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대표하는 에벤 콰르텟은 오는 4월 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목프로덕션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현악사중주의 끝판이 계속된다. 노부스 콰르텟의 뒤를 이어 에벤 콰르텟과 벨체아 콰르텟이 목프로덕션의 ‘월드 스트링 콰르텟 시리즈’를 이어간다. 특히 에벤과 벨체아의 공연은 하루 시차를 두고 연속으로 열려 눈길을 끈다.
에벤 콰르텟(4월 3일)과 벨체아 콰르텟(4월 4일)이 나란히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벨체아 콰르텟은 이번 시즌 ‘30주년’을 맞아 결성 당시 첫 시즌을 함께한 공식 프로그램(모차르트-브리튼-베토벤 구성)을 다시 연주하는 특별한 무대를 준비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에벤 콰르텟은 2004년 ARD국제음악콩쿠르 우승을 거머쥔 이후 기복 없는 탄탄한 실력으로 장르와 해석, 시도에 대한 ‘오픈 마인드’로 꾸준히 레코딩과 실연 이력을 쌓아오며 실내악 거장의 반열을 향해 가는 저력의 팀이다.
멤버는 피에르 콜롱베(바이올린), 가브리엘 르 마가뒤르(바이올린), 마리 쉴렘(비올라), 유야 오카모토(첼로)다.
2019년 내한 이후 6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나는 이들이 연주할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꾹꾹 눌러 담은 듯한 구성이다. 2부에서 선보일 베토벤 현악사중주 13번(작품번호130)과 대푸가(작품번호133)는 그동안 팀이 얼마나 진보했는가를 보여주는 곡이다. 현악사중주의 구약성서와도 같은 베토벤 현악사중주, 그 중에서도 시대를 초월한 퓨처리즘적인 음악으로 평가받는 후기작 두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에벤 콰르텟은 청년 베토벤의 첫 번째 현악사중주곡인 1번(작품번호18-1)을 1부 오프닝곡으로 삼았다. 이어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의 ‘3개의 디베르티멘티’를 연주한다. 긴 호흡의 대작(베토벤 현악사중주 13번)을 시작하기 전 환기의 순간을 배치해 프로그램조차도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벨체아 콰르텟은 오는 4월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목프로덕션 제공
벨체아 콰르텟은 1994년 결성 이후 유서 깊은 세계 유명홀의 상주단체를 역임(피에르 불레즈잘 상주단체 2017-2020,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상주단체 2010-2021)했다. 바르톡·베토벤·브람스·브리튼의 현악사중주 전곡연주 레코딩 발매, 그라모폰 상·디아파종 황금상·에코 클래식 어워드 등 유수의 음반상 수상까지 이들이 이룬 성취들로만 보아도 현재 스트링 콰르텟계의 한 세대의 주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마니아 출신 코리나 벨체아(바이올린)를 중심으로 한국계 강수연(바이올린), 폴란드 출신 크시슈토프 호젤스키(비올라), 프랑스 출신 앙투안 르데를랭(첼로)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실내악의 길을 택한 후배 음악가들이 롤모델로 꼽으며 동경해 마지않는 이 세계적인 악단이 2017년 첫 내한 이후 각별한 애정을 가지며 아시아 투어에서 꼭 놓치지 않고 만나오던 한국 관객을 위해 선보일 연주곡들에서 역시 베토벤이 빠지지 않았다.
이번 공연의 피날레 또한 베토벤의 라주모프스키 현악사중주 중 한 작품인 9번(작품번호 59-3)으로 장식한다. 오프닝곡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20번에 이어 브리튼 현악사중주 3번을 들려준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서의 면모와 더불어 현대와 고전을 모두 망라하며 구축해온 자신들의 대양과도 같은 음악세계를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이와 같은 모차르트-브리튼-베토벤의 배치를 가리켜 첼리스트 앙투안 레데르렁은 “1995년의 젊은 벨체아 콰르텟이 연주했던 첫 공식 프로그램에 대한 오마주다”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현악사중주 음악을 실연하는 데에 있어 음향적으로 최적의 국내 전용홀이라고 할 수 있는 롯데콘서트홀에서 현역 최고의 해외 실내악단 내한공연을 연이틀 만나볼 수 있는 이번 기회는 두 앙상블이 협업하는 올 시즌 ‘팔중주(Octet)’ 아시아 투어를 통해 성사될 수 있었다.
벨체아 콰르텟과 에벤 콰르텟은 이미 현악사중주계에서 선후배 지간을 넘어 음악적으로 가까운 동료팀 사이로 2022/23시즌, 2024/2025시즌에 양팀이 8중주 투어를 이미 함께 진행한 바 있으며 2021/22시즌부터는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현악사중주 시리즈에서도 협업해오고 있는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4월 3일과 4일 각각 진행될 리사이틀에 앞서 통영국제음악제의 체임버 공연 8중주 프로그램을 통해 두 팀이 만나 빚어낼 폭발적인 에너지의 협주도 이들의 이번 내한이 큰 기대감을 모으는 중요한 또 다른 이유다.
이틀 연속 진행하는 현악사중주단 리사이틀이라는 공연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흥미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는 목프로덕션은 올해 이들의 첫 시작점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현악사중주 분야의 시장 저변을 형성해보겠다는 포부로 ‘월드 스트링 콰르텟 시리즈’ 라인업을 마련했다.
3월 8일 시리즈의 첫 포문을 연 노부스 콰르텟에 이어 에벤 콰르텟과 벨체아 콰르텟, 그리고 무려 9년 만의 한국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내한 예정인 하겐 콰르텟까지, 현역 스트링 콰르텟 팀들 중엔 세계 최정상으로 인정받는 실내악단들의 리사이틀이 올 네 차례에 걸쳐 관객을 만난다.
월드 스트링 콰르텟 시리즈는 4월 3일 에벤 콰르텟, 4월 4일 벨체아 콰르텟, 11월 9일엔 대망의 하겐 콰르텟의 피날레 무대로 이어진다. 티켓예매는 롯데콘서트홀, 인터파크티켓, 티켓링크에서 할 수 있다.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