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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콩쿠르 타악기 부문 우승자인 박혜지가 오는 11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귀국 리사이틀을 연다. Ⓒ클라쎄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퍼커셔니스트(Percussionist) 박혜지에게 2019년은 결코 잊지 못할 해다. 1939년 창설된 ‘제네바 국제 콩쿠르’의 타악기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피아노·플루트·클라리넷·첼로 등 8개 부문이 매년 번갈아 가며, 작곡 부문은 2년마다 각각 개최되기 때문에 타악기 챔피언 탄생은 10년만이다.
우승뿐만 아니라 관중상, 청소년 관중상, 제네바 학생 관중상, 야마하 영아티스트상, 쥬씨 콘서트상, 버그라울트 마림바상 등 6개 부문의 모든 특별상까지 싹쓸이하며 7관왕이 됐다. 관객을 끌어당기는 엄청난 매력을 소유한 타악기 주자의 탄생에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퍼커션(Percussion)은 서양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든 타악기를 총칭한다. 퍼커셔니스트는 마림바, 실로폰, 비브라폰, 스네어 드럼, 팀파니 등 수십개에 이르는 타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를 말한다.
대구 출신인 박혜지가 음악의 문을 두드린 것은 네 살 때다.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어머니 때문에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에 있는 예술 중학교에 가려고 했지만 ‘돈’이라는 현실 때문에 좌절했다.
그렇게 해서 대구에 있는 일반 중학교에 입학했고 꿈을 잃었다는 생각에 한동안 방황했다. 그러던 중 중학교 2학년 때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한 드럼 강사가 피아노 반주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 곳에서 우연찮게 드럼 레슨을 받게 됐다.
“드럼 강사가 ‘너는 타악기를 해야 한다. 네가 타악기를 하면 내가 서울대까지 보내줄 수 있다’며 전공을 권유했습니다. 당연히 어머니는 ‘나중에 먹고 살 수 없다’는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했어요. 거기에 맞서 단식 투쟁으로 어머니를 설득했죠. 그리고 퍼커셔니스트의 길로 들어선 건 당시 저를 가르쳤던 강사가 레슨비를 깎아주는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마침 경북예고에서 주최하는 콩쿠르가 열렸고, 이 대회에서 입상하며 장학생으로 예고에 들어갔다. 이후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4년 독일로 건너가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서울대는 심사위원인 교수님들과 지원자인 연주자 사이에 커튼을 치고 시험을 봤어요.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죠. 마음이 편해졌고 연습하듯이 연주를 하고 나왔어요. 솔직히 합격은 상상을 못했어요. 등록금 고지서 버튼을 누른 후 장학생 선발 소식을 알았을 때는 기뻐서 눈물까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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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콩쿠르 타악기 부문 우승자인 박혜지가 오는 11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귀국 리사이틀을 연다. Ⓒ클라쎄
그는 최근 활발한 연주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오스모 벤스케가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페테르 외트뵈시의 ‘스피킹 드럼’을 국내 초연으로 선보였다. 또한 스위스 제네바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마이클 자렐의 타악기 콘체르토를 스위스 초연으로 연주하는 등 국내외를 오가며 타악기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박혜지가 오는 11월 19일(금)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귀국 리사이틀을 연다. 독주 무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타악기 연주로만 꾸며지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
전자음향과 함께 연출되는 크리스토스 해치스의 ‘Fertility Rites’, 티에리 드 메이의 ‘Silence Must Be’ 등 현대 작곡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5번 프렐류드’를 연주한다.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독주회는 박혜지의 특별한 곡 해석까지 더해져 타악기의 다채로운 음악을 맘껏 느낄 수 있는 무대다.
이밖에도 이안니스 제나키스의 ‘Rebonds B’, 브루스 해밀턴의 ‘Interzones’, 하비에르 알바레스의 ‘Temazcal’을 들려준다. 피날레 곡인 미키 미노루의 ‘Marimba Spritual’은 자주 연주되고 녹음되는 앙상블로 이루어진 마림바 작품 중 하나로 이번 콘서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이안드레, 오지성, 김용진이 스페셜 게스트로 함께 한다.
티켓은 3만원이며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eunki@classicbiz.kr