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볼프의 ‘뉴버전 사랑의 색깔’ 보여준다...앙상블오푸스 11월6일 콘서트

랄프 코토니 앙상블 편곡버전으로 연주...임선혜·커럴 노래

민은기 기자 승인 2021.10.27 23:24 | 최종 수정 2021.10.28 08:16 의견 0
작곡가 겸 지휘자 랄프 고토니가 2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음달 공연하는 앙상블오푸스의 ‘그 남자, 그 여자 이야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오푸스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시인의 사랑’은 남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순수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이에 반해 ‘이탈리아 가곡집’은 순진한 남자와 거침없는 여인의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무대는 시를 어떻게 이해해 음악으로 표현할 것이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핀란드 출신의 작곡가 겸 지휘자 랄프 고토니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편곡한 로베르트 슈만의 ‘시인의 사랑’과 휴고 볼프의 ‘이탈리아 가곡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고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앙상블오푸스’, 그리고 소프라노 임선혜·테너 키어런 커럴과 함께 11월 6일(토)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 남자, 그 여자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연다.

고토니는 5년 전인 지난 2016년 10월 ‘이탈리아 가곡집’을 편곡해 국내에 처음 선보였고, 이번에 역시 초연하는 ‘시인의 사랑’ 편곡 버전까지 더해진 프로그램으로 국내 팬들을 만난다. 두 연가곡집 모두 낭만주의 가곡이 꽃피우던 시기에 작곡됐으며 고토니가 재해석한 앙상블 편곡버전으로 연주한다.

그는 “연주할 때의 어려움은 음악 속 다양한 감정의 폭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다”라며 “특히 가사가 있는 곡은 연주하기 힘들지만 뛰어난 합주력을 겸비한 아티스트들 덕분에 아주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실현하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휘자 랄프 고토니, 앙상블오푸스 리더 백주영, 예술감독 류재준(왼쪽부터)이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그 남자, 그 여자 이야기'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푸스


이번 무대에서 고토니가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는 앙상블오푸스는 백주영(바이올린), 조성현(플루트), 세바스티안 알렉산드로비치(오보에), 세르지오 페르난데스 피레스(클라리넷), 유성권(바순), 리카르도 실바(호른), 최인혁(트럼펫), 김다미(바이올린), 김상진(비올라), 심준호(첼로), 박정호(더블베이스), 김지인(하프)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면서 그는 “볼프는 어떤 작곡가들보다 시와 음악의 합일을 위해 애썼다. 심지어 ‘시와 음악의 결혼’이라는 멋진 표현을 썼다. 기쁨과 슬픔은 물론이고 둘 사이의 싸움까지도 세밀하고 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음악을 더욱 잘 감상할 수 있다는 팁을 줬다.

앙상블오푸스의 리더인 백주영은 “연주자 모두가 뛰어난 역량을 갖춰야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라며 “‘시인의 사랑’이야 말로 너무 잘 알려진 곡인 만큼 시의 의미와 텍스트의 전달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고토니의 이번 편곡은 세심한 관현악법을 따르면서도 곡순서의 재배치를 통해 전곡을 하나의 스토리로 이해하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피아노 오리지널곡에서 느낄 수 없었던 다양한 감성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를 통해 어렵고 먼 이야기가 아니라 늘 겪는 친숙한 이야기로 바꿔냈다.

지휘자 랄프 고토니, 앙상블오푸스 리더 백주영, 예술감독 류재준(왼쪽부터)이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그 남자, 그 여자 이야기'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푸스


두 성악가의 설레는 노래도 기대된다. 고음악 파트에서 걸출한 활약을 하고 있는 소프라노 임선혜는 ‘이탈리안 가곡집’ 젊은 화자의 풍부한 감정과 그 속의 다면적인 성격을 노래와 연기를 통해 표현할 예정이다. 열렬한 사랑의 추종자, 시댁 식구와의 갈등, 사소함에 괴로워하는 모습, 화해와 안정된 사랑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과정 등 다채롭고 입체적인 인물로 변모한다.

‘시인의 사랑’에서는 사랑의 고통을 절실하게 느끼는 화자가 등장하는데, 그 애달픔을 테너 키어런 카럴이 노래한다. 25세의 나이로 현재 유럽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그는 미성을 앞세워 신선함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앙상블오푸스의 예술감독 류재준은 “저희 앙상블의 중요 멤버였던 고 권혁주 군이 한 마지막 연주가 ‘이탈리아 가곡집’이었다. 혁주 생각을 하면 지금도 마음이 먹먹하다”며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기도 했다. 촉망받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권혁주는 2016년 31세를 일기로 돌연사해 음악계에 충격을 안겼다. 류 감독이 이번 공연에 특히 애착을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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