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상영한다. 페스티벌은 아비뇽 교황청 안뜰 무대 ‘쿠르 도뇌르(명예의 뜰)’에서 펼쳐진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이 한국 관객을 위해 LG아트센터 무대로 찾아온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화제작 4편과 아비뇽 페스티벌이 추천한 아티스트의 작품 1편 등 모두 5편의 공연 영상을 LG아트센터 무대 위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한다.
‘아비뇽 페스티벌 시네마’는 LG아트센터가 아비뇽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협업해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필름 버전의 아비뇽 페스티벌이다.
오는 4월 28일(수)부터 5월 2일(일)까지 한 작품당 2회씩, 총 10회 상영되며 티켓 가격은 전석 2만원이다.
샤우뷔네 베를린의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대표작 <햄릿>,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안느 테레사와 로사스 무용단의 <체세나>, 2013년부터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연출가 올리비에 피의 <리어왕>, 프랑스 연극계의 떠오르는 신예 연출가 토마스 졸리의 <티에스테스>, 그리고 몰리에르상과 유럽연극상을 수상한 극작가 겸 연출가 조엘 폼므라의 <콜드룸> 등 대가들의 작품 5편을 만날 수 있다.
이중 <햄릿> <체세나> <리어왕> <티에스테스>는 페스티벌의 상징과도 같은 아비뇽 교황청 안뜰 무대 ‘쿠르 도뇌르(Cour d’Honeur·명예의 뜰)’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다.
LG아트센터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상영한다. 페스티벌은 아비뇽 교황청 안뜰 무대 ‘쿠르 도뇌르(명예의 뜰)’에서 펼쳐진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영상 상영과 별도로 아비뇽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올리비에 피와 함께하는 부대 행사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아비뇽 페스티벌과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해 소개하는 올리비에 피의 ‘마스터클라스’가 4월 매주 화요일 네이버TV LG아트센터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또한 5월 4일에는 올리비에 피와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을 역임한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대담과 관객들로부터 받은 사전 질문에 답하는 Q&A 시간으로 구성된 ‘라이브 TALK’를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할 예정이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 축제다. 1947년 배우이자 연출가인 장 빌라르가 아비뇽 교황청 안뜰의 야외무대에서 연극 3편을 공연한 것이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시작됐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수천년 역사와 문화유산으로 가득한 도시의 독특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프랑스와 유럽, 나아가 세계 공연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축제가 됐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공식(In) 페스티벌과 누구나 자유롭게 참가 가능한 비공식(Off) 페스티벌로 구성된다. 주최 측이 선별한 40여편의 초청작들이 In 페스티벌에서 열리는 동안 Off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수백 편의 공연들이 소극장, 카페, 학교, 교회, 창고 등 시내 곳곳의 장소에서 펼쳐지며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연장으로 탈바꿈한다. 이로 인해 매년 7월 약 3주간 진행되는 페스티벌 기간 동안 인구 10만의 아비뇽에 방문하는 인원은 약 50만명에 달한다.
LG아트센터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상영한다. 페스티벌은 아비뇽 교황청 안뜰 무대 ‘쿠르 도뇌르(명예의 뜰)’에서 펼쳐진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아비뇽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비뇽 교황청의 안뜰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다. 거대한 석조 건물인 교황청을 배경으로 2000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무대는 그 자체로 장관이자 페스티벌의 상징적인 장소다. 피나 바우슈, 모리스 베자르,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등 세계적 거장들이 혁신적인 신작을 발표했던 무대이기도 하다.
세계를 덮친 코로나의 영향으로 2020년 아비뇽 페스티벌은 전면 취소됐으며 올해 진행 여부 또한 불투명하다. LG아트센터에서 필름으로 상영될 ‘아비뇽 페스티벌 시네마’는 관객들에게 현장에 참여한 듯한 생생함과 공연예술의 재개를 함께 염원하는 순간을 선사해 줄 것이다.
