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코로나 때문에 여러 나라를 오가며 연주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의 연주를 좋아하는 분들께 제가 어릴 적부터 즐겨 듣던 재즈와 영화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고막여친’ ‘고막남친’ 같은 작품으로 엄선했어요. 모두 힐링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첼리스트 임희영이 7일 세계적 클래식 레코딩 레이블 소니 클래시컬(Sony Classical)에서 새 앨범 <애즈 타임 고즈 바이(As Time Goes By)>를 발매한다. 영화 <카사블랑카>에 흐르던 주제곡에서 앨범명을 따왔다.
2018년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데뷔 음반 <프랑스 첼로 협주곡>과 지난해 6월 내놓은 <러시안 첼로 소나타>, 그리고 11월에 스승 필립 뮬러와 함께 연주한 <듀오>에 이어 국내 네 번째 정규음반이다.
이번 앨범이 특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동양인 최초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첼로 수석과 한국인 최초 베이징중앙음악원 교수라는 빛나는 타이틀을 가진 임희영이 처음으로 도전한 크로스오버 음반이라는 점이다.
임희영은 6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비단결 같이 부드럽고 감미로운 첼로 선율의 매력을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라며 “클래식 장르를 뛰어넘어 더욱 다채로운 음악을 보여주려고 욕심을 냈다”고 밝혔다.
수록된 8곡 모두 알토란같은 곡들이다. ‘미스티(Misty)’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는 첼로와 피아노의 절묘한 앙상블이 돋보인다. ‘문라이트 세레나데(Moonlight Serenade)’, ‘이파네마의 소녀(The Girl from Ipanema)’, 그리고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Gymnopedie No.1)’ 역시 오랫동안 귓전을 맴돈다.
눈앞에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영화음악도 넣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문 리버(Moon River·’, <카사 블랑카>의 ‘애즈 타임 고즈 바이(As Time Goes By)’,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Last Tango in Paris)’에서도 첼로 선율이 마음을 울린다.
임희영은 지난해 국내에서 10개월 정도 머무르던 기간을 활용해 야기스튜디오와 오디오가이에서 두 차례에 걸쳐 녹음했다. 든든한 지원군이 합류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실력파 재즈 보컬리스트 김주환이 프로듀싱을 했고, 전용준(피아노)·김대호(베이스)·김영진(드럼) 등 국내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힘을 보탰다.
임희영은 “이번 앨범은 중학교(예원학교) 시절의 ‘작은 일탈’에서부터 시작됐다”며 “수업을 마치고 동네 레코드 가게에 들러 클래식 대신 여러 재즈 음반을 뒤적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베이스 주자의 재치 넘치는 애드리브, 깃털처럼 가볍게 추임새를 넣어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드럼의 리듬, 사이다와 같은 청량감을 주는 피아노의 즉흥연주를 몇 시간씩 듣곤 했다”고 덧붙였다. 그때 자주 들었던 곡들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똬리를 틀었고 이번엔 음반으로 내게 된 것.
임희영은 “깊고 풍부한 저음에서부터 호소력 있는 고음까지 빚어내는 첼로 선율이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e뮤직비즈에서 출판 중인 임희영의 에디션 시리즈 또한 올해도 계속된다. 지난해 ‘임희영의 지상 레슨 시리즈 1-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와 ‘지상 레슨 시리즈 2-오케스트라 오디션을 위한 엑섭’을 출간했다. ‘엑섭(Excerpts)’은 오케스트라의 솔로 파트를 뜻한다.
그리고 세 번째 시리즈 ‘랄로 첼로 협주곡’을 지난 4월에 선보였고, 네 번째 시리즈 ‘보케리니 첼로 협주곡 Bb장조 오리지널 버전’은 7일에 출판된다. 콩쿠르와 오디션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족집게 참고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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