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국립발레단이 내년에 세계적인 안무 거장 존 노이마이어의 ‘카멜리아 레이디’를 국내 초연한다. 또한 이어리 킬리안의 세 작품(‘Forgotten Land’ ‘Sechs Tänze’ ‘Falling Angels’)을 한 무대에서 선보이는 ‘킬리안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국립발레단은 새해 특별한 감동과 매혹적인 무대를 선사할 2025라인업을 26일 발표했다.
내년 공연은 존 노이마이어의 ‘카멜리아 레이디’와 이어리 킬리안의 ‘킬리안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또한 올해 초연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존 노이마이어의 또 다른 전설적인 작품 ‘인어공주’, 로맨틱 발레의 정수인 ‘지젤’과 ‘호두까기인형’), 그리고 국립발레단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Movement Series’ 10회를 기념해 지금까지 발표된 작품들 중 엄선한 작품을 선보이는 ‘History of KNB Movement Series’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로 더욱 풍성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 국내 첫선 존 노이마이어의 명작...두 남녀의 격정적 서사 ‘카멜리아 레이디’
내년 5월, 국립발레단은 발레계의 거장 존 노이마이어의 ‘카멜리아 레이디’로 공연을 시작한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국내 발레단으로서는 처음으로 전막 공연되는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를 바탕으로 창작됐으며, 특히 주인공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하게 풀어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노이마이어는 발레를 통해 문학적 서사를 재구성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카멜리아 레이디’는 그 중에서도 그의 섬세하고 탁월한 안무가 돋보이는 걸작으로 손꼽힌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의 곡을 사용해 두 주인공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의 애틋하면서도 격정적인 감정을 극대화시키며 관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쇼팽의 피아노 선율이 나타내는 서정성은 노이마이어의 절제된 동작과 극적인 표현이 결합된 안무를 통해 인물의 감정선을 극대화시키며 드라마 발레라는 장르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노이마이어의 안무는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인간 감정의 복잡함과 서사를 우아하면서도 격렬하게 표현해내는데, 이러한 그의 안무는 19세기 파리의 사교계를 재현한 화려한 의상과 무대미술을 더해 두 남녀의 격정적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노이마이어의 ‘카멜리아 레이디’는 드라마 발레의 정수답게 감성적이고 섬세한 안무와 감정의 깊이를 전달하는 표현력이 핵심인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으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심도 있는 작품 해석과 가르침이 후배 무용수들과 결합돼 예술성과 감동이 배가 되는 무대를 선사할 것이다. 5월 7~1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현대발레 거장 이어리 킬리안의 3부작 한자리서 감상
국립발레단은 역삼동에 새롭게 개관하는 GS공연장에서 컨템포러리 발레를 대표하는 안무가 이어리 킬리안의 작품 세 편을 묶은 ‘킬리안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킬리안 프로젝트’는 그의 대표작인 ‘Forgotten Land’ ‘Falling Angels’ ‘Sechs Tänze’로 구성돼 있다.
먼저 ‘Forgotten Land’는 킬리안이 에드바르트 뭉크의 회화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했으며 벤저민 브리튼의 음악 ‘진혼 교향곡’에 맞춰 탄생한 작품이다. 2019년 국립발레단이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였으며, 같은 해 체코에서 열린 ‘킬리안의 밤(Kylian’s Night)’에 초청받아 체코 프라하 국립극장 무대에 올라 현지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작품은 ‘잃어버린 땅’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인간 존재의 토대이자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모든 시대의 역사적 흔적을 담은 땅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세 단계로 나누어 표현했다. 킬리안은 이 세 단계의 인생을 각기 다른 색상의 의상으로 나타내며, 인간에게 미치는 실존적 힘과 삶의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관계를 안무적으로 드러냈다. 킬리안 특유의 음악적 안무와 섬세한 감정선은 무용수들의 강렬한 움직임과 조화를 이루며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두 번째 작품 ‘Falling Angels’는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스티브 라이히의 미니멀리즘 음악에 맞춘 8명의 여성 무용수를 위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킬리안은 당당함, 불안함, 취약함, 열등감, 유머를 동시에 보여주고자 했으며, 소속감과 독립성, 규범과 자유와 같은 서로 상반되는 것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드러낸다.
구조적이면서도 동시에 안무적·감정적으로 많은 해석의 여지가 열려 있는 라이히의 음악에 맞춰 8명의 무용수가 시작부터 끝까지 무대를 벗어나지 않고 선보이는 ‘Falling Angels’는 킬리안 만의 동시대를 바라보는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Sechs Tänze’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음악을 바탕으로 한 익살스러운 작품으로, 유머와 풍자를 통해 인간 본성의 아이러니를 탐구한다. 작품의 제목인 ‘Sechs Tänze’는 독일어로 ‘여섯 개의 춤’을 의미하는데, 이는 킬리안이 모차르트가 작곡한 여섯 개의 독일 무곡에서 영감을 받아 작명됐으며, ‘Forgotten Land’와 함께 2019년 국립발레단이 공연했다.