●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연출 <햄릿> / 상영일시 : 4월 28일(수) 오후 7시, 5월1일(토) 낮 12시 / 러닝타임 : 2시간 25분 / 제62회 아비뇽 페스티벌(2008년) 아비뇽 교황청 명예의 뜰에서 초연
LG아트센터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상영한다. 사진은 <햄릿>의 한장면. /사진제공=LG아트센터
LG아트센터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상영한다. 사진은 <햄릿>의 한장면. /사진제공=LG아트센터
말이 필요 없는 우리 시대의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2008년 제62회 아비뇽 페스티벌 무대에서 선보였던 <햄릿>의 역사적인 초연 영상을 만난다. 샤우뷔네 베를린의 예술감독 오스터마이어는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인형의 집-노라> <민중의 적> <리처드 3세>에서 강렬하고 영민한 연출을 보여줘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햄릿>은 그의 이름을 세계 공연계에 각인시킨 대표작 중 하나로, 2010년 ‘서울연극올림픽’을 통해 국내에서도 한 차례 공연한 바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비디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독백하는 햄릿의 모습이 무대 위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쏟아지는 비 속에서 흙을 파헤치며 선왕의 장례식이 거행된 뒤 <햄릿>은 시종일관 관객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전개를 펼치며 질주한다. 카메라 클로즈업을 통해 인물들의 불안한 내면을 살피고, 무대를 가득 덮은 흙을 활용해 인물들의 심리와 공간을 표현해낸다. 20여 명의 등장인물을 단 여섯 명의 배우들로 꽉 채워내며 관객들에게 숨 막히는 긴장감을 제공한다.
● 토마스 졸리 연출 <티에스테스> / 상영일시 : 4월 29(목) 오후 7시, 5월 1일(토) 오후 7시/ 러닝타임 : 2시간 25분 / 제72회 아비뇽 페스티벌(2018년) 아비뇽 교황청 명예의 뜰에서 초연
LG아트센터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상영한다. 사진은 <티에스테스>의 한장면. /사진제공=LG아트센터
LG아트센터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상영한다. 사진은 <티에스테스>의 한장면. /사진제공=LG아트센터
재능있는 배우이자 야심찬 연출가 토마스 졸리는 현재 프랑스 연극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인물이다. 형식과 길이 면에서 극단적인 그의 공연은 연극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켜왔다. 2014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장장 18시간 길이의 <헨리 6세>를 발표하고 몰리에르 연출상(퍼블릭씨어터 부문)을 수상한 그는 2018년 제72회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티에스테스>를 선보였다.
<티에스테스>는 로마시대의 철학자이자 극작가였던 세네카가 남긴 비극이다. 미케네의 왕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형제 티에스테스와 아트레우스의 갈등이 초래한 잔인한 복수극을 그리고 있다. 토마스 졸리는 무대 위에 배치한 거대한 석상과 다양한 음악을 통해 스펙터클을 선사하는 동시에, 주인공 아트레우스 역을 맡아 광기 어린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을 압도한다. 끔찍한 결말을 향해 질주하는 비극 <티에스테스>는 토마스 졸리의 뛰어난 연기력과 연출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올리비에 피 연출 <리어왕> / 상영일시 : 4월 30일(금) 오후 4시, 5월 2일(일) 낮 12시/ 러닝타임 : 2시간 45분 / 제69회 아비뇽 페스티벌(2015년) 아비뇽 교황청 명예의 뜰에서 초연
LG아트센터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상영한다. 사진은 <리어왕>의 한장면. /사진제공=LG아트센터
LG아트센터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상영한다. 사진은 <리어왕>의 한장면. /사진제공=LG아트센터
리어왕은 세 딸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전에 자신에 대한 사랑을 묻는다. 첫째 거너릴과 둘째 리건은 아버지에 대한 효심을 고백하여 유산을 받지만 막내 코딜리아는 침묵한다. 진실된 코딜리아의 침묵은 리어왕을 광기로 몰아넣고 모두를 파멸시킨다.
