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감성가곡]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이해인 시·김효근 곡/소프라노 정혜욱·김순영)

손영미 객원기자 승인 2023.08.29 16:55 | 최종 수정 2023.08.29 16:59 의견 0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이해인 시인의 작품에서 노랫말을 따 만들었다. ⓒ손영미 제공


[클래식비즈 손영미 객원기자(극작가·시인·칼럼니스트)] 장마와 무더위 속에서도 매미가 합창으로 노래하는 계절 8월입니다. 그 8월에 더위를 벗 삼아 깊은 계곡에서 야영을 즐겨도 좋고, 짙푸른 바닷가 해변에서 찰랑이는 파도를 안으며 부르는 감성가곡도 좋습니다. 오늘은 그 휴양지에서 정겨움을 더하는 노래로 연인 또는 친구, 가족에게 선물하기 좋은 곡으로 준비해 봤습니다.

<황홀한 고백>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환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이 시는 수녀이면서도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이해인 시인의 시로, 그의 시에 작곡가 김효근이 곡을 붙인 노래 ‘우리가 서로 한다는 말은’ 입니다. 처음 이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 계기는 김효근이 대학 때 첫사랑과의 프러포즈 곡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노래 ‘첫사랑’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때론 성가곡처럼 편안하고 안온한 마음을 갖게 하는 이 곡은 이해인 시인의 원제목인 ‘황홀한 고백’에서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이후 김효근이 작곡을 하면서 시의 마지막 구절을 따서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자락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 하늘이다

어둠속에서도 환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 크는 한마디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이라는 가정법을 써서 사랑한다는 말에 대한 무한 책임을 받는 느낌도 들지만 사랑하는 이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우려나듯 절실하게 전해지는 노래입니다.

이런 시와 선율을 듣고 어느 누가 그의 프러포즈를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잔잔히 스미듯 파고드는 마음의 불꽃,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 참으로 아름답고 무한한 사랑입니다.

소프라노 정혜욱의 첫 연주 소감입니다.

“김효근 선생님 곡들을 처음 접했을 때 모든 곡들이 너무 따듯하고, 제 마음속 깊은 곳에 순수함을 끌어내 주고, 단어 하나하나가 너무 예뻐서 그 단어들을 저의 소리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이 곡은 제게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했습니다. 멜로디와 가사가 딱 맞게 떨어져서 악보를 보자마자 암기가 되었고, 제 앨범 타이틀곡이 되었습니다. 저에겐 가장 애정이 가는 곡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란 삶의 의미이자 목적이요, 총체적인 목표다”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넉넉히 일상을 누리며 사람을 좋아하고,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공부를 즐겨야 한다고 합니다. 그곳에 아름다운 감성가곡이 있다면 우리는 정서적으로 더 행복할 것입니다. 소프라노 정혜욱의 곡에 대한 첫 소감처럼 감미롭고 편안합니다.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 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라는 오세영 시인의 말처럼 일상을 벗어나 잠시 쉬어가는 휴가철, 호젓이 자신만의 사색의 시간을 통해 우리가 더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연이어 감성가곡 품격을 더하는 목소리 소프라노 김순영의 연주입니다.

불면의 열대야를 지나 한줄기 소나기가 반가운 한낮, 그리운 사람들과 노래 속에서 더없이 넉넉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저는 9월을 기약하며, 녹음에 지쳐 가을을 준비하는 들판 속에서 가는 여름을 맘껏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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