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술가곡의 거장 이안삼 작곡가를 기리는 ‘제5회 이안삼 가곡제’가 오는 10월 22일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개최된다. ⓒ이안삼가곡제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작곡가 이안삼(1943~2020)은 한국 가곡 활성화에 늘 진심이었다.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과 청소년도 우리 가곡을 친근하게 만날 수 있도록 ‘클래팝(Clapop)’을 고안해 냈다. 클래식(Classic)과 팝(Pop)을 합친 단어다. 순수음악에 대중이 좋아하는 화성과 리듬을 도입하면 가곡을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만든 새로운 장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적 정신의 음악가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클래팝은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가곡과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어 처음 듣는 사람은 외국 곡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비록 형식은 빌려왔지만 그 안에 우리 민족의 감정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서양 음악에 동양의 정서가 어우러지도록 했다. 순수 예술가곡의 틀을 유지하되 멜로디의 경쾌함 등 대중음악적인 요소를 가미해 누구나 쉽게 다가가고 부를 수 있도록 했다.

이안삼의 대표적인 클래팝은 전경애 시인의 작품에 곡을 붙인 ‘금빛날개’다. 한국 가곡에서는 드물게 탱고 리듬을 가미해 즐거움과 흥겨움을 더했다. 듣기만 해도 고개가 저절로 까딱까딱 반응한다. 다빈(김정주) 시인의 ‘어느 날 내게 사랑이’와 서영순 시인의 ‘연리지 사랑’도 최근 음악회에서 자주 연주되는 클래팝이다. 꽃잎처럼 불현듯 찾아온 사랑에 지독한 몸살을 앓거나, 달이 가고 해가 가도 변하지 않을 부부의 엔드리스 러브는 요즘 MZ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한국 예술가곡의 거장’ 이안삼 선생이 별세한지 벌써 다섯 해가 지났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추모 음악회를 열어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그리움만 남기고 떠나버린 그대여”라고 한마음으로 노래한다. 올해도 ‘제5회 이안삼 가곡제’가 오는 10월 22일(수) 오후 7시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개최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욱 커져가는 ‘아임 미싱 유(I’m Missing You)’ 콘서트다.

‘제5회 이안삼 가곡제’가 오는 10월 22일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개최된다. 윗줄 왼쪽부터 소프라노 강혜정, 소프라노 김성혜, 소프라노 임청화, 메조소프라노 이주영. 아랫줄 왼쪽부터 테너 이정원, 테너 이현, 바리톤 송기창, 지휘자 서희태. ⓒ이안삼가곡제 제공


다섯 번째 맞이하는 이안삼 가곡제의 프로그램북에 작곡가 이영조 선생(전 한예종 음악원장·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이 축사를 썼다. 두 사람은 똑같이 1943년생이며 서라벌예대 동기·동창이다. 나중에 이안삼은 김동진(1913~2009) 선생을 따라 경희대로 옮겼고, 이영조는 나운영(1922~1993) 선생을 따라 연세대로 옮겼다. 이영조는 ‘섬집 아기’ ‘바위 고개’ ‘꽃구름 속에’를 만든 이흥렬(1909~1980) 작곡가의 아들로 서양음악과 한국 전통음악, 과거와 현대의 기법을 혼합해 한국적 음악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영조는 “이안삼이 태어났던 때는 이미 한국의 가곡은 서양적 기법이라는 강물 줄기에 의존해서 품격 있는 가곡이 정리되기 시작한 시기였다”며 “그 후 우리 가곡은 민속예술가곡, 예술가곡, 서정 애창곡, 현대적 한국 가곡 등 여러 방면으로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안삼의 가곡은 이 음악적 강줄기에 한 흐름의 몫을 차지하고 있다.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다양성과 청중을 배려하는 포용성이 있다. 수많은 애창 가곡을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차원에서 작곡했다”며 “5주기를 추모하는 가곡제를 열게 된 것은 이처럼 그분의 작품 경향이 넓고 깊게 대중에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국 가곡 역사에서 이안삼 음악이 차지하는 위상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금빛날개’를 1부의 첫 곡으로, ‘어느 날 내게 사랑이’를 2부의 첫 곡으로 배치했다. 이영조의 핵심 분석처럼 한국 가곡 역사에서 ‘넓고 깊게 대중에게 뿌리내린’ 클래팝이라는 장르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귀중한 시간이다.

올해는 더 풍성한 사운드를 준비했다. 1회부터 4회까지 피아노 반주로 공연을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빵빵한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음악회를 연다.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실제 주인공인 서희태가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그는 지난해 제4회 이안삼 가곡제를 앞두고 “특히 선생님이 작곡한 가곡의 가치는 한국적인 정서와 서정적인 선율에만 머물지 않는다”라며 “때로는 이국적이면서도 과감한 시도를 서슴지 않았고, 특별히 반주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고 충실한 반주부를 작곡함으로써 예술적 완성도를 높인 가곡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피아노 반주와 함께 노래하는 가곡의 특성상 노래 선율에 비해 반주 부분이 다소 빈약한 가곡들이 있는 반면, 선생의 가곡은 충실한 반주를 보여줘 관현악으로 연주하기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다. 모두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이다”고 설명했다.

한국 예술가곡의 거장 이안삼 작곡가를 기리는 ‘제5회 이안삼 가곡제’가 오는 10월 22일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개최된다. ⓒ이안삼가곡제 제공


정상의 성악가 7명이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이안삼의 명품가곡 21곡을 선사한다. 모두 오랫동안 이안삼과 촘촘한 인연을 맺어온 가수들이다. 소프라노 강혜정은 ‘여름 보름밤의 서신’(한상완 시) ‘매화연가’(황여정 시) ‘그대가 꽃이라면’(장장식 시)을 부른다. 소프라노 김성혜는 ‘마음 하나’(전세원 시) ‘위로’(고옥주 시) ‘어느 날 내게 사랑이’(다빈 시)를 들려준다.

‘K가곡 전도사’로 통하는 소프라노 임청화는 ‘오월의 노래’(공한수 시) ‘가을 들녘에 서서’(최숙영 시) ‘가을을 보내며’(이향숙 시)를 선사한다. 메조소프라노 이주영은 ‘천년 사랑’(김성희 시) ‘우리 어머니’(오문옥 시)를 연주한다.

테너 이정원은 ‘고독’(이명숙 시) ‘솟대’(김필연 시) ‘사랑하는 아들아’(유자효 시)를, 태너 이현은 ‘다시 묻지 않으리’(노종석 시)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문효치 시)를, 바리톤 송기창은 ‘나지막한 소리로’(고영복 시) ‘주목’(심응문 시·장동인 편곡)을 부른다.

듀엣송도 준비했다. 이주영과 송기창이 ‘금빛날개’(전경애 시)를, 강혜정과 이현이 ‘내 마음 그 깊은 곳에’(김명희 시)를, 김성혜와 이정원이 ‘연리지 사랑’(서영순 시)를 노래한다. 피날레 곡으로 모든 출연자와 관객이 ‘그대가 꽃이라면’을 합창한다.

공연 한 편을 무대에 올리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이 필요하다. 이안삼가곡제운영위원장 한상완, 편곡·피아노 장동인, 사회 장장식, 기획 김정주, 사진·영상 김문기 등이 힘을 보탰다.

/park72@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