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트럼페터 마틸다 로이드가 오는 11월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 제259회 정기연주회에서 하이든 트펌펫 협주곡을 연주한다. ⓒ국립심포니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강렬한 표현력과 감동을 전달하는 음악가로 평가받은 여성 트럼페터 마틸다 로이드가 ‘장학퀴즈’ 선율로 한국 무대에 데뷔한다. 네덜란드 출신의 지휘자 로렌스 르네스는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낭만적’ 등을 선사해 하이든, 바그너, 브루크너로 이어지는 고전과 낭만의 황금기를 선보인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오는 11월 1일(토)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259회 정기연주회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낭만적’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하이든, 바그너, 브루크너로 이어지는 독일·오스트리아 음악의 계보를 한자리에서 조명한다. 고전적 균형미와 낭만주의의 이상이 만나는 지점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예술의 울림을 전달한다.
네덜란드-몰타 출신의 로렌스 르네스(55세)가 포디움에 선다. 그는 스웨덴 왕립 오페라단의 음악감독(2012~2017)을 맡아 “오케스트라와 성악가의 균형을 맞추는 탁월한 재능의 지휘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스베일링크 음악원(현 암스테르담 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헤이그 음악원에서 지휘 공부를 마쳤다. 1994~1996년 당시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의 수석 지휘자 에도 데 바르트의 어시스턴트 지휘자로 활동한 그는 1995년 리카르도 샤이를 대신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를 지휘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해 화제를 모았다.
1992년 네덜란드 라디오 국제 지휘 마스터클래스 1위, 1992년 엘리자베스 에버츠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로열 스코틀랜드 국립심포니, BBC 심포니 등을 지휘했으며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몰타 필하모닉, NHK 심포니 등 세계무대를 누비며 활동을 이어왔다.
네덜란드 출신의 지휘자 로렌스 르네스 오는 11월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 제259회 정기연주회를 지휘한다. ⓒ국립심포니 제공
공연의 문은 바그너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으로 연다. 예술을 통한 인간의 조화와 이상을 노래한 이 작품은 밝고 장대한 선율로 청중을 낭만의 세계로 안내한다. 화려한 금관과 대위법적 구조는 2부의 브루크너 작품과 낭만주의적 결을 함께한다.
이어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내림 마장조’가 연주된다. 하이든의 마지막 협주곡이자 트럼펫 협주곡의 정수로 꼽히는 이 작품은 TV 프로그램 ‘장학퀴즈’와 ‘오징어 게임’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어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선율이다.
월간 BBC 뮤직에서 ‘강렬한 표현력과 감동을 전달하는 음악가’로 평가받은 여류 트럼페터 마틸다 로이드(30세)가 협연한다. 마틸다 로이드의 한국 데뷔 무대이자, 국내 악단과의 첫 협연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의 화려한 기교는 하이든의 명료한 구조와 자연스러운 대비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마틸다 로이드는 2014 BBC 올해의 젊은 음악가 금관 부문에서 우승했고 미국 잡지사 팡파르로부터 “매끄러운 레가토와 폭넓은 색채를 만들어내며 일류 성악가처럼 음악을 형상화하는 연주자”라는 평을 받았다.
2016 BBC 프롬스 데뷔 이후 2017 프랑스 에릭 오비에 트럼펫 콩쿠르 1위, 2024/25 시즌 유럽 콘서트홀 협회(ECHO) 라이징 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시즌 동안 런던 심포니, 몰타 필하모닉, 에스토니아 국립 심포니,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등과 협연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트리니티 칼리지와 영국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RAM)을 졸업하고 말뫼 음악 아카데미에서 호칸 하르덴베리에르를 사사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낭만적’이다. 이 작품은 중세 기사 전설을 모티프로 한 웅대한 서사와 경건한 신앙심이 결합한 브루크너의 대표작이다. 작곡가는 스스로 이 작품에 ‘낭만적’이라는 부제를 붙이며 자연과 신, 인간의 이상이 공존하는 정신적 세계를 그려냈다. 금관의 장엄한 팡파르와 현악기의 부드러운 울림이 함께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대성당 안에 있는 듯한 숭고한 감동을 선사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관계자는 “이번 연주회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음악의 황금기를 만나는 무대로, 하이든의 고전미에서 브루크너의 장대한 낭만까지 아우른다”며 “세대와 시대를 넘어 흐르는 음악의 정신을 현장에서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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