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1주 단위 티켓 예매가 일상화되면서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공연에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조승우가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열연하고 있다.
[클래식비즈 민병무 기자] “티켓팅 끝나자마자 바로 이쩜오(2.5)배가 넘는 가격으로 암표 올라오게 하는 분들에게 인간적으로 부탁 좀 드립니다. 그러지 맙시다. 말아주세요.”
배우 옥주현이 소셜미디어에 직접 이렇게 호소할 정도로 공연 업계에 이미 만연한 암표 문제가 코로나19를 틈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만원짜리 티켓이 30만원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띄어앉기로 좌석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발생하고 있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의 조승우·홍광호·류정한, 뮤지컬 ‘위키드’의 옥주현·정선아, 드라마 ‘스타트업’과 예능 ‘1박2일’로 얼굴을 널리 알린 김선호가 출연하고 있는 연극 ‘얼음’ 등 스타들이 출연하는 인기공연의 경우엔 표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3일 공연계 등에 따르면 언제 변할지 모르는 방역 지침으로 ‘1주 단위’ 티켓 예매가 일상화되면서 암표상들이 온라인에서 더 활개를 치고 있다.
인기 공연 티켓 예매 오픈 이후 소셜 미디어에는 곧장 프리미엄 티켓(정가보다 값비싼 가격으로 매매되는 티켓) 판매를 알리는 계정이 무더기로 올라온다.
소위 ‘매크로’(자동 코드)를 이용, 예매에 필요한 날짜·시간·좌석 등급·카드 결제 정보 등을 순식간에 입력하는 편법을 사용한 전문업자들이 만든 계정이 대다수다.
적게는 몇만원, 많게는 2~3배가량 높은 가격으로 티켓을 판매하겠다는 내용이다. 10만원대의 티켓이 많게는 30만원까지 치솟는 경우도 있다.
오는 16일 개막하는 뮤지컬 ‘위키드’ 제작사 에스앤코는 최근 소셜 미디어와 예매처를 통해 “공식 판매처 이외의 거래, 프리미엄 티켓 판매, 양도 사기 등 불법 거래 티켓 피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주의를 부탁했다.
최근 암표 문제는 코로나19로 이미 피해를 입은 공연계를 더 멍들게 하고 있다. 정작 뮤지컬 제작사에게는 전혀 득이 안 되는 고질적 병폐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티켓이 판매될 경우 공연과는 전혀 상관없는 제3자의 배만 불리게 되고, 공연계는 불황에도 고가의 티켓이 팔린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떠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피해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지금 프리미엄 티켓 판매 구조는 소비자가 보호받기 힘들다.
현재 대다수의 프리미엄 티켓 판매는 실물 티켓을 양도하는 것이 아니다. 표를 구하고자 하는 관객이 프리미엄 티켓을 판매하는 누군가에게 계좌 등으로 현금을 전달하고 예매 번호를 전달받는 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취소가 잦은 상황에서, 공연이 돌연 취소됐을 경우 프리미엄 티켓 판매자가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받아낼 길이 없다. 여기에 같은 좌석을 몇 사람에게 동시에 팔았을 경우 피해자는 대거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 암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좀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그룹 ‘방탄소년단’ 콘서트 등에서 도입한 추첨제를 권한다. 그런데 대형 공연장에서 열리는 K팝 스타의 콘서트는 관람 인원이 많되, 회차는 적은 편이다. 최소 한달 넘게 수십차례 공연해야 하는 뮤지컬의 경우 추첨제는 손이 많이 가 번거롭다.
브로드웨이처럼 프리미엄 티켓 판매를 양성화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다. 티켓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2차 판매’를 인정하되 정가보다 10~20% 이상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해결책은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티켓을 스스로 구입하지 않는 것이다. 암표상들은 자신들이 구입한 티켓이 팔리지 않는다면, 이들 표들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 시중에 다시 정상적인 가격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최근 김선호 팬카페에서도 팬들이 “프미리엄 티켓을 비싸게 사는 건 배우, 스태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3자가 아무것도 안 하고 돈 가져가는 것이 말이 되나. 건전한 팬 문화를 우리가 만들자”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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