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문화재단은 오는 8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클래식 레볼루션 2025’를 개최한다. 올해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새 예술감독을 맡아 축제를 이끌어 간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올해 ‘클래식 레볼루션’의 새 예술감독을 맡은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피아니스트 말로페예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등을 직접 픽업하며 파워풀한 출연 라인업을 구축했다. 카바코스의 러브콜을 받은 여러 아티스트들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행을 택하며 무대를 빛낸다.
롯데문화재단은 오는 8월 28일(목)부터 9월 3일(수)까지 ‘클래식 레볼루션 2025’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2020년 시작된 클래식 레볼루션은 매해 독창적인 기획과 깊이 있는 프로그래밍으로 여름철 클래식 비수기를 문화의 계절로 전환시키며, 국내 대표 클래식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새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는 첫 해로, 클래식 레볼루션의 방향성과 미학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카바코스가 제안한 올해 축제의 주제는 ‘스펙트럼(Spectrum)’이다. 그는 “음악은 시간과 감정을 초월한 언어며, 바흐의 구조와 쇼스타코비치의 고뇌처럼 서로 다른 시대의 음악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부제로 제시된 ‘바흐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는 클래식 음악사의 두 축을 잇는 하나의 프리즘을 상징하며, 예술이 시대를 관통해 어떤 성찰과 위로를 줄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대위법의 정수와 신학적 이상을 바탕으로 한 음악적 질서를,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정치적 탄압 속에서도 예술의 윤리와 인간성을 음악으로 대변한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쇼스타코비치는 생전에 바흐의 ‘푸가의 기법’과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깊이 연구하며, 자신의 ‘24 전주곡과 푸가’를 통해 그 정신을 20세기에 계승한 바 있다.
●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교감·예술적 동반자들이 펼치는 긴밀 호흡
롯데문화재단은 오는 8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클래식 레볼루션 2025’를 개최한다. 올해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새 예술감독을 맡아 축제를 이끌어 간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카바코스는 이번 축제에서 단순한 예술감독의 역할을 넘어서, 오랜 음악적 파트너들과 직접 무대에 올라 그 어느 때보다도 진정성 있는 하모니를 만들어간다. 그는 예술감독직을 수락한 직후부터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 클래식 레볼루션 무대에 함께해줄 것을 청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전곡을 연주할 아폴론 앙상블은 카바코스가 창단한 단체로, 특히 고음악 해석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카바코스가 직접 출연을 제안해 더욱 의미를 더한다.
이 외에도 피아니스트 말로페예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등 그와 직간접적으로 교류해온 아티스트들이 바쁜 일정 가운데에서도 한국행을 택하며 깊은 음악적 신뢰를 통해 축제를 더욱 빛낸다.
● ‘파가니니·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자’ 카바코스·양인모 동반무대
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특히 8월 31일, 카바코스와 양인모가 아폴론 앙상블과 함께하는 듀오 공연은 이번 클래식 레볼루션 2025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들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 1043’를 함께 연주한다. 이 작품은 ‘더블 콘체르토’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두 바이올린이 완전히 대등하게 주고받는 대화 구조 속에서 서로의 개성과 해석을 반영할 수 있는 대표적인 레퍼토리다.
흥미로운 것은 카바코스와 양인모 모두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와 ‘파가니니 콩쿠르’의 우승자라는 독보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의 우승으로 한국인들에게 더욱 익숙해진 시벨리우스 콩쿠르는 단순한 기교를 넘어선 음악적 절제, 구조 감각, 깊은 서정성을 요구하는 세계적 명성의 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
카바코스는 1985년, 양인모는 2022년 각각 이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더욱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한 카바코스는 1988년, 양인모는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동일한 음악적 전통을 공유하면서도 각각 다른 세대와 경험의 간극을 지닌 두 연주자가 바흐의 더블 콘체르토에서 만나는 순간은, 단순한 협연을 넘어 세대 간의 예술적 대화이자, 해석의 교차점을 드러내는 특별한 장면을 선사할 것이다.
이번 공연은 카바코스의 깊이 있는 톤과 양인모의 명료한 표현력이 어떻게 교차하며 균형을 이루는지, 각자의 음악 여정에서 축적된 통찰이 어떻게 바흐의 작품 속에서 수렴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진귀한 무대가 될 것이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양인모는 첫 BBC 프롬스 공연을 앞둔 특별한 일정 속에서 런던 체류 중 잠시 귀국해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인다.
● 축제의 깊이를 더하는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의 조화
롯데문화재단은 오는 8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클래식 레볼루션 2025’를 개최한다. 올해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새 예술감독을 맡아 축제를 이끌어 간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클래식 레볼루션 2025는 오케스트라 공연과 밀도 높은 실내악 무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구성으로 관객을 만난다. 오케스트라가 웅장한 구조와 집단적 에너지를 통해 감정의 파노라마를 펼친다면, 실내악은 연주자 간의 섬세한 호흡과 긴밀한 음악적 대화로 음악의 본질에 접근하게 한다.
특히 이번 클래식 레볼루션을 구성하는 두 작곡가, 바흐와 쇼스타코비치의 작품 세계는 각각 실내악과 오케스트라라는 형식에서 가장 깊이 있는 빛을 발한다.
바흐의 음악은 실내악이라는 친밀한 공간에서 대위법적 질서와 구조의 아름다움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며, 연주자 개개인의 해석과 상호작용을 통해 살아 숨 쉬는 음악으로 구현된다. 반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이나 협주곡은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통해서 시대의 긴장감과 인간의 고뇌, 그리고 집단적 감정의 층위를 역동적으로 생동감 있게 구현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이 적절히 구성된 이번 클래식 레볼루션은 두 작곡가의 음악적 정수를 가장 효과적이고 생생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관객들은 이번 축제를 통해 바흐와 쇼스타코비치라는 대조적인 존재를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서 경험하게 되는 특별한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2020년 이후 매해 클래식 레볼루션은 ‘의미 있는 기획’ ‘연주자 중심의 설계’ ‘테마와 연주의 유기적 연결’이라는 기준으로 그 축제의 시간을 축적해왔다. 베토벤(2020), 브람스 & 피아졸라(2021), 멘델스존 & 코른골트(2022), 번스타인(2023), 관현악 중심 전환의 2024년을 거쳐 2025년 축제는 바흐와 쇼스타코비치를 가장 의미 있게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다시금 도약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축제는 공연 외에 출연진이 선보이는 마스터 클래스 등 관객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더욱 풍성한7일간의 음악 여정을 채운다.
클래식 레볼루션 티켓 가격은 오케스트라 공연은 R석 12만원, S석 9만원, A석 7만원, B석 5만원, 체임버 공연 R석 9/7만원, S석 5만원, A석 5/4만원이다. 더 많은 관객들이 부담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매 회차 CREV석을 1만5000원에 운영한다.
/park72@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