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오스카에도 한발짝

정이삭 감독 “어떤 언어보다 심오한 마음의 언어 배우려는 가족 이야기”

민은기 기자 승인 2021.03.01 20:00 의견 0
영화 ‘미나리’가 미국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한인 가정의 미국 정착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가 미국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아카데미상 수상에도 한발짝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1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미나리’를 선정해 발표했다. 시상식은 뉴욕 레인보우 룸과 미국 LA 비버리힐스 힐튼호텔에서 동시에 열렸다. 코로나 방역수칙 아래 시상자는 실제 참석하고 후보자와 수상자는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발표되자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은 온라인 영상을 통해 품에 껴안고 있는 딸을 가리키며 “이 영화를 만든 이유다”라고 소개하고 영화에 함께 한 배우와 스태프, 가족을 일일이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미나리’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고, 그 가족은 그들만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것은 어떤 미국의 언어나 외국어보다 심오하다. 그것은 마음의 언어다. 나도 그것을 배우고 물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정 감독이 쓰고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플랜B가 제작한 미국 영화지만,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HFPA 규정에 따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 ‘미나리’가 미국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미나리’는 덴마크의 ‘어나더 라운드’, 프랑스·과테말라 합작의 ‘라 요로나’, 이탈리아의 ‘라이프 어헤드’, 미국·프랑스 합작의 ‘투 오브 어스’ 등과 후보에 올랐고, 유력한 수상작으로 점쳐졌다.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던 제이컵(스티븐 연)은 비옥한 땅을 일구겠다는 꿈을 품고 아내 모니카(한예리)와 딸 앤(노엘 케이트 조), 아들 데이비드(앨런 김)를 데리고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다.

아직 어리고 심장이 좋지 않은 데이비드와 앤을 돌보기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한국에서 건너온다.

낯선 환경에서 갈등하다가도 서로에게 의지해 보듬고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한 가정의 이야기는 이민자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가족을 둔 대부분의 이들에게 깊이 다가간다.

‘미나리’는 지난해 미국의 대표적인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심사위원 대상 및 관객상 수상을 시작으로 미국영화협회 및 시상식을 싹쓸이해왔다. 이번 골든글로브까지 전세계 75관왕, 156개 노미네이트를 기록해 아카데미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윤여정은 미국에서 연기상만 26개를 차지했다.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진 못했으나 아카데미상에서는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제93회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는 이달 15일, 시상식은 다음달 25일에 열릴 예정이다.

올해 골든글로브의 주인공은 중국 출신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노매드랜드’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차지했다.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서는 최초다.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노매드랜드’는 오는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노매드랜드’는 한 기업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한 후 그곳에 살던 여성 펀이 평범한 보통의 삶을 뒤로하고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주연했다.

지난해 대장암 투병 끝에 숨진 흑인 배우 채드윅 보즈먼이 ‘마 레이니즈 블랙 바텀’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도 음악상과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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