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이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4월 5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4·5번을 지휘하고 연주한다. ⓒLG아트센터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김선욱은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다. 아티스트로서 중요한 순간마다 항상 베토벤과 함께 해왔다. 그가 정통 유럽 사운드로 감동을 선사하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2025년 봄 LG아트센터 서울을 찾아온다. 관객에게 등을 보인 채 피아노를 치고 지휘도 하는 1인 2역을 맡는다. 프로그램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4번, 5번이다.
팬들은 반응은 폭발적이다. 오는 4월 5일(토) 오후 5시 관객들을 만나는 ‘김선욱 &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공연을 한달여 앞둔 현재 유료 매표율 약 98%를 기록하며 매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선욱은 “베토벤이 던진 모든 것에 완벽하게 응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바흐트랙)”라고 평가받는다. 그는 LG아트센터 무대에서 2012년과 2013년, 스물셋의 나이로 32개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성공적으로 완주한 바 있다.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지휘하며 협연할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LG아트센터 무대로 돌아온다.
2006년 18세의 나이로 리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이자 첫 아시아 출신 우승자라는 기록을 남긴 김선욱은 현재까지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주며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2013년 독일 본에 위치한 베토벤 생가 ‘베토벤 하우스’ 멘토링 프로그램 첫 수혜자로 선정됐던 그는 베토벤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을 담은 독주곡집을 발매했으며, 2021년 클라라 주미 강과 함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음악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베토벤이 남긴 음악의 궤적을 끊임없이 탐구해 갔다.
김선욱이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4월 5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4·5번을 지휘하고 연주한다. ⓒLG아트센터 제공
이번 공연에서 김선욱은 베토벤이 자신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작품이자 5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유일하게 단조의 매력을 보여주는 ‘3번’과 피아노 독주로 시작하는 혁신적인 시도와 함께 서정적인 아름다움까지 만날 수 있는 ‘4번’, ‘황제’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피아노 협주곡의 정점을 보여주는 ‘5번’까지 순서대로 연주하며 그동안 쌓아온 음악적 역량을 숨김없이 쏟아낼 예정이다.
김선욱의 ‘평생의 음악적 동반자’인 베토벤의 작품을 심도 있게 탐구해 나가는 이번 여정에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실내악단(BBC)”인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1981년 창단된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예술감독이나 상임 지휘자 없이 각국의 오케스트라 수석 및 저명한 실내악연주자들이 모여 최상의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것으로유명하다. 창단 초기부터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야니크 네제 세갱, 사이먼 래틀, 안드라스 쉬프 등 ‘오케스트라계의 어벤저스’라 불리는 거장들이 명예단원으로 활동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창단 이래 지난 44년간 발매한 약 250여장의 음반들은 그래미상 2회, 그라모폰 올해의 음반상 3회 수상이라는 기록을 남길 만큼 수준급 이상의 완성도와 예술성을 고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피에르 로랑 에마르, 안드라스 쉬프 등과 협연한 그들의 음반은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도 필청 음반으로 손꼽힌다.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3년 전 김선욱과의 협연으로 국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는데, 이번 무대는 김선욱의 지휘까지 더해져 더욱 관객들의 기대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들이 모여 최상의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김선욱의 지휘를 만나 선보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무대는 200여 년 전 베토벤이 선보인 혁신의 깊이를 아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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