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류제혁 칼럼니스트(LT파트너스 ESG컨설팅 매니징디렉터)] 요즘 ‘ESG’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ESG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라는 것을 이제 아는 사람도 많아졌다. 하지만 ESG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포함하고 있는지는 관심이 높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쉽게 풀어보는 ESG’ 시리즈는 ESG라는 키워드가 언제 어떻게 왜 나오게 되었는지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ESG는 클래식 음악과 마찬가지로 인류애와 평화 추구라는 기본가치가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 ESG나 클래식 음악이 추구하는 가치는 이것 외에도 많겠지만, ESG와의 공통분모를 찾아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인류애와 평화 추구라는 기본가치가 어떻게 ESG에 녹아들게 된 것일까?
새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을 앞두고 인류의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해야 할 목표에 대해 UN차원에서의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2000년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세계 189개국 정상들이 모여 새천년선언(Millennium Declaration)과 함께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라는 것을 발표했다. MDGs에는 8개의 목표, 즉 절대빈곤 및 기아퇴치,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양성평등 및 여성능력 고양, 유아 사망률 감소, 산모건강 증진, AIDS/말라리아 등 질병 퇴치, 지속가능한 환경보장, 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MDGs 선언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세계경제 발전의 부작용인 환경파괴, 사회질서 교란, 빈부격차 확대 문제는 점차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은 이윤창출과 주주가치 극대화가 태생적으로 가장 중요한 가치니 지속가능한 환경보장과 같은 UN의 목표들은 우선적으로 고려되기 어려웠다.
이에 급기야는 2006년 코피 아난 당시 UN 사무총장이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을 금융업계에 제안한다. 책임투자원칙은 기업이 재무적 이슈뿐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인 ESG이슈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 지와 투명한 공시 등을 금융업계가 투자여부 판단 시 중요하게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SG라는 표현이 대내외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시발점이다.
PRI에 국제적인 대형 금융기관들이 동조하면서 ESG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다. 기업성장에 필수적인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업계가 기업의 ESG 현황까지 중요한 투자요소로 고려하기 시작하니 기업들은 좋든 싫든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비롯한 각종 폐수, 폐기물 등의 배출 축소를 위한 친환경적 노력과 더불어 직장 내 성차별 금지, 직원들의 안전과 인권보장 등 친사회적 측면의 노력에도 높은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PRI는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됐다. 이후 UN은 MDGs가 추구했던 기본 가치를 계승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2015년에 선언하고, 2030년까지 이전보다 세분화된 17개의 목표를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하게 된다.
이런 흐름을 알고 나니 ESG가 더 이상 딱딱한 규제로만 느껴지지 않고 클래식과 마찬가지로 가슴 따뜻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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