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끊겼다고 멈출수는 없다”...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 똘똘 뭉쳐 5개 작품 공연

예산부족에 지난해 8편서 올해 5편 규모 축소
전막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나비부인’ 공연
​​​​​​​신선섭 단장 “내년부터 예술감독제 등 도입”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5.23 17:38 의견 0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2024 제15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경태 오페라팩토리단장, 이정은 더뮤즈오페라단장, 신선섭 조직위원장,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장, 강민우 누오바오페라단장.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대작 중심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작품을 준비했다.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지 구분이 없다. 피가로, 수잔나, 백작 부인, 케루비노 등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특이한 오페라다. 신인 오디션 공모를 통해 샛별들을 대거 발탁한 점도 감상 포인트다.”(강화자베세토오페라단 강화자 단장)

“내년에 오페라단이 20주년을 맞는다. 그래서 무거운 것 대신에 살짝 가벼운 것으로 접근했다. 원래는 초초상의 집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나가사키 항구 전체로 이야기의 범위를 넓혔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처럼, 스즈끼·본조·고로 등 각자의 삶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누오바오페라단 강민우 단장)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과 푸치니 ‘나비부인’이 ‘2024 제15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2010년부터 해마다 예술의전당에서 관객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는 오페라페스티벌은 올해 갈라 콘서트 1편, 대형 전막 오페라 2편, 소극장 가족·어린이 오페라 2편 총 5개 단체의 5개 작품을 준비했다.

대한민국오페라축제추진단은 23일 예술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5월 25일(토)부터 7월 7일(일)까지 공연하는 작품들을 공개했다.

행사가 열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모두 8편의 작품이 공연됐지만 올해 5편으로 줄었다. 예산 부족 탓이다. 그동안 오페라 페스티벌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장르대표 지원사업으로 지정돼 해마다 4억50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지원사업 대상에서 탈락하면서 개별 오페라 단체들이 지원금 없이 사비를 들여 행사에 참여했다. 정부지원금이 끊기면서 일부 단체가 불참했고, 여기에 국립오페라단마저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행사 규모가 아쉽게 축소됐다.

대한민국오페라축제추진단 신선섭 조직위원장은 “정부 지원을 못받는다고 해서 15년을 이어온 행사를 멈출 수는 없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오페라는 450년이 넘은 문화유산이다. 문화유산은 즐기라는 것도 있지만 지키라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순수 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이번에 노력해서 오페라의 저변이 확대될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직위는 내년부터 ‘예술감독제 도입’ ‘작품규모 다양화’ ‘격년제 공모지원 폐지’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페스티벌의 전면적 체질 변화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신 위원장은 “일단 올해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내년에는 다른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이 없더라도 조직위가 노력해서 관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2024 제15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비록 정부 지원금이 끊겼지만 조직위는 행사 기간 동안 수준 높은 작품을 올려 많은 관객을 확보할 방침이다.

우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노블아트오페라단의 갈라 콘서트 ‘그레이트 푸치니’(5월 25일)를 연다. 자코모 푸치니(1858~1924) 서거 100주년을 맞아 그의 대표 아리아와 중창곡 21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예술감독 신선섭과 지휘자 양진모를 중심으로 소프라노 조선형·서선영·박소영, 테너 신상근·박성규·손지훈, 바리톤 박정민 등 국내 최고의 성악가들이 나온다. 가수들은 위너오페라합창단·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오페라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다.

이어 오페라극장에서는 친숙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아리아로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전막 오페라 두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먼저 만나게 될 작품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6월 21·22일).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음악과 재치 있는 대사가 어우러져 애호가와 초보자 모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며 체코프라하시립오페라단의 상임 지휘자를 역임한 지리 미쿨라가 섬세하고 감성적 지휘를 선보인다. 뛰어난 음악해석과 감각으로 오페라의 수준을 한층 높이는 음악총감독 권용진, 감각적이고 세련된 오페라 연출을 보여주며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연출가 김지영이 참여한다.

