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 “예술이 끝까지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김선욱의 ‘안디무지크’

박정옥 기자 승인 2024.07.27 07:41 | 최종 수정 2024.07.28 16:08 의견 0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으로 늘 자신을 소개하곤 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7월 5일 2년 만에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무대에 설 때마다 뚜렷한 자신의 색깔로 성숙해지는 음악세계를 선보이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2년만의 피아노 독주 무대로 돌아왔다. 올해부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선욱은 7월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팬들을 만났다.

김선욱은 자신을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으로 소개하곤 한다. 그만큼 그는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음악을 능숙하게 연주하는 것을 넘어 음악의 구조, 흐름을 구현해내고 보여주는데 더 무게를 두고, 이를 위해 청중과 호흡하는 독주회를 특별히 여긴다. 그런 의도를 정확히 담아낸 리사이틀이었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으로 늘 자신을 소개하곤 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7월 5일 2년 만에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으로 늘 자신을 소개하곤 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7월 5일 2년 만에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으로 늘 자신을 소개하곤 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7월 5일 2년 만에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관객에게 인있다. ⓒ빈체로 제공


첫 곡은 수많은 피아노 소나타를 남긴 하이든의 작품 중 가장 원숙한 고전 건반 소나타 형식을 띄고 있는 ‘E플랫 장조 소나타(Hob. XVI:49)’로 문을 열었다.

뒤이어 열성적인 플로레스탄과 몽상가 오이제비우스라는 대조적인 두 개의 자아를 오가며 작곡가 슈만 본인의 관념적 이상을 표출한 ‘다비드 동맹 무곡집(Op.6)’을 연주했다. 서로 다른 두 자아 사이에서 피어나 음악이라는 꽃으로 우리에게 남겨진 슈만의 이 작품은, 피아노와 지휘를 오가며 셀 수 없이 수많은 음표를 감싸 안으며 음악가 김선욱이 맞이하고 있는 커다란 우주를 닮았다. 18개의 곡들이 스토리 있게 흘렀고, 제14곡·17곡·18곡은 가슴을 더 두드렸다.

프로그램의 피날레는 31세의 짧은 생으로 마감했지만 마지막까지 떠오르던 악상을 써내려간 슈베르트가 남긴 최후의 ‘피아노 소나타(D.960)’를 들려줬다. 흔히 ‘피아노 소나타 21번’으로도 불린다. 짧았지만 치열하게 음악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슈베르트의 삶을 조망할 수 있는 대작이다. 곡의 곳곳에 등장하는, 모두를 숨죽이게 하는 페르마타(늘임표)와 쉼표의 정적은, 작곡가의 삶을 떠올리며 음악의 본질을 되새기는 순간이었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으로 늘 자신을 소개하곤 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7월 5일 2년 만에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으로 늘 자신을 소개하곤 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7월 5일 2년 만에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으로 늘 자신을 소개하곤 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7월 5일 2년 만에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마지막 앙코르는 뭉클했다. 브람스 ‘3개의 인터메조(Op.117)’ 중 1번과 2번을 연주한 뒤 슈베르트의 가곡 ‘음악에게(D.547)’를 들려줬다.

“어릴 적 음악을 왜 하는가에 대해 고민할 때 선생님이 들려주신 곡이 슈베르트의 ‘안 디 무지크(An die Musik)’였어요. 이 곡에서 늘 감동을 많이 받아요. 예술이 끝까지 남아있기를 바라면서 연주하겠습니다.”

직접 곡을 소개한 김선욱은 소박하고 간단한 선율이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음악에게’를 터치했다. 슈베르트의 친구이자 경제적 후원자였던 프란츠 쇼버의 시에 곡을 붙인 곡인데, 성악가의 노래는 없었지만 관객 모두의 마음 속으로 음악이 들어왔다.

“그대 정다운 음악이여,
내 인생 행로에서,
힘들고 고달플 때면,

네가 나의 마음 따스한 사랑으로 피어나게 해주고,

좀 더 나은 세계로 이끌었지.

너의 하프에서 흘러 나온 한숨은 자주,
온화하고 성스러운 화음 되어,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지.

그대 정다운 음악이여,
나 그대에게 감사해!”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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