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규 A팀과 임세경 B팀을 서로 다르게 연출...두 가지 색깔의 ‘토스카’

푸치니 서거 100주년 맞아 서울시오페라단 공연
표현진 연출 “전쟁 참상 담은 반전 메시지 표현”

레몬색 드레스 입고 손키스 날린 게오르규
“오페라 가수 토스카는 저 자신을 닮아 특별”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9.04 23:39 | 최종 수정 2024.09.05 09:09 의견 0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기자간담회에서 토스카를 맡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출연자 모두가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이기 때문에 저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와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배우들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다 보니 팀 색깔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의견을 모두 다 살려 연출하겠다.”(연출가 표현진)

“두 팀의 공연이 굉장히 다른 색깔로 이뤄질 것 같다. 두 팀의 배우들이 만드는 드라마를 잘 만든 세계 속에 담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음악을 연주하겠다.”(지휘자 지중배)

자코모 푸치니의 걸작 ‘토스카’가 9월 5일부터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푸치니(1858~1924) 서거 100주년을 맞아 서울시오페라단이 준비한 대작 오페라다.

화제의 중심에 선 작품의 연출을 맡은 표현진은 지난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팀과 B팀의 공연을 서로 다른 컬러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한 작품을 두 가지 스타일로 연출하면 골라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A팀과 B팀의 공연을 모두 감상해도 좋은 선택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기자간담회에서 토스카를 맡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기자간담회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지중배, 사무엘윤, 김재형, 안젤라 게오르규, 박혜진, 임세경, 양준모, 김영우, 표현진. ⓒ세종문화회관 제공


표현진은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전쟁고아로 사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터무니없는 모든 상황이 충격이었다”며 “이번 ‘토스카’ 공연을 통해 전쟁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00년 로마 콘스탄치 극장에서 초연된 ‘토스카’는 19세기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에 점령된 북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전쟁의 참화 속에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토스카는 정치범으로 수감된 연인 카바라도시를 구하기 위해 경찰청장 스카르피아를 살해하지만, 결국 연인을 구하지 못한 슬픔에 투신하는 비극적 운명을 맞는 이야기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 등 주옥같은 아리아가 유명하다.

표현진은 작품 속에 숨어있는 전쟁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 관객에게 생각거리를 주겠다는 각오다. 관객이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20세기 초로 재설정했다.

그는 “전쟁이라는 것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시대를 정확하게 설정하진 않았다”면서 “1900년대 초에 있었던 1차 대전이나 2차 대전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토스카와 같은 불행한 인물이 언제까지 계속 나와야 하는 것인지, 지금도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기자간담회에서 토스카를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이번 공연의 출연 라인업은 화려하다.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루마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한국인 성악가 최초로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오페라 ‘아이다’의 주역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이 주인공 토스카 역으로 출연한다.

또 세계 유수의 오페라단에서 주역을 맡아 최정상급 성악가로 활약하는 테너 김재형과 김영우가 화가 카바라도시를 맡고,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과 바리톤 양준모는 스카르피아로 무대에 오른다.

게오르규·김재형·사무엘 윤은 5일과 7일, 임세경·김영우·양준모는 6일과 8일 공연에 나선다. 푸치니를 기리기 위해 기획된 의미 있는 공연인 만큼 출연진의 각오는 남달랐다.

게오르규는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토스카 자체가 오페라 가수이기 때문이다”라며 “제 자신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특별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푸치니는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울림을 주는 작곡가다”라며 “무대 위에서는 게오르규가 아닌 캐릭터를 체화한 배우로서 그 감정을 모든 관객과 나누고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게오르규는 1994년 영국 런던의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 비올레타 역으로 정상에 오른 디바다. 2002년부터 수차례 내한 독창회는 가졌지만 한국 오페라 무대에 서기는 2012년 연세대 노천 극장에서 열린 ‘라 보엠’ 이후 12년 만이다.

그는 “전막 오페라의 주역으로 돌아오게 돼 기쁘다”며 “내가 혼자 노래하는 게 아니라 항상 모두와 함께 노래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관객이 너무 잘해주고 반응도 너무 좋았다”며 기대를 표했다.

게오르규는 “푸치니는 여성의 특징과 성격을 가장 잘 이해하는 작곡가다”라며 “연약한 모습뿐 아니라 힘과 강인한 성격 등 여성을 모든 측면에서 가장 훌륭하게 묘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주 공포스럽고 거친 이야기지만 오랫동안 사랑받은 건 아름다운 노래 덕분이다”라며 “푸치니는 짧은 선율로도 관객을 사로잡는 법을 알았다”고 평가했다.

화가 카바라도시 역할을 맡은 테너 김영우가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기자간담회에서 노래를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기자간담회가 30일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열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대표 아리아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다. 그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원래 없던 노래인데 초연 가수인 루마니아 소프라노 하리클레아 달크레의 요청으로 만든 아리아다”라며 “그가 아니었다면 모든 소프라노의 꿈인 토스카가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해, 자신의 모국인 루마니아와의 남다른 인연을 상기시켰다.

패션 센스도 화제였다. 게오르규는 양쪽 어깨를 드러낸 화려한 레몬색 드레스와 머리띠, 그리고 짙은 선글라스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기자들을 향해 “헬로”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고, 이름을 소개받자 손키스를 날리기도 했다. 취재진이 “선글라스를 벗어줄 수 있느냐”고 말하자 “시차 때문에 좀 피곤하다. 그래도 화장을 했다”며 선뜻 요청에 응했다.

임세경도 “작품 취소가 많았던 코로나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토스카를 공연했는데,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마음을 비우고 다시 시작하는 작품이다”라며 “A팀과 B팀의 공연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과 경쟁을 한다거나 비교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저만의 토스카에 집중해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베테랑다운 마음가짐이다.

작품의 중심을 잡아줄 악역 스카르피아를 연기하는 사무엘 윤과 양진모도 혼신의 노래와 연기를 약속했다.

사무엘 윤은 “스카르피아는 능숙한 잔인함을 무대 위에서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다”라며 “비록 악역이지만 캐릭터의 정서와 역할에 100% 공감하면서 연기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스카를 할 때마다 내 몸 안에 어둡고 시커멓고 악한 에너지가 느껴져 깜짝 놀란다”며 “무대에 올라가면 무서운 사람이 되지만 공연하고 집에 오면 절대 클래식 음악을 듣지 않는다. 스위치를 온·오프하는 능력이 키워진 것 같다”며 웃었다.

게오르규와 사무엘 윤은 2016년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이미 ‘토스카’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양진모도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들이 무대 위에서는 허용된다”며 “사람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사악한 감정을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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