 “오페라, 발레, 그리고 신인 음악가들과 함께 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2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신진 지휘자 양성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음악원·음악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하고 테스트를 통과한 지휘자들이 서울시향 리허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모든 일정이 끝난 뒤에는 상을 주거나 순위를 매기는 방식도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주회를 개최해 수상한 지휘자들이 관객 앞에서 실제 지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 경험도 덧붙였다. “제가 2016년부터 스위스 메뉴힌 페스티벌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첫해는 단 4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00여명의 지휘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따로 사진을 촬영할 시간이 되자 ‘한 가지를 잊었다’며 신인 작곡가들에게 곡을 위촉할 계획을 말했다. 츠베덴은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을 만나 곡을 작곡해달라고 했다”며 “클래식 작곡가가 아니라 처음엔 주저했지만 설득해 곡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뉴욕필에서도 새로 작곡된 곡의 세계 초연을 19번 했다”며 “다양한 한국 작곡가들과 협업해 2025년부터 위촉 곡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2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 ⓒ서울시향 제공


이날 서울시향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는 내년 시즌 주요 일정을 발표했다. 1월에는 츠베덴과 서울시향의 ‘한 집 살림’을 알리는 취임 연주회를 예술의전당(25일)과 롯데콘서트홀(26일)에서 연다.

지난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임윤찬이 서울시향과 처음 협연한다. 임윤찬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하며, 서울시향은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선보인다.

츠베덴은 임윤찬과의 협연에 대해 “이미 미국, 유럽에서도 사랑 받는 빅스타다”라며 “이 젊은 연주자는 미래에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 될 것이다”라고 치켜세우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시향은 내년도 교향곡 레퍼토리로 말러 1번을 시작으로 베토벤 5번, 브람스 2번, 모차르트 40번, 브루크너 7번, 쇼스타코비치 7번, 드보르자크 7·8번 등을 연주한다. 츠베덴은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카멜레온같이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향 무대에는 임윤찬 외에도 피아니스트 손열음·스티븐 허프·시몬 트릅체스키·콘래드 타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크리스티안 테츨라프·레이 첸·토머스 햄프슨·아우구스틴 하델리히,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다니엘 뮐러-쇼트, 플루티스트 김유빈 등 현재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초특급 아티스트와 라이징 스타들이 함께한다.

또 서울시향과 처음 호흡을 맞추는 거장 지휘자 투간 소키예프를 비롯해 바실리 페트렌코·유카페카 사라스테·김은선·리처드 이가·한누 린트·니콜라스 카터·마르코 레토냐 등 8명의 객원 지휘자들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츠베덴은 7번의 정기공연을 준비한다. 그가 지휘하는 주요 공연으로는 2월 바그너의 ‘발퀴레’ 1막 공연이 눈길을 끈다. 바그너 전문 가수로 꼽히는 소프라노 앨리슨 오크스, 테너 스튜어트 스켈턴, 베이스바리톤 포크 스트럭맨이 무대에 선다. 모차르트 교향곡 40번도 들려준다.

3월에는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과도 함께해 말러의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일부를 선사한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도 기대된다.

4월에는 독일을 대표하는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와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를 들려준다. 5월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4번을 들고 관객을 만나고, 츠베덴과 서울시향은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10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하고, 츠베덴은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선사한다. 12월에는 미국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콘래드 타오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협연한다. 서울시향의 풍성한 사운드로 브루크너 교향곡 7번도 감상할 수 있다.

12월 마지막 공연으로는 연말이면 빠지면 섭섭한 필수 레퍼토리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선사한다. 하이든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도 기대된다.


내년 1월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2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 ⓒ서울시향 제공


객원지휘 공연으로는 3월 슬로베니아 출신 지휘자 마르코 레토냐와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을 들려주고,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가 협연자로 함께한다.

4월에는 핀란드 지휘계의 거목이자 헬싱키 필하모닉 수석지휘자인 유카페카 사라스테가 지휘봉을 잡아 닐센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협연자로는 2022년 서울시향의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돼 다섯 차례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가 다시 무대에 선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사한다.

6월에는 러시아 태생의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가 2개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만난다. 20일과 21일에는 마케도니아 출신 피아니스트 시몬 트릅체스키와 28일과 29일에는 대만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과 협연한다.

7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 김은선이 라흐마니노프 프로그램을 들고 찾아온다. 교향곡 3번을 연주한 뒤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와 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8월에는 투간 소키예프가 포디움에 오른다. 소키예프는 프랑스 툴루즈 카피톨 국립관현악단과 러시아 볼쇼이극장 음악감독을 역임하고, 이달 빈 필하모닉 내한 공연을 이끈 명지휘자다.

프랑스와 러시아 레퍼토리에 강한 그는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라벨 편곡)을 들려준다.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협연한다.

9월 5일과 6일에는 7년 만에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추는 핀란드 지휘자 한누 린투가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와 협연하고, 13일에는 영국 고음악의 거장인 리처드 이가의 지휘로 플루트 연주자 김유빈이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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