오를레앙 국립드라마센터와 프랑스 국립 오데옹 극장의 예술감독을 거쳐 2013년부터 아비뇽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연출가이자 극작가, 배우, 시인이기도 한 올리비에 피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교황청 무대 위로 옮겼다.
올리비에 피는 원작의 대사들을 명료하고 생동감 넘치는 현대의 시어로 옮겨 파멸을 향해 돌진하는 인물들을 그려낸다. 나무로 만들어진 세트는 해체돼 명예의 뜰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배우들의 열연은 무대를 모든 유대가 붕괴되는 비극의 장으로 바꿔 놓는다.
●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안무 <체세나> / 상영일시: 4월 30일(금) 오후 7시40분, 5월 2일(일) 오후 7시20분/ 러닝타임: 1시간 35분 / 제65회 아비뇽 페스티벌 (2011년) 아비뇽 교황청 명예의 뜰에서 초연
LG아트센터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상영한다. 사진은 <체세나>의 한장면. /사진제공=LG아트센터
LG아트센터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상영한다. 사진은 <체세나>의 한장면. /사진제공=LG아트센터
새벽 4시 반, 교황청 무대 위에 흙으로 그린 커다란 원 앞에서 한 무용수가 크게 호흡하며 막이 오른다. 2011년 제65회 아비뇽 페스티벌의 아비뇽 교황청 안뜰 무대에서 새벽부터 동트기 전까지 공연된 <체세나>는 무용단 로사스의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와 성악 앙상블 그랑들라부아의 예술 감독 비욘 슈멜처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미니멀리즘 현대 무용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안느 테레사는 반복적인 음악, 시공간과의 수학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한 안무작들로 현대무용계에 거대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다.
<체세나>는 안느 테레사가 2010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해질녘에 선보였던 작품 <En Atendant(Waiting)> 후속편 격인 작품으로, 14세기 아비뇽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다성음악 아르스 숩틸리오르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무대 위에 어떠한 악기, 세트, 조명도 없이 19명의 무용수들와 가수들은 서로 어우러져 떠오르는 태양빛 속에서 오직 목소리와 몸짓으로만 음악을 노래하고 표현한다.
● 조엘 폼므라 작·연출 <콜드룸> / 상영일시: 5월 1일(토) 오후 3시30분, 5월 2일(일) 오후 4시 / 러닝타임: 2시간 20분 / 2011년 파리 오데옹 극장 아뜰리에 베르띠에에서 공연
LG아트센터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상영한다. 사진은 <콜드룸>의 한장면. /사진제공=LG아트센터
LG아트센터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상영한다. 사진은 <콜드룸>의 한장면. /사진제공=LG아트센터
조엘 폼므라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작가 겸 연출가로 지금까지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다섯 편의 작품을 공연했다. <콜드룸>은 몰리에르 극본상과 단체상, 최고비평가협회 작품상까지 수상한 폼므라의 대표작 중 하나다. 무대와 현실을 잇는 동시대적 주제, 인간 내면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이를 표현해내는 언어의 탁월함이 빛나는 공연이다.
<콜드룸>은 아비뇽에서 공연한 작품은 아니지만, 폼므라의 연출적 미학이 집약된 작품이라는 페스티벌 위원회의 적극적인 추천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된다.
상점 직원들의 따분한 삶에는 두 가지 중요한 측면이 있다. 그들의 끔찍한 상사 블로크를 증오하는 것과 가난한 운명에 시달리는 그들의 동료 에스텔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착취하는 것. 하지만 불치병을 앓고 있는 블로크는 매년 자신을 기린다는 조건으로 그의 회사를 직원들에게 맡기겠다고 한다. 에스텔은 직원들과 함께 블로크의 삶을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서 선보일 것을 제안한다.
LG아트센터가 선보이는 5편의 공연은 팬데믹으로 해외 작품을 대면하기 어려워진 이 때, 방구석 1열 스크린을 벗어나 오랜만에 대형 스크린으로 아비뇽 페스티벌의 감동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화제작들을 관람하며 세계 공연예술계의 흐름과 다양성을 느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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