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송인호 객원기자] 언젠가 국립합창단 공연을 보러 간적이 있다. 깜짝 놀랐다. 상감마마가 무대 위로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임금님 복장을 하고 합창을 할까’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게 아니라 연기를 한다. 창작합창서사시 ‘훈민정음’ 공연의 한 장면이다. 사극처럼 임금이 곤룡포를 입고 등장해서 공연을 하는 것은 국립합창단으로서는 파격적인 일이다.
이뿐만 아니라 합창공연에 영상이 뿌려지고 배우가 나와 독백을 하는 등 합창공연으로서는 상상 이상의 파격적인 무대를 만들어 내 많은 다른 단체들이 따라 하기 바빴다. 이렇게 멋진 공연을 해 낸 인물이 바로 윤의중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이다.
그는 올해 1월부터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 윤 감독은 가만히 앉아 있는 성격이 못된다. 쉴 새 없는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매번 열정적으로 일하는 스타일의 그가 인천시립합창단에 자리 잡고 또 어떤 새로운 일을 해 낼지 궁금하다. 지난 12일 아트센터인천에서 취임연주회 겸 제185회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그를 만났다.
-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취임을 축하한다. 취임 후 첫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연습 분위기가 어떤가.
“상당히 좋습니다. 단원들도 저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저 또한 인천시립합창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윤학원 지휘자)께서 인천시립합창단 지휘를 오랫동안 하시면서 기본 틀을 잘 다져 놓으셨거든요. 그 덕분에 제가 좀 수월합니다. 이번 4월에 공연을 앞두고 단원들이랑 호흡을 맞춰 봤는데 아주 만족합니다.”
- 국립에서 지휘를 하다가 어떻게 보면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인천에서의 지휘는 감독 스스로의 만족감이 중요하다고 본다. 본인은 어떤가.
“인천은 수도권에서 가장 큰 도시입니다. 절대 만만하게 여길 곳이 아닙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제가 국립에 있어봐서 차이점을 말한다는 게 부담스럽지만 국립에 비해서 전혀 손색이 없는 합창단입니다. 인천시립합창단은 국립합창단이랑 또 다른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여타 시립합창단에 비해서 외국 초청공연을 많이 갔다 왔습니다. 오히려 국립합창단보다 더 많이 간걸로 알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인천시립합창단이라고 하면 엄지 척 할 정도입니다. 이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아버지가 오랫동안 기틀을 단단히 다져 놓은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아버지의 족적의 크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뭘 해 볼려고 해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혹여 아버지가 쌓아놓은 명성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 첫 취임 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공연준비는 잘 되고 있나.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첫 취임 연주회이다 보니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어깨가 좀 무겁습니다. 그래도 최고의 합창 연주를 보여드리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주회는 미국 작곡가 제이크 루네스테드의 작품으로 2020년 그래미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The Hope of Loving(사랑의 소망)’과 ‘Let My Love Be Heard(내 사랑에게 들려주오)’ 2곡이 연주됩니다. 이 곡은 무반주 합창곡입니다. 오롯이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들려주는 정말 순수의 노래로 색다른 감동을 줄 것 입니다. 지금 지구촌 곳곳에는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그 뜻을 담고 있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혜영 상임작곡가의 봄과 그리움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곡(‘부끄러움’ ‘무언으로 오는 봄’ ‘못잊어’)으로 서정성을 담뿍 담고 있는 노래를 들려줄 것 입니다. 그밖에 흑인영가의 노래도 들려줄 것 입니다.”
- 이전 국립합창단에서는 새로운 작곡과 새로운 공연 스타일을 통해 합창의 획기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로인해 다른 많은 합창단이 국립합창단 따라 하기가 생겼다. 인천에서는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가.
“인천은 제 고향이기도 합니다. 저희 아버지가 이북 황해도 출신인데 6·25이전에 인천으로 내려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갑니다. 인천이 개항도시로 외국 문물이 더 빨리 들어온 곳이기도 합니다. 원래 합창은 기독교에서 찬양 형태로 시작돼 발전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인천이 유독 합창의 역사가 깊습니다. 일단 정기공연은 조금씩 변화와 발전을 시켜 해 나갈 것입니다. 일단은 제가 국립합창단에 있으면서 엄청난 영광을 누렸기 때문에 이것을 되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공연을 투트랙으로 갈 계획입니다. 정통클래식과 창작, 그리고 시민들이 좋아할 대중성 즉 재미있는 합창을 할 생각입니다. 합창으로 영화음악도 들려주고 심지어 가요까지 부를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는 시립합창단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우선 입니다. 인천시민들이 좋아해야 합니다. 그래서 쉽게 자주 합창공연에 와서 편히 즐기고 돌아가도록 할 것 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올 9월에는 제10회 인천대합창축제가 있습니다. 10년된 행사죠. 저희 아버지가 아마추어 동네 합창단을 만들기 시작해 축제를 열었습니다. 이게 지금은 1500여명이 참가합니다. 어마어마합니다. 인원이 많다보니 3일간 축제를 합니다. 우선 이것을 더 확장시켜 세계적인 국제합창축제를 만들 계획입니다. 그리고 올 가을에는 조혜영 작곡가의 창작곡으로만 연주할 계획도 있습니다. 조혜영 작곡가는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뛰어난 작곡가입니다. 사실 제가 국립합창단에 있을 때 같이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여건상 못했는데 이번에 인천시립에서 함께 작업을 하게 돼 기쁩니다. 멋진 창작곡으로 여러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것입니다.”
/classicbiz@classicbiz.kr
저작권자 ⓒ ClassicBiz,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