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훈 ‘그의 유령 같은 고독 위에서’ 아시아 초연...서울시향 ‘베토벤 합창교향곡’으로 아듀 2023

얍 판 츠베덴 지휘로 12월 21·22일 공연
서선영·김우경 등 인류의 화합 노래 뭉클

유럽에서 왕성한 활동 젊은 작곡가 신동훈
​​​​​​​“예이츠·알반베르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민은기 기자 승인 2023.12.13 17:04 의견 0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오는 21일과 22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2023년 시즌을 마무리한다. 사진은 지난해 김선욱 지휘로 열린 서울시향의 합창 공연. ⓒ서울시향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실내악 시리즈 5탄’과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으로 2023년을 마무리한다. 특히 합창 교향곡 연주에 앞서 유럽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젋은 작곡가 신동훈의 신작 ‘그의 유령 같은 고독 위에서’를 아시아 초연한다.

서울시향은 16일(토)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2023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V: 체코의 작곡가들’로 올해 마지막 실내악 공연을 펼친다. 서울시향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가 지휘를 맡아 체코 작곡가의 작품 세 곡을 연주해 체코의 민속 리듬과 보헤미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무대로 꾸민다.

공연의 서막을 여는 곡은 마르티누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파르티타다. ‘파르티타’ 혹은 ‘모음곡 1번’은 마르티누가 파리에서 활동하던 1931년에 쓴 곡으로 전체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활기차고 밝은 서정성과 부단히 움직이는 리듬이 돋보이는 신바로크풍 작품이다.

이어 두 번째로 요세프 수크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연주한다. 수크의 대표작으로 그의 작품 상당수가 감상성을 띠고 있음을 알아차린 스승 드보르자크의 권유로 작곡했다. 전체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밝고 감미로우며, 활기찬 분위기와 역동성이 잘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천부적인 선율 작가 드보르자크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레나데를 들려준다. 드보르자크의 곡 가운데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로 천재성이 발휘된 걸작이며, 풍부하지만 명료한 짜임새가 인상적이다. 현악 앙상블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선율과 낭만적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오는 21일과 22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2023년 시즌을 마무리한다. 사진은 지난해 김선욱 지휘로 열린 서울시향의 합창 공연. ⓒ서울시향 제공


서울시향은 21일(목)과 22일(금)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2023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두 차례 개최한다. 2008년부터 서울시향의 송년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은 가장 빠르게 매진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올해도 일찌감치 매진 기록을 세웠다.

이번 공연에서는 ‘합창’ 교향곡에 앞서 서울시향이 LA 필하모닉, 밤베르크 심포니와 공동으로 위촉한 신동훈의 ‘그의 유령 같은 고독 위에서’가 아시아 초연된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젊은 작곡가 신동훈이 예이츠의 시 ‘1919년’과 작곡가 알반베르크에게 영감을 받은 표현주의적인 곡이다.

곡의 제목은 예이츠의 해당 시 첫 번째 연에서 인용했으며, 예이츠가 시에서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순환”이라고 썼듯 그 화성 주제를 토대로 조성과 무조성 그리고 선법의 체계를 넘나든다.

작곡가가 시를 읽으면서 떠올렸던 수많은 것 중 하나는 알반베르크가 비슷한 시기에 썼던 3개의 오케스트라 곡이었다. 두 예술가는 시와 음악을 통해 비슷한 주제와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신동훈은 “절망적인 세상에서 낭만을 노래했던 시인과 작곡가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작품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2부에서는 내년 1월부터 음악감독 임기가 시작되는 얍 판 츠베덴과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성악가 소프라노 서선영,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김우경, 베이스바리톤 박주성, 그리고 국립합창단과 고양시립합창단이 서울시향과 함께 합창 교향곡으로 감동이 넘치는 환희의 무대를 선보인다.

2023년 서울시향 정기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교향곡 9번 ‘합창’은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클래식 작품이자 베토벤이 남긴 최대 역작으로 베토벤이 53세 때 쓴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베토벤은 교향곡에 처음으로 성악이 가미된 파격적인 구성을 선보였으며 이후 브람스, 브루크너, 말러 등 후대 작곡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작품은 1824년 완성되어 빈의 케른트너 극장에서 초연됐고, 당시 청력을 잃어가던 베토벤이 청중의 갈채를 알아채지 못하자 알토 독창자 카롤리네 웅거가 주의를 환기해 주어 베토벤이 환호에 답례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지기도 한다.

특히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에 담긴 자유와 화합, 인본주의, 그리고 유토피아를 향한 이상주의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은 호응을 얻으며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전 세계 오케스트라의 연말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의 백미는 4악장이다. 4악장에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독창자 1명씩과 혼성 합창이 출연하는데, 이는 교향곡에 처음으로 성악이 가미된 사례다. 가사는 독일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계몽주의적 시 ‘환희(기쁨)에의 송가’에서 가져왔다.

휴머니즘의 승리를 선언하는 4악장은 앞 3개 악장의 주선율이 회상되지만 이를 부정하는 듯한 음형이 차례로 나타난 뒤 사라진다. 저음 현에서 희미하게 등장하는 환희의 주제가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로 확산되고, 솔리스트들의 사중창과 합창단의 소리가 더해지며 절정에 달한다. 인류의 희망과 화합, 숭고한 기쁨의 노래를 찬미하는 베토벤 ‘합창’ 교향곡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관객들에게 뜻깊은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티켓은 좌석 등급별 1만~15만원이며, 서울시향 누리집과 콜센터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서울시향 누리집 회원은 1인 4매까지 10% 할인받을 수 있고, 만 24세까지 회원은 본인에 한해 40%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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