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감성가곡] 별 헤는 밤(윤동주 시/조범진 곡/베이스 바리톤 김대영)

손영미 객원기자 승인 2023.11.22 17:14 | 최종 수정 2023.11.22 17:21 의견 0

어깨 위에 스웨터 하나 가볍게 걸치고 벗과 또는 연인과 오붓하게 듣고 싶은 곡으로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이 안성맞춤이다. ⓒ손영미 제공


[클래식비즈 손영미 객원기자(극작가·시인·칼럼니스트)] 우리들의 삶이 익듯 황금 들녘은 이제 만추로 잔잔히 곱습니다. 벌써 강가 오솔길에는 코스모스가 지고 아침저녁으로는 밤공기가 차 곧 겨울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비록 몸에 스치는 공기는 차지만 신선한 초겨울을 마주하며 감성가곡 이야기 시작합니다.

이번 11월 호 선곡으로는 어깨 위에 스웨터 하나 가볍게 걸치고 벗과 또는 연인과 오붓하게 듣고 싶은 곡으로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으로 준비해 봤습니다. 이 곡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애송시에 작곡가 조범진이 곡을 입혀 지난 2019년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곡입니다. 이후 꾸준히 연주되고 있습니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윤동주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중

유기농 테너 윤서준이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는 “윤동주 시를 사랑하고 무엇보다 그의 시는 현재 내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지점이 좋고, 시를 읽고 노래하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좋다”고 말합니다.

‘별 헤는 밤’은 1941년 11월 5일 윤동주가 지은 유작으로 친구 정병욱과 동생 윤일주가 1948년 정리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간본 31편 중 앞부분에 실린 시입니다.

이후 1955년 정음사에서 나온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증보판에도 실려 있습니다. 이 시는 주로 가을 이미지를 상징하며 과거 회상과 기억, 타향에서 느끼는 고독과 그리움을 말하며, 그 매개체는 ‘별’입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동시에 존재하는 별의 상징성과 구원의 이미지를 통해 시인은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 어머니 등을 통해 고향을 떠올리게 합니다.

고향하면 우리들에게도 절대적 존재로서 어머니가 있었듯이 시인은 고향 북간도에 있는 어머니를 그리며 현실을 극복하며 별을 헤이며 ‘덮어 버린 자신의 이름’ 앞에서 망국의 슬픔을 한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은 가을이고 곧 겨울이 올 것이며, 다시 봄이 오리라는 희망을 다지는 시” 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 시는 윤동주가 유랑하듯 떠도는 일제하 한국인의 회한을 잘 대변하며, 타향에서 겪는 극한 고독과 자기모멸을 시를 쓰며 견뎌내었으며, 새로운 희망을 기약하는 시인의 면모가 빛나는 시입니다.”--‘윤동주 시 깊이 읽기’(권오만, 소명출판, 2009) 중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생으로 1945년 2월 16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나라 전설적인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독립을 6개월 남짓 남겨놓고 숨졌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 28세였습니다.

몸에 흉터를 지니고 사는 사람처럼 시 속에서 그는 독립을 간절히 바라는 운명적 슬픔과 깊은 고뇌가 서려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시대 그는 별을 헤이며 밤의 돋보기가 되어 좌절된 청록빛 꿈을 세웠습니다.

가장 깊고 오래된 증언처럼 기록처럼 그는 그렇게 시를 토해내고 돌과 바람과 별을 몸에 새기고 구름처럼 바람처럼 떠나갔습니다. 이는 당시 대다수 문인들이 변절을 하거나 친일파로 돌아서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육사와 함께 시대와 맞서 싸워 이겨내었고 민족 시인으로 칭송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제 100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윤동주가 환생해서 이 곡을 다시 듣는다면 무슨 말을 할까요? 아주 흡족해 하겠지요. 청춘에게는 그 시대마다 짊어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가 있듯이 100년 동안 잠자던 별이 이제 사람들의 입을 통해 다시 헤어지니 그 별은 이제 무수한 기록들을 안고도 매끈하고 영롱한 곁을 내어줍니다.

부드럽고 감성 어린 크로스오버 연주자 베이스 바리톤 김대영의 연주입니다. 삶을 비껴 서듯 마주 선 감미로운 소리입니다.

그럼, 12월을기약하며 노래 속에서 간혹 밤하늘의 별도 헤이시고 가는 가을을 마음껏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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