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살 한재민 ‘첼로 활 살돈 1000만원’ 더 모았다...제네바 콩쿠르 3위
“올해 큰 대회 두번 참가해 음악적으로 더 성장”
스승 정명화 뒤이어 50년 만에 첼로부문 수상
박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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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9 09:41 | 최종 수정 2021.10.2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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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올해에만 큰 콩쿠르에 두 번 참가해 음악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시고 함께 해주신 분들께 특별히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연주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첼로신동 한재민은 억대를 호가하는 첼로 활을 사기 위해 꼬박꼬박 돈을 모으고 있다. 그가 1000만원을 더 저축할 수 있게 됐다.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폐막한 ‘제75회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3위와 로즈마리 위게닌 특별상을 차지했다.
2006년생이니 올해 열다섯 살이다. 지난 5월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2020-2021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 이어 다시 한 번 최연소 수상을 기록했다. 제네바 콩쿠르에선 스승인 정명화의 우승(1971년) 이후 무려 50년 만에 첼로부문에서 한국인 수상자가 탄생한 것.
한재민은 이날 제네바 빅토리아 홀에서 열린 결선 무대에서 게오르그 프리취가 지휘하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엘가의 ‘첼로 협주곡 e단조’를 연주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일본의 우에노 미치아키(26), 2위는 캐나다의 브라이언 챙(24)이 차지했다.
그는 상금 8000스위스프랑(약 1000만원)을 받으며, 콩쿠르 부상으로 2년간 해외 콘서트 투어와 제네바 프로무지카사와 2년간 매니지먼트 계약 체결 기회도 갖는다.
1939년에 시작돼 세계 최고 권위의 콩쿠르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제네바 콩쿠르는 현악기, 관악기뿐 아니라 피아노, 실내악, 타악기, 성악 등 연도에 따라 다양한 분야를 번갈아 진행한다. 만 29세 이하 연주자를 대상으로 한다. 올해는 첼로와 오보에 부문의 경연이 이루어졌다. 올해 첼로 부문은 19개국으로부터 온 37명이 선발돼 경연을 진행했다.
한국인 역대 우승자로는 첼리스트 정명화(1971), 피아니스트 문지영(2014), 작곡가 조광호(2013) 등이 있다.
한재민은 강원도 원주 출신이다. 음악가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만 5세에 첼로를 처음 잡았다. 불과 3년 후인 여덟 살 때 원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며 데뷔 무대를 가졌다. 국내 콩쿠르는 물론 2015년 일본 오사카 국제 콩쿠르, 2017년 헝가리 다비드 포퍼 국제 콩쿠르, 2019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차우어 첼로 국제 콩쿠르 등 국제 대회에서도 1위를 놓치지 않으며 패기와 저력을 보여줬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정경화와 이강호를 사사했고, 중학교를 2년 만에 졸업하고 올해 3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조기 입학해 이강호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한편 한재민은 지난 7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방송에서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 결선에서 ‘못해도 3등이다’라고 생각하며 여유를 부렸던 모습을 언급했다. 이어 무대를 마친 후 “운 좋으면 우승하겠다”란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 심사위원이였던 정명화와의 특별한 인연도 공개했다. 한재민은 “선생님이 끝나고 전화를 하셨다. 너무 잘했다고 해주셨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 배웠었다. 지금은 미국 가셔서 못 배우고 있다. 오랫동안 저를 못 보셨는데 오랜만에 보시고 잘했다고 뿌듯하다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또한 우승 상금 2000만원에 대한 사용처도 언급했다. 한재민은 “악기 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비싼 건 억대가 넘어가기도 하는데 활을 바꾸기 싶어 통장에 모아두고 있다”고 답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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