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장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수예가 결선 무대에서 연주를 마친뒤 인사하고 있다. ⓒ장시벨리우스콩쿠르 홈페이지 캡처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26)는 ‘콩쿠르에 참가하지 않는’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대구에서 태어나 4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2009년 아홉 살 때 독일로 건너가 스웨덴 출신의 거장 울프 발린의 유일한 제자로 가르침을 받고 있다. 스승의 조언에 따라 되도록 경연을 배제하고 오로지 연주와 음반활동에만 집중했다.
이런 이유로 박수예는 다른 연주자들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콩쿠르의 문을 두드렸다. 참가대회도 많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굿뉴스가 날아들었다. 29일 핀란드 헬싱키 뮤직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3회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 덕분에 ‘명기’ 조반니 바티스타 과다니니 바이올린을 하나 더 대여 받는다.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시벨리우스 콩쿠르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1865~1957)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65년 처음 개최된 이후, 5년마다 열리고 있다.
제1회 콩쿠르에서는 러시아의 거장 올레그 카간이 우승을 거뒀고, 이후 빅토리아 뮬로바(1980), 레오니다스 카바코스(1985), 세르게이 하차투리안(2000) 등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을 배출했다. 한국 연주자로는 2022년 양인모가 최초로 우승했다. 양인모가 우승한 2022년 대회는 원래 2020년에 열렸어야 했지만, 코로나 탓에 2년 늦게 개최됐다.
박수예는 결선 무대인 28일과 29일에 각각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올리버 크누센의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번호 30번을,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장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작품번호 47번을 협연했다. 그는 탁월한 해석력과 무대 위에서의 장악력, 안정감 있는 연주로 심사위원단과 현지 청중의 찬사를 이끌어내며 1위를 거머쥐었다. 2위는 일본의 요시다 미나미, 3위는 미국의 클레어 웰스가 수상했다.
박수예가 ‘제13회 장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목프로덕션 제공
박수예는 소속사 목프로덕션을 통해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을 하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며 “정말 의미가 크고 마지막까지 저의 음악을 전달할 수 있어서 기뻤다.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박수예는 상금 3만 유로(한화 약 4000만원)와 함께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기회, 바이올리니스트 페카 쿠시스토 및 지휘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존 스토가르즈의 멘토링, 악기 대여(1777년산 조반니 바티스타 과다니니 ‘ex-Sasson’) 등 다양한 부상을 받게 된다.
올해 대회의 심사위원단은 존 스토르가르즈를 위원장으로 레카 실비아, 얀 쇠데르블롬, 엘리세 바트네스, 레본 칠링기리안, 이성주·조진주 등으로 구성됐다.
박수예는 16세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파가니니 카프리스 전곡 음반을 발매하며 국제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 스웨덴 BIS 레이블의 간판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며, 다섯 장의 인터내셔널 음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세 번째 음반 ‘세기의 여정’은 영국 유력 음반지 그라모폰 ‘이달의 음반’ 선정 및 2021년 12월 디지털 특별호 ‘2021 올해의 음반’으로 언급됐으며, 2022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 ‘올해의 음반’ 기악 부분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음반 활동 외에도 베름랜드 오페라 오케스트라, 베스테로스 신포니에타, 남서독 필하모닉 콘스탄츠,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국내외 저명 오케스트라들과 협연 무대를 비롯해 스웨덴 고틀란드 페스티벌, 폴란드 크르지조바 페스티벌에서 개리 호프만, 아드리안 브렌델과 같은 거장과의 실내악 연주를 함께 했다.
또한 세이지 오자와 아카데미의 제네바 빅토리아 홀 연주 등 해외 무대에서 저명 음악가 및 악단과의 활발한 협업을 이어오며 세계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에서 울프 발린 교수를 사사하며 최고연주자 과정에 재학 중이며, 삼성문화재단의 악기 후원 프로그램인 ‘삼성 뮤직 펠로우십’을 통해 악기(1753년산 조반니 바티스타 과다니니 ‘ex-Hamma’)를 지원받고 있다.
다가오는 주요 일정으로는 7월에 여섯 번째 인터내셔널 음반(BIS 레이블)으로 바이올린 솔로 음반 ‘Exil!’ 발매를 앞두고 있으며,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의 협연 녹음도 진행 중이다. 이와 더불어 오는 11월 28일 사운즈S를 시작으로, 12월 9일 토마토홀, 12월 중순 삼성 리움음악회에서 리사이틀 무대를 통해 국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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