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강유리는 오는 5월 19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포스터 속 사진이 인상적이다. ⓒ강유리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메마른 땅이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바닥이 짝짝 갈라졌다. 오랫동안 가뭄이 들었으리라. 그런데 그런 척박함 속에서도 씨앗이 싹을 틔웠다. 푸릇한 떡잎이 제법 쑥 올라왔다. 지금부터 더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지만 반드시 세상은 녹음으로 뒤덮일 것이라는 희망이 보인다.

강유리는 이런 인상적인 사진으로 자신의 리사이틀 포스터를 만들었다. 어떤 의도일까.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모차르트, 레스피기, 바르톡, 비치의 곡을 골랐다. 돌이켜보면 이 네 사람은 악조건을 뚫고 기필코 자신의 음악을 꽃피운 작곡가들이다.

바이올린에 ‘올인’하고 있는 강유리도 언젠가 이들처럼 큰 사람이 될 것이라는 자기 긍정의 마인드가 강한 연주자다.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성실함은 그의 큰 무기다. 오는 5월 19일(월)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 오면 그런 강유리를 만날 수 있다. 피아니스트 이선영과 호흡을 맞춘다.

바이올리니스트 강유리는 오는 5월 19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강유리 제공


강유리는 첫 곡으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의 ‘론도 C장조(K.373)’를 연주한다. 원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협주곡으로 만든 곡이지만,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환상케미로 선사한다. 모차르트 특유의 밝음이 가득하지만, 신동이라는 꼬리표에 묶여 서른다섯 해의 짧은 생을 살다간 씁쓸함도 엿보인다.

이어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1879~1936)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을 들려준다. 1악장 로만차로 시작해 오바드(2악장)-마드리갈(3악장)-벨쇠즈(4악장)를 거쳐 5악장 유모레스크로 끝맺는다. 오페라가 판을 치던 시기에,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해 기악곡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헝가리 출신의 벨라 바르톡(1881~1945)은 나치즘의 압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음악가다. 그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랩소디’를 두 개 남겼는데, 그중 2악장으로 이루어진 ‘1번(Sz.86)’을 연주한다. 헝가리의 민속적 요소를 느끼는 게 감상 포인트다.

에이미 비치(1867~1944)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작곡가다. 당시 보수적이던 남성 중심의 음악계에서 그의 업적은 두드러졌으며, 특히 미국 여성 작곡가 최초로 교향곡(‘게일 심포니’)을 작곡했다.

강유리는 비치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단조(Op.34)’를 선사한다. 4악장 구성이다. 기술적인 과시보다 음악성과 서정성으로 감동을 주는 곡이다. 살짝 브람스 스타일의 고독이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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