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출신의 재독 작곡가 박영희가 독일 연방정부가 수여하는 ‘공로십자훈장 1급’을 받았다. ⓒ주독일한국문화원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충북 청주 출신의 재독 작곡가 박영희(80)가 독일 연방정부가 수여하는 ‘공로십자훈장 1급(Bundesverdienstkreuz 1. Klasse)’을 받았다. 동양 전통음악의 정서를 서양 현대음악과 결합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청주에서는 얼마 전 그의 음악 세계를 깊이 탐구하고 현대음악의 다양성을 탐색하는 ‘제1회 파안 박영희 현대음악제’가 열려 수상의 의미를 더했다.

주독일한국문화원은 박영희 작곡가가 29일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수여하는 ‘공로십자훈장 1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박 작곡가의 건강을 고려해 그가 거주하는 브레멘에서 개최됐으며, 안드레아스 보벨슐테 브레멘 시장이 훈장을 대신 전달했다.

박 작곡가는 ‘소리’ ‘님’ ‘마음’ ‘노을’ ‘타령’ 등을 작곡해 독일을 비롯해 유럽 음악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음악가다. 독일 연방정부는 “현대음악 발전에 기여하고, 양국의 문화적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고 훈장 수여 이유를 밝혔다.

박 작곡가는 “작품 하나하나를 청중들이 좋은 느낌으로 들어주고 성원해주시는 데 대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1945년 태어난 박 작곡가는 청주여고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작곡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4년 독일로 건너가 학술교류처(DAAD)에서 장학생으로 유학했다.

1980년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음악 축제 ‘도나우에싱엔’에서 첫 관현악곡 ‘소리’가 위촉·초연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며 세계 현대음악 거장으로 우뚝 섰다.

브레멘 국립예술대학 작곡과 교수와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에는 여성 및 아시아계 최초로 베를린 예술대상을 받았다.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무직페스트’에서는 박 작곡가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가 열리기도 했다.

박 작곡가의 고향 청주에서는 지난 15~24일 그의 음악 세계를 깊이 탐구하고 현대음악의 다양성을 탐색하는 ‘제1회 파안 박영희 현대음악제’가 열렸다. 해마다 박영희의 음악세계를 만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공로십자훈장’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일 사회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박 작곡가에 앞서 재독 음악가 윤이상이 1988년 ‘대공로십자훈장’을,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9년 ‘공로십자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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