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손민수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연말이 되면 공연계는 베토벤 합창을 비롯한 송년 음악회, 대규모 음악회들이 주를 이룬다. 우연히 SNS를 통해 원주에서 열릴 동서양의 화합 협주를 알게 됐다. ‘파보리챔버오케스트라’와 ‘휘안(강원감영국악예술단)’의 협업 공연이다. 국악기로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보니 다른 그 어떤 연주회보다 궁금했고 한걸음에 달려가 보았다.
지난해 12월 3일 백운아트홀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객석도 서울의 공연장과 다르게 여유가 있었다. 지방 민간 오케스트라의 어려움이 확실히 느껴진다. 모든 공연이 서울로 몰리는 상황 탓만 할 수는 없지만 관객을 확보하는 것은 지방 민간 오케스트라단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벤트성 공연과 대규모 공연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공연예술에 대해 저변확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편식은 심화한 듯하다. 지방 민간 오케스트라단도 뛰어난 실력을 갖춘 단체가 많아져야 한다. 그것은 곧 지원의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지원과 연주를 통해 실력이 길러져야 하며 그에 못지않은 고정관객의 확보가 따라야 한다.
이번 공연에 연주되는 5개의 작품은 모두 서순정 작곡가가 작곡한 곡으로 구성돼 있다. 파보리챔버오케스트라의 길주영 지휘자와 서순정 작곡가는 원주 태생으로 고교 동창이다. 서로 합심해 원주와 강원도 지역문화 발전에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첫 곡과 마지막 곡은 이번 연주를 위해 새로 작곡된 초연 곡이며 나머지 세 곡은 이번 공연을 위해 수정된 작품이다. 가야금 이영, 피리 김성훈, 민요 김아령이 힘을 보탰다.
첫 곡은 ‘강원 아리랑 판타지’였다. 강원도의 아리랑을 주제로 작곡된 곡이다. 처음은 키보드를 통한 오르간 소리가 함께하여 웅장함이 느껴졌지만 중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리랑’이란 소재 자체가 늘어지기 쉽지만 다른 악기들에서 리듬을 좀 더 살려주면 좋았을 것 같다.
두 번째 곡은 25현금 협주곡 ‘뱃노래’가 연주됐다. 기존에 창작된 곡을 보완해 연주했다. 25개의 현으로 되어 있는 만큼 더 넓은 음역과 하프를 연주하듯 다양한 아르페지오가 인상적이었다. 25현금의 아르페지오 위에 플루트와 오보에의 소리가 얹어지는 부분은 참 조화롭게 어울렸다. 카덴자가 들어가기 전 오케스트라와 솔로가 몰아치다 끝나는데 종지와 같이 진행되고 포르테로 짧게 음이 끝나다 보니 객석에서 박수가 나오는 상태에서 카덴자가 시작됐다. 여기서 템포의 변화 등을 주어 연결됨을 알렸으면 좋았을 듯했다.
세 번째 이어진 곡은 메나리 주제에 의한 피리 협주곡 ‘청적상화’로 원작과 조금 다르게 편곡이 됐다. 첫 리듬에 관악기들이 나오는데 리듬들이 뭉개어져 시작됐지만 바로 피리가 받아 나오면서 안정이 돼 피리의 음색을 살리며 연주됐다. 이후 피리의 긴 카덴자를 통해 피리 소리의 다양함과 피리란 악기의 매력을 보여준 연주였다.
이어진 곡은 ‘아리랑 연가’로 오케스트라와 장구의 반주가 두드러진 가운데 구성진 소리로 연주됐다. 후반부에서는 박자의 늘임을 통한 변화가 있었는데 소리꾼의 역량이 드러나는 편곡이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마지막 곡은 ‘관현악을 위한 강원의 화합’이 연주됐다. 이 곡도 이번 연주를 위하여 작곡된 곡으로 초연 작품이었다. 팀파니를 시작으로 오케스트라가 연주된 후 팀파니의 리듬에 따라 국악기들이 연주를 시작했다. 다양한 리듬의 변화 속에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으나 중반쯤부터 불안한 연주가 되었다. 마이크로 인한 특정 파트의 불협들이 들렸고 리듬이 꼬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뭔가 미완의 느낌의 마지막 곡이었다.
이번 연주회는 무대 위의 음향반사판 없이 오픈된 무대로 구성되어 마이크 음향이 들어가야만 하는 구조였다. 그러다 보니 스피커를 통한 인위적 소리로 공연 전체를 감상해야만 했다. 녹음에서는 괜찮겠지만 객석에서는 특정 악기들의 소리가 부각되기도 하고 부각되어야 할 악기가 묻히기도 했다. 가끔은 귀가 아픈 음향이었다. 국악기 편성이 악기별로 한 명씩 구성되어 사운드상 마이크가 필요했지만 오히려 반사판을 사용하고 부족한 악기만 살짝 증폭시켰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지휘자 길주영의 깔끔한 지휘로 연주된 ‘파보리챔버오케스트’라는 강원도 유일의 민간 전문 음악 연주단체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방 오케스트라 특히 민간 오케스트라의 어려움이 느껴졌다. 적은 지원 속에 연주자의 구성도 쉽지 않다. 대부분 공연 때 모여 잠깐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실정이다.
이번 연주도 초연곡이 두 곡이고 새로운 시도다 보니 충분한 연습이 필요했으나 그렇지 못한 것이 보였다. 어쩌면 시간과 좀 더 큰 재정적 지원이 있었다면 더 나은 공연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각 문화재단을 비롯해 공연을 지원하는 곳에서 선심성, 일회성 공연을 지원하는 것 보다 가능성 있는 단체에 충분한 지원을 하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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