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가 치매 윤정희 방치’ 청원 뒤엔 윤씨 동생들 작전 있었다

프랑스법원서 후견인 다툼 패소 뒤 2라운드 여론전 전개 의혹

민병무 기자 승인 2021.02.07 18:07 | 최종 수정 2021.02.20 03:04 의견 0
배우 윤정희의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 측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는 윤정희를 방치했다는 주장에 대해 "거짓이자 근거없는 주장이다"라고 반박했다.


[클래식비즈 민병무 기자] ‘백건우가 치매를 앓고 있는 윤정희를 방치했다’는 국민청원 뒤에는 윤정희 동생들의 작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법원서 후견인 다툼 패소 뒤 윤정희의 형제자매가 2라운드 여론전을 전개한 의혹이 짙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는 배우 윤정희(77·본명 손미자)가 프랑스에서 배우자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5)와 딸 백진희씨로부터 방치됐다는 주장이 5일 제기됐다.

이같은 방치 주장의 배경에는 백건우와 윤정희 형제자매 간 갈등이 작용했다. 치매라는 정신적 제약으로 일 처리 능력이 부족해진 윤정희를 대신해 법률행위를 할 성년 후견인을 누구로 지명할 것인지를 놓고 양측은 이미 프랑스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법정 다툼이 윤정희 형제자매 쪽의 패배로 결판나자 2라운드로 여론전에 돌입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건우의 국내 소속사 빈체로는 7일 입장문을 내고 “백건우와 그의 딸에 대해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해당 내용은 거짓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다”라고 반박했다.

빈체로는 “두 사람은 평생 함께 연주 여행을 다녔지만 몇 년 전부터 윤정희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하며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요양병원보다는 딸의 아파트 옆집에서 가족과 법원에서 지정한 간병인의 돌봄 아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정희는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 및 치료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의 판결 아래 결정된 내용이다”라고 강조했다.

윤정희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미자’역을 소화하고 있다.


빈체로는 2019년 5월 윤정희가 파리로 간 뒤 윤정희의 형제자매 측과 후견인 선임 및 방식에 관해 법정 분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파리고등법원의 판결로 형제자매 측이 최종 패소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정희의 형제자매 측은 재판과정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지만, 프랑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빈체로는 밝혔다.

양측 갈등은 2019년 1월 윤정희 모친이 사망하면서 본격화됐다. 프랑스에 머물던 윤정희는 모친상을 치르기 위해 잠시 귀국한 뒤 알츠하이머와 당뇨 치료를 위해 병원을 들락날락했다. 그러다 그해 5월 백건우와 딸은 윤정희를 데리고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근교에 윤정희의 거처를 마련했다.

윤정희의 동생 3인은 2019년 프랑스 파리 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프랑스 법원이 백건우와 백진희씨 부녀를 윤정희의 재산·신상 후견으로 지정한 데 대한 이의 신청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패소했고 파리고등법원에 항소해 지난해 11월 최종 패소했다.

문화계에 따르면 프랑스 법원 결정문에는 “윤정희의 배우자 및 딸, 한국 가족과 관련해 피성년후견인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윤정희의 한국 가족은 윤정희가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고, 금전적인 횡령이 의심된다고 주장한다”며 “변론 내용과 관련 서류를 살펴본 결과 근거 없는 주장이다”라는 취지의 판단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윤정희는 배우자 및 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현재 안전하고 친숙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매우 안락한 조건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주지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관해선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면 심리적 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한 청원인은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쓰러져가는 영화배우 윤정희를 구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요건 위배 등의 사유로 현재 관리자에 의해 윤정희 등의 실명은 가려졌다.

청원인은 윤정희에 대해 “남편과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홀로 외로이 알츠하이머와 당뇨와 투병 중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처에 딸이 살기는 하나 직업과 가정생활로 본인의 생활이 바빠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며 “배우자와 딸로부터 방치된 채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혼자서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고 덧붙였다.

또 “딸에게 (윤정희의) 형제들이 자유롭게 전화와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수차례 요청했으나 감옥의 죄수를 면회하듯이 횟수와 시간을 정해줬다”며 “전화는 한 달에 한 번 30분, 방문은 3개월에 한 번씩 2시간이다.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유린당하고 있고 인간의 기본권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편은 아내를 안 본 지 2년이 됐다. 자기는 더 못하겠다면서 (윤정희의) 형제들한테 간병 치료를 떠맡겼다”고 주장하며 “한국에서 제대로 된 간병과 치료를 받으며 남은 생을 편안히 보냈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이다”라고 적었다.

청원인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지만 윤정희의 동생들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관련해 윤정희의 한 여동생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통화가 어렵다”고만 말했다.

윤정희와 20여 년간 알고 지내고 있다는 한 지인은 “청원 내용은 100% 거짓말이다”라며 “(프랑스 집에) 간병인이 있고,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딸과 손주와 함께 보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딸이 바로 옆집에 사는데 악기 연주를 하면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 아침에 악기 소리를 듣고 손을 흔드는 (윤정희의 모습을) 딸이 찍어 백(건우) 선생님께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정희와 백건우는 1976년 결혼해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 중인 딸 한 명을 뒀다. 두 사람은 해외 연주 등에 늘 동행하면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 ‘잉꼬부부’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윤정희는 1966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해 ‘그리움은 가슴마다’ ‘위기의 여자’ ‘시로의 섬’ ‘눈꽃’ 등 330여 편에 출연했다.

마지막 출연 작품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로 알츠하이머 환자 역을 맡았다. 백상예술대상 연기상,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올해의여성영화인상, LA영화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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