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오페라앙상블은 20세기 영국의 대표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 ‘도요새의 강’를 한국적 양식으로 바꾼 번안오페라 ‘섬진강 나루’를 오는 5월 다시 공연한다. 사진은 지난 2013년의 공연 모습.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현대오페라에 판소리와 씻김굿이 어우러진 해원상생(解寃相生)의 오페라가 팬들을 찾아온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20세기 영국의 대표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 ‘도요새의 강(Curlew River)’를 한국적 양식으로 바꾼 번안오페라 ‘섬진강 나루’를 공연한다. 오는 5월 16일(금)과 17일(토)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다.
영국 중세 기적극(Miracle Play) 형태의 현대오페라 ‘도요새의 강’를 섬진강의 한 나루터 이야기로 번안했다. 전쟁통(어느 특정한 시대를 드러내지는 않는다)에 죽은 아이와 그 어머니를 통해 우리 시대의 해원상생(‘맺힌 원한을 풀고 서로 잘 살자’는 뜻)을 노래한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20세기 영국의 대표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 ‘도요새의 강’를 한국적 양식으로 바꾼 번안오페라 ‘섬진강 나루’를 오는 5월 다시 공연한다. 사진은 지난 2013년의 공연 모습.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전쟁이 끝난 후 어느 봄날 저녁의 섬진강 나루터. 뱃사공은 사연 많은 이들을 나룻배로 실어 나른다. 난리 통에 가족이 몰살당해 떠도는 나그네, 지아비의 혼을 달래기 위해 강을 건너는 아낙네, 군인들에 의해 끌려간 아들을 찾아 강산을 헤매는 실성한 여인 등이 강을 건넌다.
뱃사공은 그들에게 한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끔찍했던 전쟁 중에 끌려가던 소년이 ‘내 시신을 찾거들랑 저 팽나무 아래 묻어주오. 저 나무가 울어 내 엄니가 찾아와 목 놓아 울 때까지요’라고 유언을 했는데, 정말 바람이 부는 날이면 그 소리가 들려와 노 젓기가 두렵다”고 말한다.
이때 배에 탄 실성한 여인이 그 소년이 자기 아들임을 확신하고 울부짖는다. “섬진강아, 찢겨진 어미 가슴에 묻은 내 아기 보내다오.” 나룻배가 건너편 나루터에 당도하자, 모두들 나무 아래 모여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는 씻김굿을 펼친다. 해원상생의 염원이 담긴 굿이다. 죽은 소년의 목소리는 어머니와 극적으로 상봉해 이승에서 못다 한 사연들과 해후하고 저승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원한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20세기 영국의 대표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 ‘도요새의 강’를 한국적 양식으로 바꾼 번안오페라 ‘섬진강 나루’를 오는 5월 다시 공연한다. 사진은 지난 2013년의 공연 모습.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8·15 광복 이후 4·3 제주에서부터 6·25 한국전쟁, 4·19 민주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세월호 사고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 산화한 모든 사람들을 향한 레퀴엠이다.
번안오페라 ‘섬진강 나루’는 1997년 국립오페라단에 의해 초연됐고, 서울오페라앙상블이 2013년에 벤자민 브리튼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으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재공연했다.
이번에는 ‘4월 제주가 5월 광주에게 길을 묻다’라는 새로운 해석으로 판소리와 씻김굿이 어우러진 현대판 오페라로 공연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중세 기적극 형태의 서양오페라를 해원상생을 기원하는 한국적 오페라로 변신시킨다.
또한 이번 무대가 더욱 뜻 깊은 이유는 공연 생태계의 변화 속에서 존재감마저 미미해진 ‘한국소극장오페라의 부활을 꾀하며’ 기획된 공연이기 때문이다.
번안 김용범, 지휘 구모영, 예술감독 장수동, 합창지휘 박용규, 음악코치 김보미·윤빛나. 판소리 방수미, 어미 역은 소프라노 이효진·정시영, 뱃사공 역은 바리톤 최병혁, 나그네 역은 베이스 임창한, 영혼의소리 역은 소프라노 김리원이 맡는다. 서울오페라앙상블오케스트라, 국악그룹 도솔지기, 노이오페라코러스가 연주한다.
/kim67@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