팬텀싱어 프로듀서로 익숙한 베이스 손혜수와 묵직한 중저음으로 선명한 감정을 표현하는 바리톤 최병혁이 피가로 역을 맡는다. 알마비바 백작 역의 베이스 우경식·바리톤 박경준, 알마비바 백작부인 역의 소프라노 손주연·나정원, 수잔나 역의 소프라노 강혜명·윤현정, 케루비노 역의 메조소프라노 이민정·송윤진 등 초호화 성악가가 총출동한다. 연주와 합창은 소리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이 힘을 보탠다.

강화자 총예술감독은 “모차르트가 단 6주 만에 작곡해 그의 천재성이 빛나는 작품이다”라며 “오페라 르네상스를 꿈꾸며 신인들을 대거 캐스팅했으니, 이들의 활약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오페라극장의 두 번째 작품은 ‘나비부인’이다.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홀로 기다리다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는 초초상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주요 캐릭터별 출연자는 초초상 역 임세경·이다미, 핑커톤 역 이승묵·오종봉, 샤플레스 역 강기우·김은수, 스즈키 역 손혜은·귄수빈, 본조 역 손철호·신명준, 고로 역 원유대·오현용, 야마도리 역 변정훈, 케이트 역 김규영, 코밋사리오 역 류동휘가 캐스팅됐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지휘자 양진모, 뛰어난 연출력으로 감동적인 스토리를 생생하게 보여줄 임선경 연출, 그리고 연주에는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위너오페라합창단·아름불휘어린이합창단이 함께 한다.

강민우 총예술감독은 “노래는 기가 막히게 아름답지만 배경 장소가 한정돼 있어 밋밋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적 아닌 동적 구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2022년부터 어린이오페라를 꾸준히 선보이며 미래 오페라 관객을 확보하고, 오페라 장르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올해도 어린이들의 예술적 경험을 풍부하게 높여 줄 두 편의 작품이 자유소극장에 오른다.

첫 작품은 오페라팩토리의 가족오페라 ‘마님이 된 하녀’(6월 29·30일)다. 원래 오페라 공연의 막간극으로 공연되던 작품이었지만 많은 인기를 얻으며 독립적인 작품으로 성공한 희극오페라다. 이번 무대는 가족오페라로 새롭게 재구성하면서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래와 대사를 한국어로 공연한다. 또한 공연 중 출연자가 자연스럽게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느끼도록 하는 홍민정의 연출로 소극장 공연의 묘미와 대중성까지 사로잡을 예정이다.

세르피나 역엔 오효진·김예은, 우베르토 역에 김성국·장철준, 베스포네 역에 한진만·황자람이 출연한다.

박경태 예술감독은 “18세기 작품을 현대 관객에게 어떻게 어필할까 고민했다”며 “교육적 메시지에 중점을 뒀고 여성들의 주체적 삶에도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만날 작품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어린이오페라 ‘헨젤과 그레텔’(7월 6·7일). 더뮤즈오페라단이 독일어 오페라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우리말로 번안하고 각색해 어린이도 즐겁고 편안하게 관람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원작과 달리 헨젤 역을 메조소프라노가 아닌 테너(윤주현)와 소프라노(김주희)가 맡고, 마녀 역을 메조소프라노 대신 카운터 테너(지필두)와 테너(송준)가 맡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그레텔 역은 이민정·성준, 아빠 역은 염현준·오바울, 엄마 역은 엄선영, 요정 역은 황혜란·박은영, 요청친구 역은 임희조가 캐스팅됐다.

기존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캐스팅은 캐릭터별 매력을 더욱 풍부하게 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줄 것이다.

이정은 예술감독은 “출연 성악가 10명 중 7명을 오디션으로 선발했고 어린이들도 15명 출연한다”며 “특히 조은비 연출은 엄마 역할이 마녀의 조수 역할까지 맡게 해 집에서는 무섭고 엄격한 엄마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마녀를 물리치는 도우미 역할까지 하게 해 ‘엄마는 슈퍼 영웅’의 이미지를 겹쳐 보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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