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고야-나폴레옹으로 연결된 낭만주의...박정양·최유리 교수 ‘이색 통합예술서’ 출간

마일로 월드 등 4인 공저 아마존 1위 책 번역
‘서양의 시각예술과 음악, 그리고 역사’ 선보여

르네상스·인상주의·모더니즘 등 14개 챕터 정리
명화·건축물·음악 등 QR코드 한권에 담아 유용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5.15 08:22 | 최종 수정 2024.05.15 08:47 의견 0
삼육대 박정양 교수(왼쪽)와 최유리 교수가 아마존 통합예술서 분야 독보적 1위인 ‘서양의 시각예술과 음악, 그리고 역사’를 번역해 출간했다. ⓒ수문당 제공


#1. 낭만주의 시대(The Romantic Period)는 일반적으로 1800년에서 1900년까지를 이른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는 모두 우리 귀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베토벤, 파가니니, 로시니, 슈베르트, 베를리오즈, 멘델스존, 바그너, 베르디, 슈만, 브람스, 무소르그스키, 드보르자크, 푸치니, 말러, 시벨리우스 등이다. 모두 한번쯤 들어본 이름들이다.

독일 본에서 태어난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은 낭만주의 시대의 앞부분을 살았다. 작곡 활동은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된다. ‘초기’는 대략 1802년(‘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쓴 해)까지로, 이 당시 작품은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영향을 받았다. 고전시대(1750~1800)에도 한발을 담그고 있었던 셈이다. ‘중기’는 1802년에서 1815년(청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해)까지다. 이 시기에 교향곡 3번 ‘영웅’을 작곡(1802~1804)했는데 진정한 낭만주의적 특징이 나타났다. 그는 표현이 강해져야 할 때마다 고전주의의 구속에서 벗어나 새 길을 모색했다. 교향곡 3번은 원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헌정했으나, 그가 황제에 등극(1804)하자 헌정을 파기한 일화를 가지고 있다. 베토벤은 그 후 난청이 심해져 아예 들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작곡을 통해 더욱 자신을 드러내야 했기에 ‘후기’(1815~1827) 작품들은 그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됐다.

#2.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는 스페인의 위대한 화가다. 베토벤보다 24년 먼저 태어났고, 1년을 더 살았다. 탁월한 상상력과 뛰어난 기술을 가졌으며, 감정이 가는대로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용기를 앞세워 다양한 주제를 자유자재로 그렸다. 작품에는 세밀한 초상부터 폭력적인 장면까지 다양한 테마가 담겨있다. 그는 예술이 단순한 오락이나 장식을 넘어서 도덕적 문제를 탐구해야 한다고 믿었다.

1808년, 프랑스의 스페인 침공을 배경으로 한 강간과 폭력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판화 작품 ‘전쟁의 참사’(1814) 시리즈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전쟁의 고통과 비극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고야는 그림을 통해 감정을 강하게 전달하며, 물리적인 사실만을 중시하지 않고 주관적인 해석을 통해 감정의 깊이와 강도를 높였다.

#3. 건축분야에서 낭만주의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스타일은 별도로 없었다. 19세기에 세워진 건축물은 주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과거의 스타일을 되살려 만든 것으로 ‘부흥주의 건축(Revivalist Architecture)’이라고 칭할 수 있다. 장 루이 샤를 가르니에(1825~1898)가 설계해 1861년부터 1874년까지 지은 파리 오페라 극장(설계자의 이름을 붙여 ‘오페라 가르니에’라고도 한다)이 부흥 건축의 대표적 사례다. 내부와 외부에 걸쳐 화력한 조각과 장식이 가득해 ‘네오바로크 양식’으로도 불린다. 건물의 화려함은 산업혁명을 거치며 부유하고 강력해진 당시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했다.

삼육대 박정양 교수와 최유리 교수가 아마존 통합예술서 분야 독보적 1위인 ‘서양의 시각예술과 음악, 그리고 역사’를 번역해 출간했다. ⓒ수문당 제공


최근 출간된 번역서 ‘서양의 시각예술과 음악, 그리고 역사’(수문당)에는 이처럼 서양의 음악, 회화, 건축, 조각의 전통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미술 또는 음악의 역사 서술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리스와 그 이전 시대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중요한 시기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입문서며, 또한 예술이 그 시대와 장소의 사회 문화적 상황을 어떻게 반영하고 스타일을 형성하는지를 보여준다. 낭만주의 정신이 ‘베토벤’ ‘고야’ ‘파리 오페라 극장’ 등을 통해 구체화되는 사례에서 보듯 종합적인 예술을 다루고 있다.

‘서양의 시각예술과 음악, 그리고 역사’는 음악학·미술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마일로 월드, 에드먼드 사이클러, 게리 마틴, 제임스 밀러 등이 공저한 ‘An Introduction to Music and Art in the Western World’를 번역한 책이다. 지난 1995년 첫 출간된 이래 10판에 이르는 동안 아마존 통합예술사 분야에서 독보적 1위를 기록해오고 있다. 박정양 삼육대 대학원 통합예술학과 특임교수(글로벌예술영재교육원장)와 최유리 삼육대 통합예술학과 예술경영 겸임교수가 번역해 출간했다.

박정양 교수는 “최근 인문학을 향한 관심은 순간의 트렌드를 넘어 시대의 지적 욕망이 되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회화, 조각, 건축을 아우르는 시각예술과 서양 음악의 역사가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는 이 책은, 예술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읽는 즉시 서양 예술사에 관한 지식과 안목의 길잡이가 되어 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책의 두께는 두툼하지만 본문에 삽입된 QR코드를 활용해 온라인 갤러리에서 명화와 악보 등을 살펴보고, 두 교수들이 선별한 최신 공연 실황을 고품질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다. 베토벤 교향곡 3번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로 들을 수 있으며, 고야의 ‘전쟁의 참사’도 진짜 미술관에 온 듯 고화질로 볼 수 있다.

최유리 교수는 “원서에 담긴 수많은 회화와 건축, 조각, 스테인드글라스뿐 아니라, 악보 예제의 음악 작품들을 라이브 공연 위주로 선별해 QR코드로 삽입했다. 방대한 작업이었지만, 글을 읽고 작품을 감상 하는 동시에 음악을 들으며 통합 예술에 대한 시각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정양 교수와 최유리 교수는 책의 첫 장에 ‘한 권의 책으로 서양의 시각예술과 음악사를 꿰뚫는 통찰력을 기른다’라고 적었다. 마지막 쪽까지 다 읽으면 당신 머리 속으로 전 세계의 갤러리와 건축물, 그리고 실황 공연이 들어오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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