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위치를 입증하고 있는 다닐 트리포노프(1991년생)가 1년 만에 다시 내한 독주회를 열었다. 서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틀 연속 준비한 리사이틀이었다. 더 많은 레퍼토리를 확장하며 진화하는 트리포노프를 보여줬다.
먼저 4월 1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은 ‘데케이즈(Decades)’라는 부제를 바탕으로 20세기에 매우 급속하게 발전된 피아노 작품들을 차례대로 소개했다. 190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작곡된 9곡을 들려줬다.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알반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Op.1)’로 시작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미국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존 코릴리아노의 ‘오스티나토에 의한 환상곡’까지 피아노 음악 발전의 역사를 이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트리포노프의 음악을 통해 만났다.
이 밖에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풍자(Op.17)’, 벨라 바르톡의 ‘야외에서’, 아론 코프랜드의 ‘피아노 변주곡, 1930’, 올리비에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향한 20개의 시선’ 중 ‘아기 예수의 입맞춤’, 죄르지 리케티의 ‘무지카 리체르카타’(총 11곡) 중 제1~4곡,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의 ‘피아노’ 제9곡, 존 애덤스의 ‘차이나 게이트’ 등을 연주했다.
앙코르도 화제였다. 현대곡 연주의 연장선상에서 미국 작곡가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앙코르곡으로 선택했다. 피아노 앞에 앉아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연주도 하지 않는 전위적인 곡이다. 그는 4분 33초의 시간을 재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사이 객석에서 나온 기침 소리와 휴대전화 소리 등도 연주의 일부가 됐다.
이어 4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에서는 ‘함머클라비어(Hammerklavier)’라는 부제로 보다 넓은 시대적 범위의 작품을 들려줬다. 이탈리아 브랜드 파지올리 피아노로 연주했다.
장-필리프 라모의 ‘클라브생 모음곡’으로 고요하고 집중도 있게 시작됐으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특유의 밝고 청명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피아노 소나타 12번’을 거쳐, 펠릭스 멘델스존의 ‘엄격 변주곡’으로 1부를 마무리했다.
2부에서는 공연의 부제로도 나타나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함머클라비어’가 연주됐다. 45분에 육박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대곡을 통해 대담하면서 놀랍도록 무르익은 트리포노프의 연주력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끝없는 박수와 환호로 앙코르곡을 3곡이나 연주했다. 존 그린의 ‘아이 커버 더 워터프론트(I cover the Waterfront)’, 스크랴빈 피아노 소나타 3번 3악장, 몸포우 ‘쇼팽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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