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감성가곡] 꽃별(이경숙 시/임채일 곡/소프라노 김순영, 바리톤 송기창·소프라노 김성혜)

손영미 객원기자 승인 2023.09.12 14:54 의견 0
‘꽃별’이라는 노래 제목 자체만으로도 따스하고 예뻐서 마냥 청춘의 푸른 날들로 돌아가게 합니다. ⓒ손영미 제공


[클래식비즈 손영미 객원기자(극작가·시인·칼럼니스트)]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가을바람이 산뜻한 하루를 시작하게 합니다. 이번 9월에는 가을맞이 곡으로 최근 입에서 입으로 불리며 현대가곡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곡이 있어 소개합니다. 얼마 전에는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꽃별’ 가곡 드라마 음악극 주제곡이 되었던 노래이기도 합니다.

‘꽃별’이라는 노래 제목 자체만으로도 따스하고 예뻐서 마냥 청춘의 푸른 날들로 돌아가게 합니다. 어릴 적 청정한 밤하늘의 무수히 떨어지던 별들 속 청량한 꿈들을 다시 소환하며 꿈꾸게 만드는 곡입니다.

그럼 먼저 소프라노 김순영의 노래 들으며 가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바람이 불어와 내 곁에 머물다
가슴에 안기어 속삭여요
사랑의 말 나누며 얼마를 걸었을까
그래도 못다 한 말 채울 수 없는 목마름

그대는 아시나요 사랑 안에 시들지 않는
그대는 아시나요 당신 있어 내가 있음을
이제 꽃별이 쏟아져 영창 너머 흐르다
숲 새의 시냇물 되어 속삭여요

사랑의 말 나누며 얼마를 걸었을까
그대 맘 나는 몰라 애가 타는 내 마음
그대는 아시나요 사랑 안에 시들지 않는
그대는 아시나요 추억 속 깊은 행복을

흔들리는 그림자 다가오는 그 사랑
운명이 된 그 사랑 그 사랑
운명이 된 그 사랑 그 사랑
그대 사랑합니다

때묻지 않은 열정이 조건 없이 익어가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내 마음 속 가장 풋풋했던 자연 상태의 그 순수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속 깊은 노래입니다. 노래 가사 또한 도입부부터 마지막 연까지 모든 시가 곡에 선율을 말해줍니다. 그 감미로움은 때로 가요 같으면서도 나만의 독백 편지 같습니다.

‘바람이 불러와 내 곁에 맴돌다 가슴에 안기며 속삭여요’ 그 속삭임도 마지막에는 결국 사랑으로 끝이 납니다. ‘그대 사랑합니다’라고 서툰 고백처럼 가슴 가득 속삭입니다.

운명처럼 세월이 흘러도 별빛처럼 하나로 안기는 시간! 노래를 부르며 느끼는 연주자와 객석에서 듣는 관객의 가슴속에서 또 한 번의 여운으로 노래는 다시 태어나게 합니다. 그렇게 추억을 소환해 주는 별빛 사랑은 세상 끝 어디에서, 우주 정거장 어느 행성에서, 그대는 오늘도 정박 중일까요.

내 안에 꽃별을 찾아 떠다니던 꿈같은 지난날들. 그러나 시간은 무심히도 흘러갔지만, 여전히 가슴을 적시는 혼자만의 첫사랑! 그 첫 이름은 평생 운명처럼 함께 하며 여전히 우리들을 여리고 순하게 때로 사랑스럽게 만듭니다.

다음은 이경숙 신인의 시작 동기 인터뷰입니다.

“가곡의 활성화를 위해서 대중들에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고민 끝에 나의 첫사랑 얘기를 노래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가을밤, 노란 은행잎을 밟으며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가 그 옛적 첫 사랑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바로 그때 노래 가사를 쓰고 덧입혀 금방 시가 되었습니다. 이후 임채일 작곡가님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수줍은 마음으로 건네 드렸는데 이렇게 명곡이 탄생되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음은 임채일 작곡가의 작곡 배경 및 노래 작업 일화를 들어보겠습니다.

“‘꽃별’은 사단법인 서울예술가곡협회 이경숙 이사장님의 작시로 시인에게서 맨 처음 작곡 의뢰를 받아 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후 처음 시를 접했을 때 제목이 왠지 가곡과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아 제목을 바꿔볼까도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곡의 느낌이 제목처럼 ‘꽃별’이 되면 되지 않을까. 오히려 별 애호가들에게 깊이 각인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스승이신 작곡가 최영섭 선생께서는 국민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하셨던 때를 회상하면서 하신 말씀이 ‘내가 이 시를 한상억 시인에게서 받아보고 벽에 붙여놓고는 시도 때도 없이 읽기를 수백 수천 번 했는데 정작 곡은 하루 저녁에 다 써버렸다네’ 하면서 작곡을 하려면 일단 시를 수도 없이 읽고 또 읽어야 한다는 원칙을 저도 작곡 시에 늘 적용합니다. 더 나아가 시인과 자주 대화하면서 시의 배경, 쓰게 된 경위, 말하고자 하는 뜻 등등을 소상히 파악하고 기획을 하지요. ‘꽃별’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렇게 접근했습니다.”

위의 일화처럼 임채일 작곡가의 정성 어린 작곡 작업이 시인의 마음과 하나로 선율 고운 작품이 탄생 되었습니다.

‘사소한 것도 무시하지 않고 정성을 다하다 보면 정성스럽게 된다는’ 중용 23장의 곡능유성(曲能有誠)이라는 말처럼 지극한 정성과 긴 기다림이 울림이 된 노래입니다.

연이어 작곡가 장동인 편곡, 바리톤 송기창과 소프라노 김성혜의 듀엣 연주로 ‘꽃별’을 들어보겠습니다.

오늘도 자신의 내면에 한 모금의 샘물이 될 한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삶과 일상은 향기와 품격을 더하는 여유로운 날들이 될 것입니다.

그럼 감미로운 곡 ‘꽃별’ 에서 작년보다 더 넉넉한 가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10월에 선물 같은 선곡 안고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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