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생일날 들어보는 ‘그의 고백’...참필하모닉 3월21일 렉처콘서트

페르콜레지 ‘스타바트 마테르’·바흐 ‘주여, 내 죄를 용서하소서’ 비교 연주

민은기 기자 승인 2021.03.03 14:09 | 최종 수정 2021.03.04 22:17 의견 0
참 필하모닉은 오는 3월 2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렉처 콘서트 ‘바흐의 고백’을 무대에 올린다. 왼쪽부터 지휘자 조정민, 소프라노 오미선,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이탈리아 작곡가 지오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지(1710~1736)는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대표작은 오페라 ‘마님이 된 하녀’가 가장 유명하지만, 삶의 마지막 해에 남긴 ‘Stabat Mater(스타바트 마테르)’ 역시 그의 상징과도 같은 곡이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라틴어 찬송시에 선율을 붙인 것인데, 우리말로 ‘슬픔의 성모’ ‘성모애가’로 번역된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바라보는 어머니 마리아의 비통한 심정을 담고 있는 노래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는 페르골레지보다 스물다섯 살 더 많다. 바흐가 51세 때 26세의 페르골레지가 숨졌다. 1746년 노년의 바흐는 후배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들으며 지나온 삶을 뒤돌아본다. 그리고는 이 곡에 독일어 시편 51편을 노랫말로 붙여 ‘Tilge, Höchster, meine Sünden(주여, 내 죄를 용서하소서)’를 만들었다. 원곡의 성악 부분을 더 풍부하게 편곡해 원래의 오리지널을 압도하는 아름다운 곡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참 필하모닉은 오는 3월 2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렉처 콘서트 ‘바흐의 고백’을 무대에 올린다.


참 필하모닉이 오는 3월 21일(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이 두 곡을 중심으로 렉처 콘서트 ‘바흐의 고백’을 무대에 올린다. 올해 새로 시작하는 ‘참 필하모닉 기획 연주 시리즈Ⅰ’으로 준비한 공연이다. 음악회가 열리는 21일은 바흐 탄생 336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이번 공연이 특히 설레는 이유는 바흐의 고백을 통해 힘겨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백을 들어보는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프라노 오미선·강채원·문예원과 메조소프라노 김선정·강예은이 출연하고 조정민이 지휘봉을 잡는다. 참 콰이어 레이디스 앙상블과 참 필하모닉 스트링 앙상블도 힘을 보탠다.

1부에서는 페르골레지의 곡과 바흐의 곡을 합창·독창을 통해 비교 연주한다. 바흐가 젊은 청년 페르골레지의 음악에서 어떤 영감을 받아 확장 편곡한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의 답을 찾고자 바흐의 노래를 선곡해 들려준다.

2부에서는 앞서 발견한 바흐의 고백을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 전곡(12곡)을 감상하면서 느껴 보는 시간을 갖는다.

객원 지휘자로 포디엄에 서는 조정민은 “노년의 바흐는 죽음을 앞둔 젊은 청년 페르골레지의 고백이 담긴 곡에 영감을 받았다. 이를 자신의 깊은 고백으로 편곡해 연주한 것은 코로나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이에 따라 이번 공연은 각자의 고백을 담아 새로운 시대를 염원해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임형섭 단장이 이끌고 있는 참 필하모닉은 사회와 역사의 아픔에 공감하는 음악인들이 모인 단체다. 정기연주회를 자선음악회로 열어 수익금을 모두 기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저소득층 시각장애인 개안수술기금과 어린이 심장병 수술기금을 위한 연주회를 열었다. 오는 4월 저소득층 청각장애인의 인공달팽이관 수술기금 마련을 위한 세 번째 정기연주회도 앞두고 있다.

이번 공연의 티켓은 2만~8만원이며 인터파크·세종문화회관에서 예매할 수 있다. 연주회 참석은 어렵지만 연주를 후원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마음보내기’ 좌석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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