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이윤지 “개인적 사연 깊은 봄노래 대방출...‘봄의 날개 위에’ 행복 충전 선물”

3월19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서 리사이틀
슈베르트·멘델스존·슈트라우스2세의 곡 준비

“3월에 딱 맞는 한국가곡 ‘클릭! 봄날’ 발견
연습실 100% 행복을 1000%로 만들어 전달”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2.28 12:05 | 최종 수정 2024.02.29 10:26 의견 0
소프라노 이윤지가 오는 3월 19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봄의 날개 위에’라는 타이틀로 리사이틀을 연다. ⓒ이윤지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무슨 노래를 부를까 프로그램을 구성하다 보니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곡들이 많더라고요.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트라우스 2세, 정덕기 작곡가의 작품을 골랐어요. 연습할 때마다 새싹이 움트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어요. 그래서 아예 ‘봄의 날개 위에’라고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소프라노 이윤지가 봄 향기 물씬 풍기는 노래를 대방출하며 리사이틀을 연다. 청아한 음색과 섬세하고 풍부한 표현력으로 깊이 있는 음악을 선사하는 그는 3월 19일(화)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팬들을 만난다. 지난 독창회(2021년 8월)는 ‘사랑의 시(Poetry of Love)’라는 제목이었는데, 이번에는 계절에 주목했다.

이윤지는 28일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 때문에 우리 모두 몇 년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봄이 더욱 소중한 시간으로 다가온다”라며 “암울한 시기를 겪었지만 역시 봄은 ‘희망’과 ‘새로움’을 선사하다. 제 노래와 함께 아름다운 3월을 맞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봄의 전령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공연 포스터가 눈에 확 띈다. 성악가 얼굴을 크게 넣은 일반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클로드 모네의 ‘푸르빌 절벽 위의 산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화사한 봄날, 키 낮은 꽃들이 만발한 절벽 위에서 두 여인이 흰 구름 떠있는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을 담았다. 그는 “공연 제목을 달고 보니 모네의 그림이 번뜩 떠올랐다”며 “이 풍경화처럼 멋진 봄날을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소프라노 이윤지의 리사이틀 포스터는 클로드 모네의 ‘푸르빌 절벽 위의 산책’을 전면에 내세워 화사한 봄분위기 가득한 노래를 선곡했음을 강조했다. ⓒ이윤지 제공


봄의 정취 가득한 곡을 1순위로 선곡했지만, 사실 곡마다 개인적 사연도 겹쳐있다. 1부 공연의 문을 여는 프란츠 슈베르트의 ‘바위 위의 목동(Der Hirt auf dem Felsen, D.965)’은 카네기홀에서 부른 노래다. 이윤지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애나 음악대학 석사와 매네스 음악대학 전문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매네스 음대에 재학 중일 때 학교 대표로 뽑혀 꿈의 무대인 카네기홀에 서게 됐어요. 그때 ‘바위 위의 목동’을 불렀어요. 이 곡은 클라리넷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홀로 산속에서 생활하는 목동의 유일한 친구는 메아리밖에 없어요. 클라리넷이 메아리 역할을 맡고 있죠. 러닝 타임이 12분 정도인데 노래가 전개되는 동안 자연스럽게 회화적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후반부에는 속도가 빨라지는데 사랑을 기다리는 목동의 두근두근을 아주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든든한 파트너 2명이 힘을 합쳐 설레는 봄을 준비한다. 피아니스트 이영미와 클라리네티스트 김우연이 이윤지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맞이하는 알프스 목동을 서울 광화문 한복판으로 데려온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6개의 노래(6 Gesange, Op.34)’ 중 ‘노래의 날개 위에’ ‘봄의 노래’ ‘줄라이카’ ‘일요일의 노래’ 등 4곡을 부른 뒤, 이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Fruhlingsstimmen, Op.410)’를 들려준다. ‘봄의 소리 왈츠’는 봄의 시그니처 곡 중 하나로, 이윤지의 목소리를 타고 쿵짝짝~ 쿵짝짝~ 봄의 선율이 춤을 추며 다가온다.

고난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이윤지도 그랬다. 인디애나 음대 졸업 후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중 목을 심하게 다쳤다. 노래를 부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중요한 오디션을 봐야 하는데 3~4개월이 지나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음악 인생이 끝나는가’ 고민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그때 ‘기적’을 경험했다. 그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갑자기 소리가 펑 터졌다”라며 “헤쳐 나가지 못할 시련은 없다는 긍정적 마인드를 얻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2부에서는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 나오는 ‘그리운 그 이름(Caro nome che il mio cor)’을 연주한다. 그는 “순진한 질다가 만토바 공작을 만나고 와서 핑크빛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부른다”라며 “질다의 가슴은 화사한 봄기운이 빼곡하다”고 말했다. 진짜 이름을 숨긴 채 괄티에르 말데라는 엉터리 이름을 알려준 바람둥이에게 반한 ‘질다 이윤지’. 봄바람 난 처녀의 떨리는 첫사랑이 벌써 기대된다.

소프라노 이윤지의 리사이틀에 피아니스트 이영미(왼쪽)와 클라리네티스트 김우연이 함께 한다. ⓒ이윤지 제공


이윤지는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하고 자주 불렀지만, 본격적으로 성악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말부터다. 늦깎이다. 입문 동기가 재미있다. 치맛바람이 아닌 ‘넥타이 바람’의 힘이 컸다.

“아버지께서 엄청난 성악 애호가입니다. 의대를 다니셨는데 늘 음대 강의실을 기웃거리셨다고 하세요. 제 목소리를 듣고는 ‘너는 재능 있다’라며 노래 테스트를 받게 했어요. 가능성을 엿보고는 음대 진학을 권유하셨죠. 물론 저도 싫지는 않았어요. 아빠의 열정이 노래하는 이윤지를 만든 셈입니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프랑스 작곡가 세실 샤미나드의 곡도 준비했다. ‘전원시’ ‘포로가 된 사랑’ ‘보석함’ ‘여름’ 4곡을 들려준다. 그는 “한번 들으면 100% 반하는 곡들이다. 귀에 쏙쏙 박히는 귀엽고 예쁜 노래다”라며 “팬들에게 새로운 곡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고 말했다. 멜로디(프랑스 예술가곡) 뽐내는 고막여친으로의 변신을 벼르고 있다.

“한국 가곡 중 봄 시즌에 가장 많이 불리는 곡이 ‘꽃구름 속에서’입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불리다보니 참신성이 떨어져요. 새로운 곡을 하고 싶었어요. 열심히 찾다보니 눈이 번쩍 뜨이는 곡을 발견했죠. 이번에 무대에서 처음 불러봅니다.”

이 노래가 바로 정덕기의 ‘클릭! 봄날’이다. 문현미 시인의 감각적 노랫말이 귀에 착착 감긴다. 봄노래 단골 레퍼토리로 만들겠다는 각오도 살짝 드러냈다. 안정준 작곡가의 ‘아리 아리랑(서울 아리랑)’도 부른다. 오페라 아리아 뺨치는 힘든 노래지만 우리의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어 초이스했다.

“저는 무대에서 공연할 때만큼 혼자 연습할 때도 행복해요. 목소리가 점점 다듬어 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 희열이 훨씬 더 커요. ‘공부는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딱 그런 깨달음을 얻어요. 연습실에서 제가 느끼는 100% 행복을 객석의 팬들에게 1000%로 전달할게요. 행복 충전하러 꼭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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