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고아의 아들 비올라로 우뚝 서다... 리처드 용재 오닐 그래미상 수상

세 번째 도전 끝에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멘털 솔로’ 영광...“비올라에 위대한 날”

박정옥 기자 승인 2021.03.15 11:01 | 최종 수정 2021.03.25 15:44 의견 0
리처드 용재 오닐이 그래미상을 수상한 뒤 영상을 통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레코딩 아카데미 트위터 캡처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비올라에 있어 위대한 날이다. 내 삶에 있어서 이런 영광을 얻게 돼 감사하다.”

한국계 미국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3)이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른지 세 번째 만에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15일(미국 현지시간 14일)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프리미어 세리머니(사전 시상식)에서 리처드 용재 오닐을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멘털 솔로’ 부문 수상자로 발표했다.

수상 연주곡은 리처드 용재 오닐이 데이비드 앨런 밀러의 지휘로 알바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테오파니디스의 ‘비올라와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수상자 발표 직후 영상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휘자 데이비드 앨런 밀러와 알바니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에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음악가들에게는 가장 도전적인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가족들과 타카치 콰르텟에도 고마움을 표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2019년까지 12년간 실내악 그룹 앙상블 ‘디토’ 음악감독을 맡으며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섰다. 지난해부터는 헝가리가 배출한 현악 사중주단 타카치 콰르텟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6·25전쟁 직후 미국에 입양된 전쟁 고아 이복순(68)씨의 아들이다. 그의 어머니는 어릴 적 뇌 손상으로 정신 지체 장애를 지닌 미혼모다. 수상 직후 그의 어머니는 용재 오닐에게 “스마트 키드(smart kid)”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어릴 적에는 워싱턴주 시골 마을에서 TV 수리점을 했던 아일랜드계 미국 조부모가 용재 오닐을 돌보았다. 그는 다섯 살 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고 열다섯 살에 비올라로 악기를 바꿨다.

용재 오닐의 양할머니가 10년간 그의 레슨을 위해서 왕복 200㎞를 손수 운전하면서 뒷바라지했다. ‘용재(勇才)’라는 한국식 이름은 줄리아드 음대 재학 시절 그의 스승인 바이올리니스트 강효 교수가 지어줬다. 용기와 재능이라는 의미. 지금도 한국에서 활동할 때는 ‘용재’라는 중간 이름을 꼭 넣는다.

용재 오닐은 비올리스트로서 최초로 줄리아드 음악원 대학원 과정에 입학했으며, 미국에서 활동하는 전도유망한 젊은 연주자에게 주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을 받았다. 그래미 어워즈에는 앞서 두 차례 후보로 오른 바 있다.

한편 방탄소년단(BTS)은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그래미 어워즈 클래식 부문에서는 한국인이 수상한 적이 있다. 1993년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와 녹음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이 그해 클래식 오페라 부문 ‘최고 음반상’에 선정됐다.

음반 엔지니어인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는 미국 작곡가 로버트 알드리지의 오페라 ‘엘머 갠트리’를 담은 음반으로 2012년 그래미 어워즈 클래식 부문 ‘최고 기술상’을 받았다. 이어 2016년에는 찰스 브러피가 지휘하고 캔자스시티합창단과 피닉스합창단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베스퍼스: 올 나이트 비질’로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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