이 작품은 모차르트가 작곡을 하던 당시 사회적 격동 상황을 난센스한 음악으로 표현한 것처럼 여섯 개의 춤을 통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풍자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흰색 분장과 기발한 동작, 예상치 못한 연출은 관객들에게 웃음과 깊은 통찰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처럼 독특하고 개성 있는 킬리안의 세 가지 작품으로 구성된 ‘킬리안 프로젝트’는 현대 발레의 정수를 느끼고 킬리안의 철학과 미학을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이며, 국립발레단은 킬리안의 작품을 통해 그의 예술적 유산과 현대 발레의 정수를 국내 관객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6월 26~29일 GS공연장.
● 10주년 맞은 국립발레단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국립발레단의 시그니처 공연으로 자리매김한 ‘KNB Movement Series’가 10주년을 맞아 그 동안 선보인 작품들 중 엄선한 몇 가지 작품을 선보이는 ‘History of KNB Movement Series’로 관객을 찾아온다.
‘KNB Movement Series’는 2015년부터 시작된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로,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안무가로서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시작됐으며, 나아가 국립발레단만의 고유한 레퍼토리를 확보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 10년간 ‘KNB Movement Series’를 통해 발굴된 국립발레단의 안무가들은 이제 한국 무용계뿐 아니라 세계 무용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실력을 입증하고 있으며, 국립발레단은 단원 안무가들의 작품으로 해외 투어를 진행하며 대한민국 고유 레퍼토리 개발 및 정착에도 큰 힘을 쏟고 있다.
‘History of KNB Movement Series’는 8월 30·31일 양일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으로, 관객과 더욱 가깝게 소통하며 창작 발레의 움직임과 감정을 한층 더 밀도 있게 전달할 것이다.
● 국립발레단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장르의 발레 향연
2024년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막을 내린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가 2025년 더욱 완성도를 높여 돌아온다. 안데르센의 원작을 바탕으로 창작된 이 작품은 노이마이어의 깊이 있는 서사와 예술적 해석이 돋보이는 발레 작품으로, 인간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을 안무적으로 그린다.
노이마이어는 ‘인어공주’를 통해 사랑과 고통이라는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해내며, 이를 그만의 동시대적 해석으로 풀어냈다. 특히 레라 아우어바흐의 감성적이면서도 강렬한 음악과 바닷속 세계와 인간 세상을 대비시키는 무대 세트와 조명이 어우러져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노이마이어가 그리는 사랑과 상실의 서정적 드라마 ‘인어공주’는 2025년 여름(8월 13~1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다시 한 번 관객들을 깊은 감동의 바다로 안내한다.
● 11월 늦가을과 함께 낭만발레의 정수 ‘지젤’이 돌아온다
2011년 초연부터 매 공연 전석 매진을 이뤄온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19세기 프랑스 시인 고티에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낭만주의 발레의 대표작으로, 국립발레단은 파리오페라발레단 부예술감독이었던 파트리스 바르 버전의 ‘지젤’을 선보인다.
숭고한 사랑을 지키려는 시골 소녀 지젤과 귀족 알브레히트의 죽음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시골의 생기 넘치는 풍경을 담은 1막 장면부터 알브레히트의 진실을 알고 광란에 빠지는 지젤의 매드 신(Mad Scene), 그리고 2막의 윌리들이 선보이는 발레블랑(백색발레) 장면까지 상반되는 풍경과 격동하는 감정을 모두 담고 있다. 11월 12~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지젤’ 이어 2025년 연말 역시 ‘호두까기인형’으로 마무리
주인공 소녀 마리가 크리스마스 이브날 호두까기인형을 선물 받은 뒤 꿈속에서 호두 왕자를 만나 크리스마스 랜드를 모험하는 이 이야기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안무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을 따뜻한 연말로 안내한다.
지난 2000년 초연 이후 꾸준히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매년 새로운 주역들의 데뷔를 지켜볼 수 있는 마법 같은 공연 ‘호두까기인형’은 12월 13~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 의미 있는 사업들로 채워갈 국립발레단의 2025년
국립발레단은 2025년에도 다양한 사업과 해외공연 역시 이어갈 계획이다. 먼저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국립발레단 아카이브’ 사업의 대국민 시범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으로, 현재 국립발레단은 아카이브 자료 목록화 등 밑작업을 마친 상태로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개발 구축과 서비스 방향 등을 내부 논의 및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립발레단 아카이브 기증 이벤트’ 등을 통해 국민들과 대한민국 발레 역사의 보존 및 기록을 위한 귀중한 걸음을 함께할 예정이다.
또한 일본에서 ‘허난설헌-수월경화’(안무 강효형)를, 독일에서 ‘해적’(안무 송정빈)을 공연한다. 이를 통해 한국 발레의 위상을 세계무대에서 선보이고 국립발레단의 국제적 입지를 탄탄히 함과 동시에 세계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대한민국 발레의 대중화 및 전 국민 문화 향유를 위한 지역공연을 비롯해 2021년부터 진행되어 온 문화소외계층 청소년들을 위한 발레 교육과 국립발레단과의 합동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꿈나무 교실 ‘Fly Higher with KNB’ 사업 역시 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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