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 ‘리골레토’를 한국 스타일로 각색한 ‘조선에서 온 리골레토’가 오는 6월 12일 전남 곡성군에서 팬들을 만난다. 윗줄 왼쪽부터 바리톤 권용만·소프라노 김효주·테너 이상문. 아랫줄 왼쪽부터 베이스 나규보·메조소프라노 신현선·소리꾼 서의철. ⓒ오뮤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조선의 색’을 입은 주세페 베르디의 명작이 곡성에 울려 퍼진다. 전남 곡성군과 청년예술가 공연기획사 오뮤는 오는 6월 12일(목) 오후 7시 곡성레저문화센터 동악아트홀에서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리골레토’를 조선의 풍광과 정서로 새롭게 풀어낸 우리말 오페라 ‘조선에서 온 리골레토’를 공연한다.
‘조선에서 온 리골레토’는 이미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공연예술 지역 유통 사업’에 2년 연속 선정돼, 지역 극장의 공연 수준을 높이고 문화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에 앞장서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양 고전 오페라를 동시대 조선 말기라는 한국적 배경 속에 녹여냄으로써, 낯선 오페라의 장벽을 허물고 한국적인 정서로 관객에게 다가간다는 점이 인상 깊다.
작품은 매관매직과 탐관오리가 횡행하던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각색됐으며, 원작 ‘리골레토’의 권력, 음모, 비극적 부성애를 새롭게 해석했다. 긴 서사는 효과적으로 압축했고, 원어 오페라가 아닌 생생한 우리말 대사와 노래로 구성돼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도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시그니처 아리아인 만토바 공작이 부르는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과 질다의 노래인 ‘그리운 그 이름(Caro nome)’ 등을 한국어로 어떻게 부를지 기대된다.
등장인물들도 꼭두(리골레토), 분이(질다), 변사또(만토바 공작), 살수(스파라푸칠레), 살수누이(막달레나), 박수무당(몬테로네 백작) 등 한국적인 캐릭터로 바꿨다. 바리톤 권용만, 소프라노 김효주, 테너 이상문, 베이스 나규보, 메조소프라노 신현선, 소리꾼 서의철이 각각의 배역을 맡았다.
특히 ‘제52회 대한민국 춘향국악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 반열에 오른 스타 소리꾼 서의철이 박수무당 역할로 등장해 극의 해설자 역할을 맡는다. 이는 오페라 형식에 대한 낯섦을 덜어주는 동시에, 이야기의 흐름과 음악적 전환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전통악기와 서양 오케스트라, 판소리 창법과 성악이 어우러지는 음악적 조화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에 색채감이 풍부한 화려한 한복 의상이 더해져 시각적 완성도까지 놓치지 않았다. 소리얼필하모모닉오케스트라(바이올린 이민경·허지유·이화진, 비올라 권서희, 첼로 김소을, 플루트 양시연, 오보에 하윤희, 클라리넷 김민욱)와 대금 김동인이 음악을 맡는다. 여기에 더해 무용수 김수안·정세지·허선영도 빼어난 춤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프로덕션 라인업도 탄탄하다. 예술감독 겸 기획총괄 홍아람, 연출 조은비, 지휘 백우주, 음악감독 김혜경, 안무감독 김연화, 번안·조연출 김창영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준다.
관람료는 전석 1만원이며, 곡성군민에게는 9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지역 주민들이 오페라 문화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된 이번 이벤트를 통해, 단 1000원에 세계적 고전을 재해석한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예매는 인터파크를 통해 가능하며, 당일 현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조상래 곡성군수는 “곡성에서 피어나는 ‘조선 오페라’의 울림이 한국형 공연예술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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