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여덟 정명훈 6년6개월만에 지휘봉 대신 피아노 앞에 앉다

다음달 DG 피아노 앨범 발매 기념공연...대구·군포·수원·서울 독주회

민은기 기자 승인 2021.03.24 16:17 | 최종 수정 2021.04.22 15:15 의견 0
정명훈이 생애 첫 피아노 리사이틀을 연지 6년 6개월 만에 다시 피아니스트로서 독주회 무대에 오른다.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정명훈(68)이 지휘봉을 잠시 내려놓고 피아노 앞에 앉는다. 지난 2014년 10월 생애 첫 피아노 리사이틀을 연지 6년 6개월 만에 다시 피아니스트로서 독주회 무대에 오른다.

클래식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는 정명훈이 다음 달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새 피아노 앨범을 발매하고 이를 기념해 대구(23일), 군포(24일), 수원(27일), 서울(28일) 등에서 리사이틀을 4회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정명훈은 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의 피아노 부문 2위 수상자다. 한국인 최초로 이 대회에서 입상하며 실력파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1981년 미국 LA필 부지휘자, 1989년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단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등 피아노보다는 지휘자 경력에 더 힘을 쏟았다.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 교향악단, 프랑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세계 무대를 누볐다.

무대에서 혼자 피아노를 연주하는 일은 드물었다. 지휘와 협연을 겸하거나, 다른 악기와 함께하는 실내악 무대에 주로 출연했다.

이번 리사이틀은 6년6개월 만이다. 2014년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5개 도시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2013년 12월 독일의 유명 레이블 ECM을 통해 선보인 ‘정명훈, 피아노’ 발매기념 연주회였다. 당시 정명훈은 "손주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음악이다"라며 드뷔시의 '달빛', 쇼팽의 '녹턴', 슈베르트의 '즉흥곡', 모차르트의 '작은별 변주곡' 등 소품 위주의 작품을 골랐다.

다음달 독주회에서는 보다 본격적인 피아니스트로서의 작품을 선보인다. 새 앨범에 수록된 하이든, 베토벤, 브람스의 후기 피아노 작품을 연주한다.

정명훈은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60번’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0번’, 브람스의 ‘세 개의 간주곡’을 비롯해 ‘네 개의 피아노 소품’도 선보인다. 정명훈이 다시 피아니스트로 돌아온 나이와 비슷한 50~60대에 작곡가들이 만든 후기 작품들이다.

정명훈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부분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이 취소돼 피아노 연주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라며 “그런 시간이 피아니스트로 다시 무대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을 통해 삶의 여러 단면을 표현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열망을 담았다”라며 “작곡가들의 말년 작품들을 통해 인생이란 아름다운 여정과 영혼의 자유로움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무대에 거의 오르지 못한 정명훈은 지난 12월 귀국해 2주 자가격리를 한 뒤 열흘 간 더 국내에 머물면서 KBS교향악단, 원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한 뒤 다시 프랑스로 출국했다.

정명훈은 세계무대에서 지휘자로 바쁘게 활동하면서도 일상 속에서 늘 피아노를 곁에 두고 틈틈이 연주해왔다. 무대에 오른 건 일부 초청 독주회나 지휘를 겸하는 협연 또는 실내악에 한정돼 있었다.

지난 2019년 8월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 정기공연에서 지휘와 피아노 협연을 겸했고, 지난해 말 코로나19에 국민을 위로하기 위한 피아노곡 4곡을 재능기부 형태로 연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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