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적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를 선보인다. ⓒ국립발레단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꼬리를 형상화한 긴 바지형 의상을 입은 ‘인어공주’가 다시 온다. 바지 의상은 유영하는 듯한 움직임을 극대화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국립발레단은 제206회 정기공연으로 세계적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를 선보인다. 2024년 국내 초연 당시 “한국 발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더욱 짙어진 예술적 깊이로 관객을 환상의 바다 세계로 초대한다.

존 노이마이어는 지난 5월 국립발레단이 아시아 발레단 최초로 전막 무대에 올린 ‘카멜리아 레이디’의 안무가이기도 하다.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꽃 여인’을 바탕으로 한 ‘카멜리아 레이디’와 안데르센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인어공주’는 모두 문학작품을 출발점으로 삼아, 노이마이어 특유의 철학적 시선으로 재창조됐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카멜리아 레이디’가 현실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뤘다면, 이번 ‘인어공주’에서는 판타지적 상상력과 상징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며 한층 더 확장된 노이마이어의 세계를 보여준다.

국립발레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적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를 선보인다.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적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를 선보인다. ⓒ국립발레단 제공


‘인어공주’는 2005년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덴마크 로열 발레단에서 초연됐으며,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존 노이마이어는 사랑의 슬픔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 안데르센의 삶을 작품에 반영하고자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인 ‘시인’을 새롭게 등장시켰다.

‘시인’이 흘린 눈물이 바다에 떨어지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후 그는 인어공주와 함께 극을 이끌어간다. 한편 인어공주는 사랑을 좇아 물속 세계와 인간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정체성마저 내려놓지만, 끝내 꿈꾸던 사랑에 닿지 못한 채 좌절한다. 그러나 그는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대신, 진정한 존재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주체적인 인물로 거듭난다.

‘인어공주’는 노이마이어의 섬세한 예술적 감성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안무뿐만 아니라 무대, 조명, 의상까지 맡았다. 1막에서는 독창적인 무대 연출과 조명, 의상 디자인을 통해 환상적인 바다 속 세계를 구현한다. 특히 인어공주의 꼬리를 형상화한 긴 바지형 의상은 유영하는 듯한 움직임을 극대화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반면 2막에서는 인간 세계의 공간적 제약 속에서 인어공주의 내면을 불안정하고 격동적으로 그려내며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국립발레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적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를 선보인다.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적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를 선보인다. ⓒ국립발레단 제공


음악은 러시아 출신 작곡가 레라 아우어바흐가 맡았다. 노이마이어는 그에게 특정한 멜로디보다는 감정과 심리, 인물의 본질을 음악으로 표현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아우어바흐는 세계 최초의 전자악기인 ‘테레민’을 주요 악기로 채택했다. 테레민(리디아 카비나 연주)과 바이올린(안톤 바라홉스키 연주)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불협화음은 인어공주의 아름답고도 고통스러운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무대에 신비로운 울림과 몰입감을 더한다. 사이먼 휴잇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이처럼 문학과 철학, 무대 예술이 어우러진 발레 ‘인어공주’는 초연 당시의 감동을 넘어, 더욱 깊어진 해석과 무르익은 표현력으로 관객을 환상의 무대로 이끌 예정이다. 국립발레단의 ‘인어공주’는 오는 8월 13일(수)부터 17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park72@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