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오페라앙상블이 오는 6월 20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베르디 불멸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는 갈라 공연을 연다. 사진은 지난 2022년 오페라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공연한 ‘리골레토’.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올해 창단 31주년을 맞이한 서울오페라앙상블이 베르디 불멸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인다. 이번 갈라 공연은 16세기 이탈리아 북부의 만토바 공국을 배경으로 한 단순한 오페라의 재현이 아니다. 오리지널 음악의 디테일은 그대로 살리는 동시에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디아스포라(난민)가 된 리골레토의 기구한 삶을 통해, 거대자본의 폭력성에 좌절하는 동시대 소시민들의 이야기로 새롭게 풀어낸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오는 6월 20일(금) 오후 7시 30분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리골레토(Rigoletto)’ 오페랄 갈라를 공연한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을 바탕으로 ‘드라마와 음악의 일치’로 혁신을 이룬 베르디의 걸작이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야기의 배경과 구성을 리뉴얼해 K오페라로 바꿨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오는 6월 20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베르디 불멸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는 갈라 공연을 연다. 사진은 지난 2022년 오페라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공연한 ‘리골레토’.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다국적 기업의 비밀파티장. 광대 리골레토가 농지거리로 좌중을 웃기는 사이, 몰락한 주주 몬테로네가 나타나 자기 딸을 농락한 CEO 두카를 향해 분노를 퍼붓는다. 그러면서 몬테로네는 채홍사 노릇을 하는 리골레토까지 저주한다.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리골레토는 망연자실한다.

항구의 난민촌 뒷골목. 딸 질다의 집으로 향하는 리골레토 앞에 자객 스파라푸칠레가 나타나 살인청부업자인 자신을 소개하고 필요하면 언제든 부르라고 말한 뒤 사라진다. 이때 난민으로 위장한 두카가 질다를 찾아와 유혹하다. 리골레토가 집으로 들어오자 두카는 급히 자리를 피한다. 리골레토는 질다를 만나 위로한 뒤 발길을 돌리자, 골목에 숨어있던 두카의 경호원들이 질다를 납치한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리골레토는 몬테로네의 저주가 자신에게 천벌을 내린 거라며 공포에 떤다.

두카의 아지트인 지하밀실. 경호원들이 두카에게 질다를 납치해 왔음을 보고하자 두카는 질다에게 달려간다. 리골레토가 나타나 자기 딸을 돌려 달라며 애원한다. 질다는 밀실에서 도망쳐 나와 아버지 품에 안긴다. 리골레토는 생존을 위해 굽실거리던 자신의 삶에 후회하면서 겁탈 당한 딸의 복수를 다짐한다.

강변 외곽의 허름한 선술집. 스파라푸칠레가 운영하는 선술집에 변장한 두카가 나타난다. 그리고는 집시인 막달레나를 유혹하다가 그가 따라준 술에 취해 잠이 든다. 리골레토에게 살인청부를 받은 스파라푸칠레는 두카를 죽이려고 한다. 폭풍이 몰아치는 밤, 첫사랑에 갈등하던 질다는 두카를 대신해 술집 문을 열자 스파라푸칠레가 질다를 죽인다. 리골레토는 스파라푸칠레가 건네준 시신이 담긴 자루를 바다에 던지려는 순간, 어디선가 두카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급히 자루를 열어보니 안에는 죽어가는 질다가 있다. 리골레토는 오열하고 질다는 용서를 빈다. 멀리, 다국적 기업의 대형 로고가 흐르는 강물 위를 비추고 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오는 6월 20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베르디 불멸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는 갈라 공연을 연다. 사진은 지난 2022년 오페라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공연한 ‘리골레토’.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서울오페라앙상블은 2006년 ‘아시아판 리골레토’를 초연해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새로운 해석’ ‘아시아판 현대오페라의 재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2008년 한국오페라 60주년 기념공연, 2010년 북경국제음악제 초청 공연 등 수차례 공연된 바 있으며 특별히 2022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콘체르탄테 형식의 오페라 대안공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오페라 갈라 ‘리골레토’는 옛 이야기를 보트피플 출신의 난민 스토리로 해석한 연출(장수동)의 솜씨가 빛난다, 성악 라인업도 탄탄하다. 2006년 초연부터 참여한 리골레토 역의 바리톤 장철을 비롯해 질다 역의 소프라노 구은경, 두카 역의 테너 김중일, 스파라푸칠레 역의 베이스 심기복, 막달레나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순희, 몬테로네 역의 베이스 장철유 등은 수차례 ‘리골레토’를 공연한 관록의 성악가들이다. 이밖에도 베이스 박종선, 바리톤 황규태, 테너 최용석, 무용가 서예원이 출연한다. 음악코치는 김보미.

/park72@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