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류제혁 칼럼니스트(LT파트너스 ESG컨설팅 매니징디렉터)] 요즘 ESG 분야에서는 EU공급망실사(CSDDD·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가 뜨겁다. EU에 수출규모가 큰 회사는 이에 대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CSDDD를 들여다보면 인간과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철학이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EU가 개발도상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새로운 무역장벽이라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어떤 내용이기에 이렇게 평가가 엇갈리는지CSDDD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CSDDD는 기업의 공급망 내 발생 가능한 인권, 환경 관련 위험에 대해 기업에게 실사와 정보공개 책임을 의무화한 지침이다. 한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인권탄압, 아동노동착취, 환경오염 등 ESG에 반하는 요소들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해당 사항이 있는 경우 EU내에서의 제품 판매는 금지되며, 해당 기업은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쉽게 살펴보자. 50개의 1차 벤더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은 후, 이를 조립 생산해 완제품을 EU지역으로 수출하는 A기업이 있다고 하자. 50개 1차 벤더 중 한 업체인 B기업이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1차 가공된 원재료를 수입해, 이를 2차 가공해 A기업에 납품했다고 하자. 이런 경우 A기업의 완제품은 추후 CSDDD 관련 문제가 발생하여 EU내 판매 금지는 물론, 글로벌 매출의 최소 5% 이상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은 노동착취, 인권탄압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는 곳이므로 CSDDD 관점에서는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A기업이나, 1차벤더 B기업은 각자의 회사 내에서 제품 생산 시 노동착취나 인권탄압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수입해서 사용한 원재료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A기업의 완제품은 EU내 판매 금지는 물론, 과징금까지 부과되는 것이다. A기업이나 B기업 입장에서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으니 억울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EU회원국은 2026년까지 공급망 실사지침을 국내법으로 전환 예정이며, 규모가 큰 기업부터 2027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우리 회사가 CSDDD 대상이 되는지 어떻게 판단할까? 우리가 납품한 반제품이 원청기업에서 추가로 가공돼 위의 표에 해당하는 기업에게 흘러들어 간다면 우리 회사도 대상이 된다. 우리가 판매한 제품이 2차, 3차 가공되어 어디로 흘러가는지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CSDDD대상이 되는지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 회사의 원청기업에서 CSDDD 관련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라고 요청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할까? 원청기업에서 실사 준수계약 체결 요청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사전에 우리 회사가 납품받는 제품에 대해 CSDDD 관점에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앞으로 원청기업의 공급업체리스트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법안 적용까지는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직 3~5년의 시한이 남아있으니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특히 EU수출 상위업종인 자동차 및 부품, 이차전지, 선박, 바이오의약품 업종이라면 CSDDD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CSDDD 관련 준수해야 하는 협약들은 광범위하지만, 주요한 것들만 우선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인권 분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관리에 관한 국제 규약
최저연령협약 (국제노동기구 ILO 제 138호 협약)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협약 (국제노동기구 ILO 제 182호 협약)
강제근로 협약 (국제노동기구 ILO 제 29호 협약)
동등 보수 협약 (국제노동기구 ILO 제 100호 협약)
차별협약 (국제노동기구 ILO 제 11호 협약)
<환경 분야>
생물다양성 협약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
잔류성유기오염물질에 대한 스톡홀름 협약
특정 유해화학물질 및 농약의 국제교역에 있어서 사전통보승인에 관한 로테르담 협약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그 처리의 통제에 관한 바젤협약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
물새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 (람사르 협약)
MARPOL 73/78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CSDDD에 대한 여러 분의 평가는 어떠한가? 클래식에서 느낄 수 있는 가슴 따뜻함이 느껴지는가 아니면 EU의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느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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