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팬데믹 탓에 오랫동안 해외여행이 올스톱 됐지만 최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때문에 다시 외국 투어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어디로 떠날지 설레는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여행기 겸 여행가이드북인 ‘여행작가노트’(반딧불이)가 출간됐다.
‘시베리아 문학기행’ ‘러시아 문학기행’ 등의 저자인 이정식 작가가 펴낸 이 책에는 우리가 몰랐던 신비로운 장소가 가득하다. 코로나 바로 직전까지 다녀 온 몽골 알타이산맥의 빙하지대, 천산산맥의 대초원,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 히말라야의 트레킹, 인도 북부의 라다크, 한민족의 애환이 서린 사할린, 필리핀의 오지 사가다와 바나우에 등 특색 있는 여행지들이 실려 있다.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중 해발 3500m에 자리 잡은 라다크는 ‘동물의 왕국’이다. 과거 은둔의 나라였던 이 곳은 살생을 하지 않는 티베트 불교의 영향으로 야생동물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관광객을 무서워하지 않고 옆으로 다가와 함께 논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무심하게 포즈까지 잡아주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라다크는 인간과 동물이 자연 속에서 사이좋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신비의 땅이다.
이 책은 그냥 풍경만을 예찬하지 않는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직면한 개인적 난관을 해결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기술해 후배 여행가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홀로 떠난 히말라야 트레킹’에서는 혼자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여행 상황과 준비과정, 그리고 히말라야에 가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담았다. 시베리아는 겨울 여행기와 여행 Q&A를 실었는데, 시베리아는 역시 겨울여행이 제맛이라고 강추하는 이유를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모두 10부로 구성돼 있는데 ‘알타이 산맥 최후의 오지 포타닌 빙하를 향하여(2부)’ ‘어머니의 바다 몽골 흡스골 가는 길의 험난했던 여정(3부)’ ‘천산산맥 중천산(中天山) 초원 기행(6부)’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가는 바이칼 호수(7부)’ ‘생명의 위험을 느꼈던 필리핀 동굴 탐사(9부)’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눈을 떼지 못한다.
저자는 지금의 팬데믹을 벗어나면 여행 또한 이전 못지않게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의미 있는 여행을 위한 기록(글, 사진, 영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금 서툴러도 이런 기록들이 충분히 확보되면 당신도 멋진 여행작가가 될 수 있다며, 여행의 즐거움과 행복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일상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떠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다. 여행은 젊어서나 노년이 되어서나 삶에 가치 있는 궤적을 남긴다. 젊은이들에게 여행은 또 다른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모험심과 용기, 그리고 그때그때의 판단력과 적응력을 키우는 좋은 계기가 된다. 여행은 걸어 다니면서 하는 독서라고도 하지 않는가.
여행은 중년층, 노년층에게도 우리네 소박한 인생행로에서 잠시나마 정신적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세계 어디에서나 은퇴자들이 여행에 많이 나서는 것은 여행을 노년의 한 보람이요 보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살다가 모든 일들을 마치고 이제는 편하게 바깥 구경을 하는 것은 노년 생활의 커다란 즐거움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부록에는 몽골의 초원을 카메라에 담기를 좋아했던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야기와 여행 중 사망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그리고 별 사진 찍기의 팁(tip)이 실려 있다. 후기에는 저자가 코로나 직후 갑자기 닥친 건강상의 격변을 헤쳐 나가는 과정과 앞으로의 여행계획 등도 적었다.
저자인 이정식은 CBS 워싱턴 특파원, 정치부장, CBS 사장, CBS 노컷뉴스 회장을 역임했고 뉴스1 사장 및 부회장, 서울문화사 부회장 등을 지냈다. 한국가곡 애호가로 ‘이정식 애창가곡 1, 2, 3, 4집’ 음반을 냈다. 저서로는 ‘북경특파원’ ‘기사로 안 쓴 대통령 이야기’ ‘워싱턴 리포트’ ‘이정식의 청주파일’ ‘권력과 여인’ ‘이정식 가곡에세이-사랑의 시, 이별의 노래’ ‘가곡의 탄생’ ‘시베리아 문학기행’ ‘러시아 문학기행1-도스토옙스키 두 번 죽다’ ‘러시아 문학기행2-도스토옙스키, 죽음의 집에서 살아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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