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 없어 오른손·왼손 따로 녹음해 통째로 외워 연주...‘기적의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

반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3월3일 첫 내한 독주회
바흐·쇼팽·드뷔시·라흐마니노프로 13년 만에 공연

민은기 기자 승인 2023.12.12 10:39 의견 0
앞을 보지 못하는 일본의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가 내년 3월 3일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일본의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는 1988년생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선천성 소안구증으로 시각장애를 앓았다. 두 살 때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장난감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네 살부터는 본격적으로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발전시켜왔다.

2005년 그는 첫 국제 콩쿠르로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선택했다. 이 큰 무대에서 그는 최연소의 나이로 당당히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심상치 않은 천재의 연주를 세계 클래식 관객들에게 각인시켰다.

2009년은 완벽한 그의 해였다. 미국의 권위 있는 피아노 콩쿠르인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 참가했다. 경이로운 연주력과 표현력으로 심사위원단을 포함한 세계인의 마음을 빼앗아 중국의 장 하오첸과 공동 우승을 차지하며 그의 음악 인생 드라마의 아주 큰 업적을 이루어냈다.

경연장에 부축을 받으며 등장했고, 작품의 중간 쉬는 부분에서도 건반에서 손을 떼지 않는 등의 모습은 다른 참가자들과 다른 그의 상황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피아노 앞 연주력만큼은 다른 참가자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거침없는 테크닉을 구사함과 동시에 경이로운 표현력으로 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린 연주는 노부유키에게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걸어주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경연의 최종 결선 무대에서는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 그리고 지휘자와 함께 호흡하는 협주곡을 연주해야 했기에 앞을 볼 수 없었던 그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었으나 노부유키는 침착하게 지휘자의 숨소리를 들어가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완벽하게 연주했다.

시상식을 마친 뒤 반 클라이번은 “그는 정말 기적적이었습니다. 그의 연주는 마음을 치유하는 신성한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일본의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가 내년 3월 3일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노부유키의 음악 활동은 그를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점자 악보로는 많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어 오른손과 왼손이 따로 녹음된 음악을 듣고 이를 통째로 외우는 방식으로 연주를 한다.

그는 동시에 작곡가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12세의 어린 나이에 자작곡 ‘Street Corner of Vienna’를 연주하며 작곡에도 재능을 보인 그는 이후 다양한 일본 영화 및 드라마 주제곡을 작곡했다.

또한 2011년 작곡한 일본의 ‘쓰나미 희생자들을 위한 비가’를 공연의 앙코르곡으로 연주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이 때 눈물을 흘리며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 상에서도 큰 화제가 되며 세계인들의 애도와 공감의 눈물을 자아내기도 했다.

2012년에는 ‘일본 영화 비평가 대상·영화 음악 아티스트상’을 수상하며 천부적인 재능을 입증했으며, 노부유키가 가진 내면의 깊이와 진정성으로 가득 찬 그의 음악은 패럴림픽 등 다양한 행사에도 사용되며 현재까지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함께 입상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준우승)과 함께했던 2011년 공연 이후 국내 무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노부유키가 무려 13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난다. 내년 3월 3일(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신은 그의 눈을 가져갔지만 가장 위대한 피아노 작품들을 아우를 수 있는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재능을 주셨습니다.”(메나헴 프레슬러) “연주자와 음악이 하나로 느껴진 진귀한 공연”(옵저버) 이런 뛰어난 찬사를 받는 노부유키의 아름다운 연주가 내년 3월 진한 울림으로 관객을 찾아온다.

공연의 1부는 고도의 테크닉과 예술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으로 시작해 노부유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작곡가인 쇼팽의 ‘즉흥곡’ ‘환상 즉흥곡’으로 구성됐다. 정교하고 우아한 작품들을 노부유키의 품격 있는 연주로 전달한다.

2부에서는 드뷔시의 ‘판화’로 작품 자체가 가진 짙은 색채를 그만의 방식으로 조화롭게 풀어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은 노부유키와 떼어놓을 수 없는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악흥의 순간’으로 화려하게 장식한다.

티켓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가격은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B석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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